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줄넘기195일째
눈 꿈뻑꿈뻑 몸을 일으킨다.
하루 시작.
아직 완전히 깨지 않았다. 익숙해진 동선 따라 움직인다.
줄을 잡는다. 이제 깨어난다.
줄넘기를 한 개라도 하려면 순간 양발을 동시에 1cm 이상 공중으로 띄워야 한다.
이 순간부터! 모든 것이 진짜 깨어난다.
산소를 받아들이고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세포들이 깨어난다.
거칠지 않은 자극들이 근육을 녹인다.
뇌 명령을 지시받지 않고도 자연스럽게 저절로 오장육부들이 출렁인다.
그렇게 깨어난다. 그리고 몸은 가벼워진 감각을 전하며 지금 상황이 즐겁다는 것을 나에게 알려준다.
근래 "피부 좋아졌다"는 소리로 귀가 즐겁다.
학생 때 여드름으로 고생한 흔적이 남아있는지라 피부가 좋은 편은 아니다. 그래서 피부가 좋다는 말은 거의 들어본 적이 없다. 매일 보는 내 얼굴이라 확연히 느끼지 못한 것도 있지만 현재 선스틱 외에는 베이스화장도 전혀 하지 않는 나에게는 더욱 듣기 쉽지 않은 말이다. 기쁜 마음에 자세히 물었다.
"얼굴톤이 밝아졌어. 건강해 보여. 에너지 있어 보여!"
거울에 비친 나의 얼굴을 유심히 보았다
초점을 모으며 자... 세히 관찰했다. 정말 피부가 부드러워지고 맑아졌다.
저녁 운동 중. 거울 옆을 지나가다 내 모습이 비쳤다. 양쪽 볼에서 발그레 홍조빛이 나고 있었다. 거칠고 탁한 빛이 아니라 피부 속에서 올려지는 맑고 투명한 빛이었다. 레이스치마로 종아리가 비치듯 속이 비치는 그런 발그레함이었다. 나도 나의 맑은 홍조는 처음이었다.
정말 건강해 보였다.
화장품을 발라 예쁨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저 깊은 곳에서 끌어올려진 샘물처럼 진짜 맑아져서 보이는 것이었다. 조금씩 얼었던 땅의 봄구멍이 열리며 물길을 만들 듯 나에게도 봄이 찾아왔다.
주위에서 긍정적인 표현을 해주시니 기분 좋지 않을 리 없다. 행복하다.
공중으로 몸을 띄우는 줄넘기.
공중 효과가 점점 퍼진다. 꾸준함의 1cm가 쌓여 몸속이 변화하고 있다.
생각해 보면 우리는 붙어있다. 땅에 붙어있다. 의자에 붙어있다. 바닥에 붙어있다.
줄넘기는 지면에서 우리를 떨어지게 만든다. 공중으로 뜨게 만든다.
즉 중력을 거슬러 다른 공간을 쓴다.
지면에 오래 붙어있는 사람과 공중의 공간을 사용하는 사람.
시간이 지나면 그 차이가 엄청날 것이다.
300일, 1,000일 뒤.
와... 나에게 어떤 변화가 올지... 내가 지금은 전혀 생각지 못할, 상상도 못 할, 변화들이 올 것이다.
단순한 동작의 줄넘기가 중력까지 쥐고 흔든다. 오늘 유난히 줄넘기에게 큰 매력을 느낀다.
우리! 공중 공간을 사용해 보자. 걷고, 뛰고, 줄넘기하고!!
중력을 계속 벗어나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