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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한 전망 카페

매일줄넘기159일째

by 샤인진

휴일 아침.

책 두권, 다이어리, 공책 하나, 펜 네 자루와 담요를 차곡차곡 예쁘게 담는다. 보자기 묶듯 가방 지퍼를 질끈 닫는다.

청바지와 검은색 가디건을 입고 발목부터 누에고치로 변신하며 패딩지퍼도 쭈우욱 올려 닫는다.

준비를 마친 두둑한 민트색 가방을 거북이처럼 등에 단다. 왼손에는 아이스크림처럼 줄넘기를 들고 오른손으로 힘 있게 문을 열고 나간다.


줄넘기 카페에 도착했다.


겨울. 아침 6시 50분. 줄넘기 카페는 어둡고 조용한 동굴 분위기를 연출한다.

우측 하늘, 달이 구름에 감싸져 있고 좌측 하늘은 인식해야 알 수 있을 것 같은 아주 미세한 여명이 보인다. 태양이 떠오르려 한다. 밤과 아침이 공존하는 신비한 전망이 펼쳐진다.

달의 음기와 해의 양기가 흘러나오는 은하수가 흐르는 땅에서 줄을 돌린다.

숨을 고른다.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리면 서늘하고 은은함이, 왼쪽으로 돌리면 따스하고 활기찬 기운이 공존하는 한가운데 줄을 들고 있는 나에게 무엇인가 초인적인 힘이 생길 것 같은 기분도 든다. 줄넘기 카페의 매력이다.


줄넘기 카페의 전망(아침 신비의 달)


줄넘기 카페의 메뉴를 소개합니다.


방금 도착한 신선한 아침산소와 달님, 해님의 매력적인 미소는 오픈시간, 부지런한 고객님들만 누릴 수 있는 한정 메뉴입니다.


조용한 공기와 차분한 분위기.

신선한 바람과 항상 1월 1일 같은 갓 태어난 태양.

뼈 마디마디까지 전달되는 콩닥콩닥 심장에너지.

정신도 마음도 맑아지는 영혼의 혈관.

톡톡톡 발가락, 발바닥 지압.

얼죽아공기.(얼어 죽어도 아이스 공기)

몸을 샤샤삭 탈탈 털어주는 안마 의자보다 더 생생한 진한 진동이 주메뉴입니다.


여름메뉴 땀은 잠시 쉽니다.

대신 콧물 서비스는 제공됩니다.


줄넘기 카페에 오면

나는 그 카페공간을 발소리와 줄소리로 차곡차곡 채워나간다.

해의 웃음이 점점 선명해지고 메말라있던 은하수 땅은 나를 반가워하며 도움을 주고 싶어 안달 난 듯 연신 밀어준다.

콧구멍에서 세찬 바람과 새싹 돗듯 하루의 기대감이 부풀어 오른다.

점점 나의 마음도 팽창하며 부풀어 오른다.

손으로 단단한 스콘쿠키를 간단히 무너뜨리듯 걱정들이 덩어리채 부서져 나간다.

어느새 나의 몸과 마음은 내 의사도 묻지 않고 눈송이로 변해 있었다.

내 몸이 붕뜨며 걱정과 근심도 공중에서 자유롭게 미끄러지며 훨훨 저만치 날아간다.

세상이 가벼워지기 시작한다.


고객님 2025년 설맞이 기념으로 신비한 줄넘기카페에 방문해 보시는 건 어떠실까요?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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