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라테와 술

해맑금주(金作) 293일째

by 샤인진

운전 중. 차 온도 39도. 잘못 봤나?

매일 따뜻한 커피만 마시다가 오늘은 도저히... 주문 못해요.

엉덩이와 등, 이마와 머리카락 사이사이 습한 상태. 몸에서 김 나요.

시원한 커피 그리고 라테생각이 났어요. 오랜만에 농도짓은 내가 알던 맛! 좋아하던 맛! 그 맛을 만나러!!


저는 카페라테를 무척이나 좋아했었어요.

금주 이후 시작한 비건으로 우유를 마시지 않게 되면서 라테를 못 먹은 지도 꽤 됐어요.

오늘은 몇 군데 없는 귀하고 소중한 비건카페에 왔어요.

한 번도 시도해보지 않았던 아이스 카페라테를 시켰어요. (오트, 귀리우유 라테.)

유리잔 안에 은은한 갈색과 검은색 커피유화 물감이 살짝 농도 짓게 섞일까 말까.

빨대로 부드럽게 커피물감을 저어요. 입을 오므려 그림을 당겨요. 시원한 갈색 패턴들이 몸속으로 딸려와요. 행. 복. 해. 요.


그리고 생각해요. 술도 그러할까?





금주 293일째. 술도 커피처럼 오랜만에 먹으면 맛있을까?

당장 느껴지는 기분은 카페라테와 달라요.

소주는 조금도 생각이 안 나요. 신기해요. 안 먹고 싶어요. 시원한 맥주는 논알코올로 마셔볼까?라는 생각 들다가 굳이?


차라리 수박주스, 콩물, 미숫가루를 시원하게 먹고 싶다는 생각이 더 강해요.

셀프 박수. 짝짝짝.


달라졌네... 몸이 바뀌었어요. 술의 지배를 벗어던지고 있어요.

만만치 않게 더웠던 작년 여름. 금주 중 술 생각 때문에 탄산수와 초콜릿으로 버텼던... 추억하고 있어요. (해맑금주 1 연재) 이렇게 맛있는 커피도 있고 과일주스도 있으니 그것으로 만족해요!!


몸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 다했는데 술도 그래요.

마음에서 떨어져 나가요. 떨어져 갈 때 부스러기들이 데굴데굴 굴러다니는 소리는 살짝씩 들리지만 그리 신경 쓰일 정도는 아니에요.

300일 가까이 견뎌내니 선물을 받고 있어요.

술과 사귀었던 제가 술과의 결별이 성공적이에요.

그렇게 '나는 평생 술을 먹지 않게 될까?'라는 미래적인 질문도 해봐요.


만약 먼 훗날 술과 만난다면 저는 중독이 아닌 선택할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해서 만나고 싶어요.


계속 이 과정을 되풀이할 때마다 (술)의 본질 같은 것이 내 안에서 점점 희박해진다.


테드창- (당신 인생 이야기-일흔두 글자)중에서

가로 안에 술은 원래 (생명)이라는 단어가 들어가요.

금주하는 저의 과정은 되풀이되고 있어요. 뿌리가 뽑히고 있는 이 기분. 감사해요! 계속해볼게요.



해맑금주- 금주로 삶을 해맑게 창조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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