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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산을 타는 줄넘기

매일줄넘기131일째

by 샤인진

줄넘기의 가느다랗고 기다란 대나무처럼 속이 비어있고 6개의 마디가 있는 파란 손잡이를 잡는다.

손잡이가 아니고 매일 보는 친구의 손을 맞잡은 것 같다.


친구의 차가운 생명 없는 손을 살포시 주먹쥐 듯 잡아주면 작은 심장이라도 생긴 것처럼 따뜻해진다.

그 온기가 퍼진다.


아직 덜 달궈진 내 심장의 연분홍색 온기가 천천히 전달되어 손잡이 마디마디 공간 속으로 들어가 줄까지 전달된다.

무지개 혈관을 타고 온기가 서서히 옮겨지고 퍼진다. 맞잡은 두 손이 붙어있다가 손바닥에 땀구멍이라도 열리면 젓가락에 떡 붙은 듯 더욱 끈끈하게 쫘악 붙는다.


넘는다.

깜박 잠들었다 바닥 탕탕 소리에 놀라 확 깬다.

정신이 번쩍 들어 흔들리고 비틀 꼬이며 정신을 차리는 중이다.


연분홍 온기를 느낀 줄 점점 여유 돋고 가벼움을 과시하기 시작한다.

온기를 전달받은 줄들이 한 번에 합쳐지며 동그란 곡선을 만든다. 양쪽 두 개의 동그란 무지개.


내 손에 의지하며 몸 전체를 의심 없이 맡긴다. 줄넘기도 나를 친구로 받아들인 눈치다.

맞잡은 손과 연결된 나의 손목이 작은 원을 그린다.

손목에서 시작된 물방울 작은 원이 순식간에 나비효과를 일으키며 엄청난 토네이도의 큰 원이 된다.




산을 오른다. 등반이 시작되었다.

발 뒤꿈치의 턱을 넘어 긴 산책로 종아리.

작은 계곡의 오금.

잘 다져진 흙으로 펼쳐진 넓은 벌판의 뒷허벅지.

두 봉오리의 엉덩이.

넓게 펼쳐진 등과 계속 이어지는 작은 계곡의 척추길을 따라,

좁고 가파른 경사의 목.

드디어 다른 세상 같은 끝 봉우리의 머리.

정상의 근엄한 나무들과 생명들이 솟아난 머리카락.

산의 경치를 한눈에 담을 수 있는 정수리에 다다랐다.


산을 다 올랐다.


이제 내리막길이다.

한층 여유로워 올라갈 때 미처 보지 못했던 것들이 보인다.

오밀조밀 모여있는 특별한 모양들, 자연이 만든 조각품들이 가득한 같은 이마, 눈, 코, 입의 바위지난다.

뾰족한 턱의 절벽에서 마지막 경치를 내려다본다.

설명할 수 없는 깊이 파인 천지의 맑은 우물 쇄골에서 한 번 더 감동을 느낀다.

양쪽 듬직한 봉우리 어깨가 심장을 건드린다.

다시 생명으로 가득한 공간의 가슴과,

산의 중심부의 명치.

신비의 샘배꼽에서 목을 축인다.

영양분 가득 에너지를 담고 있는 탁 트인 평야의 허벅지.

동그랗고 반질반질한 정원에나 있을 법한 돌덩이 무릎.

콧노래가 나오는 가벼운 긴 산책로 정강이.

마지막 발가락에 도착한다.

이곳 발가락만 무사히 하산하면 1번의 줄넘기 산행이 완성된다.

발가락은 끝까지 쉽지 않은 산임을 알린다.

집중하라는 암묵적인 표지판을 세워둔다. 조금이라도 방심한 순간 방벽이 쳐진다.

정신을 놓는 순간 발가락에 후려쳐지며 더 이상의 진입을 용서치 않고 내동댕이 쳐진다.


시시각각 산의 모양이 바뀐다. 코스가 변한다.

돌덩이와 드넓은 평지가 한길이 되었다 합쳐진다. 두 봉우리와 작은 계속사이의 길은 비틀어지기도 한다.

그럴 땐 수만 번의 길들려 진 흐름에 줄은 친구에게 몸을 맡기고 그저 감각으로 산을 넘는다.


그렇게 집중해 몸산을 넘다 보면 시간은 알아서 흘러가 왕성하게 산소를 머금은 명산을 이룬다.

그 명산은 누구보다 크지만 누구보다 여유 지다.


그렇게 꾸준히 덕을 쌓는 줄넘기는 그 위엄에 중요성을 두지 않고 한결같이 매일 산을 등반하고 하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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