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의 몽롱함이 나를 지배한다. 아무리 배불리 먹어도 음식 찬 느낌이 아스라하다. 꽉찬 상태로 잠에 드니 심장과 간, 장기들이 왕성하게 해독하고 소화시키며 일하느라 힘들었을 것이다. 그래서 술 마신 다음날 아침은 무조건 피곤하다.
결국 정신은 쉰다기 보다 놔져 있었고 몸은 가만히 있지만 쉬지 못했던 것이다.
금주 20일째, 감각이 더 정확하게 느껴지는 것인지, 실제로 위의 크기가 줄었는지 알 수는 없지만 지금은 전보다 포만감이 흠뻑온다. 배부르게 먹은날. 잘 때 꽉 찬 느낌이 거대해 부담스럽다. 저절로 덜 먹게 된다. 폭식하지 않게 되어 몸이 가벼워지고 있다. 결국 아침에 상쾌하고 잠도 편히 든다.
금주를 하면 잠의 질이 높아진다더니 장기와도 큰 연관이 있었나보다. 푹 잤다 싶을 정도의 숙면을 체험하고 있다.
몸이 해독 작용을 할 필요가 없으니 그 에너지를 소화에 쓰나보다. 소화가 굉장히 잘된다.
큰 화장실은 들쑥날쑥 갔었다. 아침, 자기 전, 어느 때는 이틀뒤 대중 없었다. 이것이 4일 전부터 질서정연하게 고정되었다. 요즘 변비로 고생하시는 분들이 많다. 나도 그랬다. (소량의 죽염을 아침 저녁 물에 타 먹고있다. 이것 또한 효과가 있는 듯하다.)
영영 오지 않을것 같았던 몸의 규칙에 감동한다. 이제 큰 화장실은 아침 6시 일어나자 마자 부드러움으로 만난다. 아침 화장실의 기쁨을 느끼니 너무 좋아, 나도 모르게 "안녕, 잘가" 외치며 손을 살랑 흔들고 인사하며 물을 내린다. 정신이 맑아 상쾌한 것도 있지만 장의 맑아짐이 직접적으로 더 큰 상쾌함을 전달해준다.
귀여운 미니사과
아침은 과일을 먹으며 출근한다. 어제 저녁, 한개의 미니사과를 선물 받았다. 아담하고 부끄러운 홍조가 예쁘다. 앙 하고 윗니 아랫니 동시에 배어무니 상쾌한 즙이 푸른 나무같다.식감은 대추 식감이요 맛은 사과맛이 난다. 계속 씹으니 대추맛과 사과맛이 같이난다. 새로운 맛이다. 맛있다. 이 또한 행복이다.
여하튼 과일이나 커피가 들어가면 부드러움이 한 번 더 찾아 오기도 한다. 장이 깨끗히 청소되고 정리된다. 당연히 점심은 꿀 맛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