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줄넘기는 인사다

매일줄넘기124일째

by 샤인진

'줄넘기는 아침인사다.'

아침 줄넘기를 하는 중 문득 고양이가 갑자기 튀어나와 쏜살같이 내 앞을 지나가 듯 생각났다.


밖으로 나올 때마다 느끼지만 아침 공기는 오염되지 않는 차분한 밀도와 깨끗함이 있다. 오늘도 밖으로 나와 하루시작의 아침 공기와 나무, 아직 공중에 둥실 떠있는 달과 인사하고 빗자루를 들고 바닥에 떨어진 쓰레받기에 담을 다양한 것들을 보물찾기 하듯 쫓아 움직이시는 경비 아저씨와도 인사를 나눈다.


줄을 돌리며 나를 깨운다.

평소 숨 쉬는 것보다 많은 산소와 햇빛이 폐와 피부에 티백 우리듯 스며든다. 피의 흐름이 종아리부터 조여 오는 감각으로 알려준다. 과학시간 배운 인체의 신비한 기능들과 이름이 생각나며 혈관과 세포 안의 적혈구, 미토콘드리아를 상상하며 깨운다. 눈이 총명해지고 근육이 살아난다.

하루 시작을 모든 조직과 신경에 알리고 교감하고 연결한다.


줄넘기를 하는 순간, 움직이지 않는 몸의 부위는 없다.

뜨거운 물에 커피 알갱이 가루들을 타고 숟가락으로 스르르 저어 녹이듯 줄넘기 줄로 휘휘 저어 몸을 녹이고 깨운다. 몸이 나를 싫어할 리가 없다. 이리 누구 하나 빠짐없이, 상쾌하고 부드럽게 아침인사를 해주니 말이다.


어렸을 때 기억이 떠오른다.

부모님의 영향으로 나는 인사를 잘했다. 부모님과 이야기하고 있는 사람이 내가 모르는 사람이어도 인사를 했다. 하도 인사를 잘해서 어른들이 나를 예뻐해 주셨는데 인사 때문에 이런 일도 있었다.


90도 인사를 하고 말을 다람쥐가 도토리를 야무지게 잡고 먹듯 오밀조밀 잘해서 처음 보는 이웃주민 할머니가 나를 본인 집에 데려가셨다. 맛있는 것을 주셨다. 나는 처음 보는 집 테이블에 앞에 앉아 할머니의 말동무가 되었다. 할머니가 아무 말 없이 나를 데려오는 바람에 우리 엄마는 한참이 지나도 오지 않고 사라져 버린 나를 걱정하시다, 결국은 무슨 일이 생긴 줄 알고 난리가 났었던 사건이기도 했다.

엄마는 저 멀리 밝게 치마를 펄럭이며 룰루랄라 오는 나를 발견했고 나는 그날 된통 혼이 났었다.


여하튼 인사는 지금도 나의 삶의 활력을 주고 사람과 사람은 물론 동물, 사물과도 연결된 느낌을 준다.

인사를 해맑게, 공손하게, 당차게 하는 꼬마친구들을 보면 너무 예쁘다. 어른들께 먼저 인사하는 행동 자체가 대견하고 예쁘다.

인사를 하는 순간, 그 사람과 나는 즉시 연결된다.

동물과도 인사하면 반응한다. 물건도 인사하면 파장으로 연결된다. 우리 집에는 하나의 화분이 있다. 이름은 초록이이다. 이름을 부른다. 출근할 때와 집에 돌아와 "다녀올게" "나왔어 추웠지? 물 줄게" 하며 인사하면 무언의 파장으로 인사를 받는다.


줄넘기도 하는 순간, 몸은 바로 깨어나 나와 연결된다.

갇혀있지 않고 열린 느낌을 주는 인사를 줄넘기 중 문득 스치는 생각으로 느끼는 하루였다.


거울을 보며 나에게 "안녕!" 해본다. 음료수의 마개를 여는 순간 작은 알알 탄산이 쭉 올라오듯 소름이 돋는다. 어색하다...

sticker sticker


햇빛좋은 날. 어느 길. 행인들에게 인사하며 반기는 억새

당신의 아침인사는 무엇인가요?

오늘은 브런치북 2탄으로 인사드립니다. 항상 함께 공감해주시는 작가님들과 구독자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_^

sticker sticker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