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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시보 효과(무릎)

매일줄넘기138일째

by 샤인진

달력의 숫자가 달라진 평소와 같은 시간. 춥다. 아침이 차갑다.

줄을 잡고 시작했다. 총총총.

손이 시리다. 엉덩이 밑으로 손을 껴놓고 싶다. 총총총

콧물이 간지럽힌다. 총총총

오른발 뒤로 왼발 엇갈려서. 총총총.

분 정도 흘렀나. 눈 윗꺼풀이 설탕 알갱이 들어있는끈적하다. 총총총

따뜻한 커피 마시고 싶다. 총총총


갑자기...

뜨으윽.. 뭐지...!

오른쪽 무릎 뒤 바깥쪽 측면에서 온 반갑지 않은 자극.

뭐였지...! 찌릿?!

무릎을 접었다 펴본다. 가슴이 쿵쿵 뛴다.

천천히 늘려보고 명의의사가 진찰하듯 무릎을 살피고 돌려보았다.

살짝 뛰어본다. 겁이 다.

가만히 있으니 괜찮다. 걸어 본다. 괜찮다.

크게 뒤로 접으며 걸어본다.

여기구나. 아프다. 안 돼...

쪽 옆 오금이 손 크게 덩어리채 꼬집힘 당한 듯한 통증이었다.

아프면 아무것도 실행할 없다는 것을 알기에 지금이 현실을 어떻게 반응하고 대처해야 할지 뇌의 미로 속에서 구슬이 출구를 찾듯 이리저리 굴러다니며 당황하고 있었다.


우선 줄넘기를 멈추고 출근했다.

마치 구워지는 오징어의 하루를 보내야 했다. 최대한의 몸짓을 줄인다. 신경이 쓰인다. 오징어가 예민해진다.


생각해 보니 어제.

의자에 3시간가량 앉아있었다. 화장실을 가기 위해 몸을 오른쪽으로 돌리며 일어났을 때. 그때였다.!!

지금 아픈 곳이 뜨끔 했었다.

전철 안, 멍하게 있다 내려야하는 역의 문이 열려있음을 안 순간, 놀라며 급하게 일어나 가방을 질머지고 입을 닫으려는 게이트 쪽으로 후다닥 내리는 사람처럼 그렇게 확 일어났었다.

장시간 한 자세로 있다가 움직여서 그런가? 생각이 스쳤지만 바로 별다른 아픔이 없어, 그냥 넘어갔었다.


오징어는 얌전히 집에 친언니에게 선물 받은 노란색 허브밤을 기억했다.

샤워를 마치고 발랐다.

밤은 나에게 신통한 물건이다. 관절이 아프거나 욱신거릴 때 가끔 발라주는데 바르고 자면 다음 날 다시 재생된 기분을 느낀다. 언니한테 신기하다고 이야기한 적도 있다.

능력을 다시 믿어본다.

평소보다 아프니 좀 더 많은 양을 손톱으로 마우스 굴리듯 굴곡을 그리며 떴다.

크게 나온, 꼬집힘 당한 인대와 근육에 발랐다. 마사지한다.

천연재료로 만든 노란색의 크림이 피부에 흡수되며 투명해진다.

좋은 성분들이 피부 안으로 스며드는 상상을 한다. 피부밑의 근육층으로 전달되는 상상을 한다. 치유가 시작됨을 상상한다.


플라시보 효과의 허브 밤.


'나는 안 아프다' 아니... 부정적인 단어, 쓰지 말자.

'나는 건강한 무릎을 가졌다.'

'건강한 세포들이 나의 근육을 포근히 감싸줄 것이다.'

'다음 날 나는 새로 만들어진 근육으로 일어날 것이다.'를 머릿속에 되뇌었고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해가 동쪽에서 뜨듯, 물이 100도씨에서 끓듯 그냥 줄넘기도 당연한 행동이었는데...

또다시 일상의 소중함이 느껴지는 순간이다. 건강한 몸을 가지려는 이유는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이루기 위해, 삶을 풍요롭게 살기 위함이다. 무리함을 꼬집어주겠다는 인대의 신호라고 생각했다.


다음날 아침.

무릎의 안녕을 확인한다.

우선 일어난다. 화장실... 까지 괜찮다. 요리조리 살짝 씩 움직인다. 괜찮다.

요가 천천히... 줄넘기 살살 괜찮다.

감. 사. 합. 니. 다.


언니사랑의 선물 밤이 플라시보 효과를 톡톡히 일으켜 빠르게 일상으로 돌아왔다.

고마워 언니.

감사한 하루를 보내본다.


메모해 놓았던 데이비드호킨스의 놓아버림에 있는 구절이 떠올라 찾아보았다.


'나는 몸이다'에서 '나는 몸이 있다'로 인식이 바뀐다. 몸은 몸 자신을 전혀 느끼지 못한다. 몸을 느끼는 것은 마음이다. 마음 없이 몸을 지각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 팔은 자기가 팔임을 느낄 수 없다.


독감이 유행인 요즘, 내 몸에 독감의 자리는 없다! 독감에게 내어줄 시간도 없다! 라고 외쳐보자!!

꾸준한 운동으로 건강 챙기는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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