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줄넘기162일째
빨간 천의 무지개보금자리에서 무지개를 쭈욱 뽑아 공중에 빨주노초파남보를 그린다.
무지개가 얼었다. 힘을 주면 한 순간 와사삭 바스러질 수 도있겠다 싶은 정도의 추위였다. 여느 때 보다 조심스럽게 무지개의 겹쳐 꼬여있는 색을 펼치며 대화를 시작한다.
무지개가 바닥에 스칠 때마다 혈액을 펌프질 하듯 빨간 심장 소리가 난다.
무지개는 날씨에 따라, 나의 밤꿈 따라, 섭취한 음식에 따라, 계속 변화하는 나의 몸을 일곱 가지 예쁜 빛깔로 바라 봐준다.
무지개: 오늘 잘 먹은 물고기 같아. 파닥파닥!! 싱싱한 발가락 탈력!!
매번 하듯 몸을 앞으로 숙여본다. 뒤로 졎혀보고 허리를 틀어본다. 그렇게 두 다리로 땅을 차며 줄을 돌리면 특유의 둥근 곡선으로 감싸며 나의 몸을 무지개 빛으로 훑는다. 몽실하게 바라봐 줄 때는 공중에 떠 있는 자유로움 때문에 스스로 자제를 필요로 할 때도 있다.
무지개: 상어처럼 등이 단단해! 허리힘이 생겼나 봐! 좀 더 자신 있게 해도 될 것 같아. 발목 안쪽을 붙여보면 자세가 꼿꼿해지면서 편할거야. 한 번해봐! 내가 봐줄게. 오! 아까는 상어 같더니 발목이 붙으니까 지금은 단발머리 해마 같아.
하며 나를 놀려댄다.
무지개: 해마! 뒤에서 앞으로 넘어올 때 속도가 느려지고 있어. 순간 손목에 신경을 더 쓰고 힘을 빼봐. 한결 좋아질 거야!
기분 좋은 놀림주며 무지개는 나의 몸을 살피고 자세를 코칭해 준다. 나도 믿음이가고 만족스럽다.
숨을 고른다.
무지개를 바라본다.
무지개의 빛들의 밝기가 균일하지 않아 손으로 하나하나 살핀다.
앗! 파랑이의 빛조각이 갈라져 그 사이로 희미한 무지개의 뼈대가 보였다.
빛의 무리에서 파란빛조각을 분리시킨다.
파란빛 조각을 손으로 조심스레 벌리니 간지럼을 타며 행복해한다. 줄과 분리되고 후회 없이 떠나는 마음을 느낀다. 파란 에메랄드 보석 같다. 나를 보석처럼 빛나게 해 주었으니 파랑이 너도 보석임이 틀림없다.
파랑빛 희생의 날.
예전에의 나는 무지개들이 빛을 읽을 때마다 마음이 짠했었다. 꼬박꼬박 신경 써주지 못했고 나를 위해 애만 써주고 가는 것 같았다.
지금은 마음이 아프기보다 열정의 마음이 더 치솟아 오른다. 가슴이 더 커지는 느낌이다.
그냥 사그라드는 것이 아닌, 할 수 있는 것에 최선을 다하고 잠드는 뿌듯한 마음일 것이다.
그래서 조각을 분리시켰을 때 파란빛조각이 익살스럽게 보였나 보다.
이렇게 매일 함께 시간을 보내니 무지개와 마음도 가까워진 것을 실감한다.
이것을 정든다고 하는 건가보다.
숨차게 무지개와 대화를 마쳤다.
남들이 보기엔 단순하게 줄은 넘고 있지만 나는 붕붕 떠있는 그 시간, 무지개와 활기찬 에너지를 주고받는다.
귀속말로 속삭인다.
무지개: 오늘도 고생했어. 계속 나와 함께 한다면 빛의 세계를 보여줄게. 기대해도 좋아.
무지갯빛의 세계라니!!
신난다. "응응!! 그 빛의 세계로 가고 싶어!!"
예고 없이 갑자기 데려갈 것 같은 순수함과 운명 같은 희귀한 기분이 교차한다.
그 기분좋은 상상에 고정되지 않은 시선처리로 방긋 웃고있는 나를 느꼈다.
무지개: 그때가 오면 당황하지 않도록 차곡차곡 준비하고 있어야 할 거야. 초록빛이 신호야.
그리고 무지개는 더 비밀스럽게 속삭이며 말했다.
"신호등이 켜졌는데 '뛸까? 다음 신호에 건널까?' 하며 순간 고민하지도, 생각하지도 말라고!! 초록빛의 기회가 켜지는 즉시 바로 건너는 거야! 그러니 항상 준비하고 있어!..."
우리 준비하고 있어요!
초록빛(기회)이 오면 바로 잡을 수 있게요!!
무지개 귓속말 여운의 간지러움 때문에 새끼손가락을 귓속에 넣고 긁적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