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줄넘기 행성에 착륙

매일줄넘기127일째

by 샤인진

평소와 별반 다르지 않은 시간과 공간.

"뻥이요!!!" "펑" 강냉이가 아무리 대포처럼 터져도 아무렇지도 않게 튀밥을 튀기는 아저씨처럼 무심한 듯 누군가 지나가도, 뭔 소리가 들려도, 오들오들 이가 떨려도, 오늘도 줄넘기를 태연하게 돌린다.


가끔. 돌리고 있으면 지나가다 보는 사람들이 잘한다고 칭찬도 해주신다.

나도 안다. 하면서 나도 느낀다. 자세가 꼿꼿해졌고 힘이 얼추 잘 빠져있다. 펜을 쥐면 글을 쓰고 젓가락을 집으면 음식을 잡듯, 줄넘기를 잡으면 몸의 일부가 된 듯 아주 자연스럽게 돌린다.


이렇게 매일 하다 보니 사람도 똑같은 사람이 없듯이 줄넘기도 줄마다 다르다.


손으로 돌리고 단순하게 점프하는 동작이라고 생각했었지만 계속하다 보니 느낀다. 존재조차 몰랐던 줄의 행성으로 진입한 것처럼.

말 잘 듣는 강아지와 산책하듯 부드럽고 편하게 잘 돌려지는 줄, 연 날리듯 중간중간 힘 조절이 필요한 줄, 리듬체조 리본처럼 끝이 가벼우면서 날리는 줄, 걸을 때 팔이 움직여지는 것처럼 균형이 저절로 맞춰져 척추의 감각을 느낄 수 있는 줄, 한 껏 멋을 내고 꾸몄지만 그 과함이 어딘지 모르게 어색한 사람처럼 예쁘지만 어딘지 모르게 불편한 줄 등 다양한 감각을 통해 줄넘기 줄의 세계를 느낀다.



생각해 본다. 나만의 맞춤 줄넘기가 있으면 어떨까?

내 몸에 맞는 줄넘기, 키와 팔, 다리의 길이를 정확하게 측정하여 줄의 길이를 맞추고, 무게도, 목적에 따라 조절할 수 있는 줄넘기.

산책하듯, 연 달리듯, 체조하듯, 바른 자세의 느낌을 원하 듯 내가 좋아하는 감각을 느낄 수 있는 줄넘기.

이렇게 맞춤이면 내가 원하는 감각에 가까워지면서 무리가지 않게 한결 편하면서 운동력 향상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그럼 더 하고 싶어질 것 같다. 하면서도 기분이 좋을 것 같다.


우선 오늘 나도 줄이 좀 짧아졌으면 좋겠다 생각이 들어 나의 꿈줄(줄넘기)의 길이를 조절했다.


좀 더 빽빽, 촘촘 꿈줄


요즘 개수를 정확히 세지는 않지만 하루에 줄을 넘을 때 많을 때에는 2,000개 이상, 적을 때에는 600개 정도 된다. 귀의 이석이 빠진 날 하루 빼고는 멈추지 않았다. 이것이 127일 동안 쌓였다. 내가 줄넘기를 한다는 것을 내 몸이 알고 있다.

마치 나의 몸이 줄을 넘을 것을 대비해서 미리 근육도 키워놓고 관절도 부드럽고 말랑하게 준비해놓고 척추도 펴놓고 기다리는 것 같은 기분도 받는다.


1편에도(5화-진짜 운동은 척추였구나!) 연재를 했지만 나는 어깨, 등이 굽었었다. 요새 강하게 느끼는 감각은 줄넘기를 하면서 등이, 척추가 펴지는 느낌을 받는다.

최근 건강검진을 받았다. 누군가가 손에 쇼핑백을 들고 들어오면 저 선물이 혹시 내 것인가? 살짝 해보는 기대를 했다. 혹시나.... 키가 커졌나... 결과는!!! 똑같다^_^. 내가 느끼는 느낌은 정말 펴지긴 했는데 말이다. 밥은 두 숟가락 남았는데 김은 한 장 남아 있는 것 같은 가벼운 아쉬움이 든다. 병원마다 기계가 다르니까.. 하는 짠맛 없는 심심한 위로를 스스로에게 준다.


우리는 운동할 때 수많은 감각을 느낀다. 미세하게 좋아지는 이것은 남들이 알지 못하는 나만의 감각이다. 그 감각은 보이지 않는다. 나만이 느끼는 것이다. 꾸준히 실천한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소중한 나만을 위한 선물이다. 줄넘기와 서로 주고받으며 나누는 것이 많아진다.


꾸준한 운동이 나만을 위한 선물을 포장 중이에요. 그 선물 받아보지 않으실래요?


sticker sticker


keyword
이전 01화줄넘기는 인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