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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 절판!

매일줄넘기145일째

by 샤인진

'카프카의 서재'란 책을 도서관, 인문학 위치를 서성이다 만났다.

내가 읽었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과 '안나카레니나' 이야기가 담겨 있어 끌렸다.

책을 빌렸다. 읽어 내려갔고 서서히 침묵 속에 처음 보는 책과 작가를 의심하는 결기가 풀리고 충만함이 몰려왔다. 읽으며 행복했다.

종이에 그려진 단어들로 이어져 함께 경험했던 멋진 흔적들을, 동선들을 함께 공유하는 것 같았다.

서로의 생각이 깊이 있는 세계로 함께 빨려 들어가지는 신비한 기분을 느껴본다.


반납하러 간다. 발걸음이 시무룩하다.

반납대에 책을 올린다. 도서관을 나간다. 바깥문 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며 걸어가는데 내 시선은 아직 책에 머물러 있다. 아쉬움에 고개가 돌아오지 않아 몸통이 꽈지며 비틀어진다.

또 읽고 싶다... 소장하고 싶다...


안 되겠다. 서점으로 갔다.

헉! 안 돼... 절판이었다...

책을 검색했다.

e북으로만 존재했다. 아직 e북의 경험은 없다.

종이의 냄새와 촉감, 책장을 넘겨가며 읽는 실물책이 좋다. 나는 중고서점을 뒤졌다.

인천!! 딱 1권이 있었다. 그것도 절반가격에... 낙서, 오염에 있다고 안내되어 있었다. 확인해 보고 구매할 거리와 허비할 시간이 없었다. 무엇보다 지금 나에게 낙서와 오염은 전혀 상관없는 무의미한 존재들이었다.


책이 도착했다.


이제 직접 줄을 치고 하얀 여백에 나의 생각을 마구마구 표현하고 적을 있어 기쁨이 몰아쳤다. 이렇게 기분 좋게 책을 후르르 넘기는데 두꺼운 사인펜 글씨가 보였다.

작가가 직접 책 주인에게 써준 친필싸인과 간단한 편지글이 적혀있었다. 000 선생님께...로 시작되는 문장들이 쓰여있었다.


이 책에는 편지글에서 느껴지는 두 분의 추억이 묻어있었다.

분은 왜 이 책을 중고서점에 내놓았을까?

작가의 친필이면 정을 조금이라도 나누고 직접 만났을 텐데 영광일 수 도 있고 소중한 기억이 있었을 텐데.. 나도 작가분을 만나고 싶다.. 이래저래 생각 들며 만약 000분이 나였다면 나는 절대로 이 책을 누구에게 주고 싶지도, 팔고 싶지도 않고 그럴 생각조차 못했을 것이다.

사정이 있었을까?.. 가족 중 집에 책이 하도 많아 정성스러운 편지글이 적힌 줄도 모르고 내놓았나?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내가 아끼는 것을 내어주신 것인가?

절판되었으니 찾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겠다는 마음에서?

나처럼 간절함을 가진 분이 읽어주기 바라는 마음으로...?

앗!! 그 행운이 나에게? '나를 위해서?' 000분이 서점에 내놓아주신 거구나...

내 멋대로 생각했지만 이유가 어찌 되었든 지금 현실은 책을 소장하고 또 읽을 수 있게 되어 매우 기쁘고 그분께 너무 감사하다.


어두운 저녁, 하늘을 보며 줄넘기를 돌린다.

별들도 절판된 귀한 책처럼 셀 수 있을 정도로 하나 둘 떠 있다. 줄넘기를 돌리며 생각했다.

나도 내가 하는 행동이 남을 행복하게 해 주려면 나는 무엇을 해야 할까...?

나는 000분의 의도가 어찌 되었든 행복을 얻었다. 내가 줄넘기로 사람들에게 행복을 드릴 수 있을까?

지나가시는 분들은 가끔 신기하게 바라봐 주시고 말을 걸어주신다.

운동하시는 분들에게 줄넘기의 좋은 점을 알려드린다. 아직 결과물이 없어서일까. 다지 감흥이 없다.

사실 줄넘기로 행복을 드리지는 못하는 것 같다.


유일하게 하나가 있다면 이곳.

줄넘기하는 나를, 솔직한 생각과 마음을 서툰 문장으로 전한다. 그것을 깜박 스치듯, 산책하듯, 기특하듯 다양한 시선으로 바라봐주시는 소중한 구독자님들과 작가님들께 전달한다.

설 된 글이지만 조금이라도 그분들의 입가를 실룩하게, 조금 더 보태어 미소까지 띄울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가슴이 북받치고 숨이 멎을 만큼 행복하다.


고소한 글 밥 냄새가 후각을 자극하고 자꾸만 생각나게 하는 글로 행복을 전해 드리고 싶다.

순수함과 단단한 영혼이 섞여 윤기 좔좔 흐르는 글을 지어드리는 그날을 상상한다.

미소가 지어진다. 내가 행복을 드리고 싶은 마음인데 오히려 내가 행복해서 쑥스럽다.

어떻게 하면 실룩실룩... 행복을 드릴 수 있을까? 생각하며 새근새근 잠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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