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고 차가운 산소가 피부를 깨운다. 아침의 상쾌한 줄넘기를 실행한 지 벌써 70일이 되어간다. 언제 날씨가 더웠다고 했는지 믿어지지 않는 똑같은 공간의 다른 분위기의 아침이다.
충전, 채워진다. 일상의 지침이 전보다 줄었다. 줄넘기로 체력을 키우는 것이 첫 번째 목표였다. 무엇을 할 때 원래 있었는데 이제야 꺼내 쓰는 듯한 내 안의 적극성이 요즘 보인다. 집, 차, 회사등 공간 정리와 청소의 행동이 그러하다. 쓰지 않는 물건이나 입지 않는 옷을 정리하여 버리는 재미가 생겼다. 비워야 채워진다는 말에 공감하며 하루에 하나씩 안 쓰는 물건을 찾고 있다. 버리는 것도 연습이란다. 연습한다.
두 번째는 꾸준히 무언가를 해서 무엇이 얻어지는가가 궁금했다. 아직 70일 밖에 되지 않았지만, 그 궁금증에 대한 지금의 답은 '나의 중심이 점점 잡힌다.'이다
나무밑동에서 살아있는 부분은 지름의 10분의 1 정도에 해당하는 바깥쪽이고 그 안쪽은 대부분 생명의 기능을 소멸한 상태라고 한다. 동심원의 중심부는 물기가 닿지 않아 무기물로 변해있고, 이 중심부는 나무가 사는 일에 관여하지 않는다. 이 중심부는 무위와 적막의 나라인데 이 무위의 중심이 나무의 전 존재를 하늘을 향해 수직으로 버티어준다. 생명활동에는 아무런 관여를 하고 있지 않지만 중심부가 있지 않으면 나무가 서 있을 수가 없다는 것이다. 수직으로 서지 못하면 나무는 죽는다. 나무의 늙음은 낡음이나 쇠퇴가 아니라 완성이다.
박웅현의 '책은 도끼다' 중에서
나무의 바깥쪽(외피)은 젊은 나무, 안쪽(중심)은 연륜이 있는 노인의 상태라고 한다. 바깥쪽은 계속 숨을 쉬고 움직이고 나무가 살 수 있게 일을 하고 활동한다. 시간이 지나면 젊은 바깥쪽 나무들이 나무의 중심으로 들어가 단단해지고 중심을 버티게 해 준다. 가만히 있지만 실제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나의 꿈줄도 안쪽 중심구슬이 나의 중심을 위해 물러나며 젊은 바깥쪽 구슬로 채워지고 있다. 오늘은 빨강이가 나의 중심을 선물해 주며 기꺼이 떠났다.
나의 중심을 선물하고 떠난 빨강이
허벅지, 종아리, 척추, 팔등 신체 부분들과 하고자 하는 마음을 강하게 먹어야 하는 의지 등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하며 줄넘기를 실행한다. 차곡차곡, 아직 얇지만 단단하게 포개진 중심이 생기면서 소모하는 에너지가 줄어듬을 느낀다. 이것은 꾸준함이 없으면 절대 만들어지지 않을 중심인 것을 깨달았다. '매일줄넘기는 힘들다'는 틀이 희미해진다. 70일을 실행하고 3개월도 안 되는 시간에 나의 중심이 가녀리지만 잡혔다. 어찌 보면 쉽고 어떻게 보면 무지 어렵다. 그냥 해보자. 된다.
중심에 계단을 설치했다. 한 계단 올라왔다. 그 밑은 이제 나의 세상이 아니다. 새로운 세상에 왔다. 계속 꾸준히 실행한다면 또 다른 세상이 있으리라는 기대감도 생겼다. 줄넘기로 삶이 다르게 보이고 실제로 다른 삶을 살고 있다.
하루하루 주위를 돌아본다. 무엇에 쫓기듯, 최대한 짪게, 빨리 얻고, 후다닥 지나간다. 부랴부랴 정신없이 헤엄친다. 아무것도 아닌것을 시급하게 둔갑시키는 세상 같다. 이런 세상의 흐름이 계속 이어져 당연함이 되고 '꾸준함은 말도 안 되는 것' '불가능한 것'으로 생각되게 만든다.
경험해 보니 꾸준함만이 진정으로 올바른 변화를 이끌 수 있다는 강한 확신이 생겼다. 급하게, 빠르게 -모래 위에 나무 -속빈, 눈으로만 좋아 보이는 겉모습 -깨질 것 같은 불안한 얇은 유리가 아닌, 내가 실행한 행동과 시간이 배신하지 않을 굉장히 단단하고 정의로운, 쉽게 사라지지 않을 중심말이다.
내일도 모레도 그냥 꿈넘기(줄넘기) 하면 된다. 꿈을 같이 넘어보자. 오늘도 꿈넘기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