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이와 쌀쌀이가만나 차가워진 날씨. 손이 시리다. 옷소매 부분을 잠시 손이 빌린다. 주욱 잡아당겨 손바닥을 덮는다. 옷소매 속에줄넘기 손잡이를 포옥 감싸고 함께 돌린다. 곧 서랍 속에 잠자고 있을 장갑에게 도움을 요청해야겠다.
조금은 따가운 공기가 콧속, 몸속으로 차갑게 들어온다. 하지만줄넘기가 끝날 무렵, 내 안에 들어온 공기는 순박한알맞은 온도로 바뀐다. 운동하기 좋은 날씨다.
소매 끌어당겨 장갑 만들기
85일째 매일 줄넘기, 거의 3개월이 다 되어간다. 시작부터 지금까지의 기특한 변화들을 살펴보았다.
첫 번째 변화는 일찍 일어나는 부담감이 사라졌다.
줄넘기 전, 7시 기상도 빠르다고 생각했다. 아침 잠이 많은 나는 항상 아침기상에 대한 부담감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일찍 일어나는 사람들이 존경스럽고 대단하다고 생각하곤 했었다.
줄넘기 후, 알람은 6시 10 분에 울리고 기지개를 피고 몸을 굴리다 보면 6시 20분이다. 겨울이 다가 오니 태양 보다 먼저 하루를 시작한다.
일찍 시작하는 만큼 잠에 드는 시간이 앞당겨졌다. 22시 30분이 지나면 자야 하는 시간임을 알려준다. 눈이 무거워지고 몸이 자연스레 침실로 이끈다. 누우면 바로 잠에 든다. 숙면한다.
결과적으로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습관이 자연스럽게 생겼다. 이 습관은 의식적으로 만드려고 한 것은 아니었다. 조금 일찍 일어나야 줄을 돌릴 수 있으니 5분, 10분 조금조금씩 눈을 뜨기 시작하면서 시간이 앞당겨졌다. 좋은 습관(꿈넘기)이 생기니 연속성으로 다른 좋은 습관이 찾아온 것이다.
두 번째 변화는시간을 알차게 쓰고 있다.
쉴 때, 시간이 조금만 있으면 줄을 넘을 수 있으니 자주 돌린다. 따로 운동을 해야지 하고 시간을 빼지 않아도 운동이 일상에 녹아든다. 어차피 한 시간 두 시간씩의 장시간 줄넘기는 몸에 무리가 된다. 지금처럼 자투리 시간에 건강을 챙기니 생각한 것보다 굉장히 알차고 효과가 좋다.
세 번째 변화는체력이다.
남들은 지치고 힘들다지만 웬만하면 괜찮다. 그래서 무엇을 더 하고 싶은 의지가 생기고 찾아서 하게 된다. 청소는 미루지 않게 되었고 오히려 더 자주 한다. 무언가 일이 주어지면 내가 먼저 하게 된다. 적극적인 사람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준비되어 있는 사람, 트랙의 출발 지점에서 총소리가 울리기를 기다리는, 총소리가 나면 바로 달릴 준비가 되어있는 사람, 그런 채비를 갖추고 있는 모습이 내 안에 자리 잡고 있다.
네 번째는 몸의 균형이다.
수영, 헬스, 걷기 등 과 마찬가지로 줄넘기도 양쪽 몸을 동시, 균형 있게 함께 사용하는 운동이다. 나는 몸의 한쪽을 많이 쓰는 라켓 운동을 많이 접했고 지금도 하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골반이 틀어지고 균형이 맞지 않는 몸의 느낌을 사소한 행동이나 우연한 동작에서 심심치 않게 느끼곤 한다.
긴바지를 입으면 오른쪽 기장은 딱 맞는데 왼쪽은 항상 뒤꿈치 쪽이 바닥에 끌렸다.
발바닥끼리 붙이고 앉으면 왼쪽 골반이 더 올라와 있다.
체육관 안에 일자로 그려진 코트의 선이 있으면 가끔 눈을 감고 일자로 걸어 본다. 몇 발자국 걷다 눈을 떠보면 라인의 오른쪽 저만치 가있다. 등등...
그러던 어느 날. 끌리던 바지가 안 끌린다. 검은색 내가 좋아하는 바지, 통이 넓어 접을 수도 없고, 왼쪽발의 끌림이 항상 신경 쓰여 높은 운동화를 신거나 걸으면서 바지를 추켜올리는 불편함을 감수하고 입었던 바지.... 끌리지 않네?.. 와.. 편하다.
몸의 균형이 바로 잡아지는 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임에 확신을 느낀다. 몸의 긍정적 변화에 기쁘다.
이렇게 줄넘기의 85일간, 눈으로 확인되고 느끼는 변화이다. 생각한것보다 더 긍정적으로 발전되는 기특한 모습들이 보인다. 계속 꾸준히 해보겠다.
계속 앞을 보고 걸었다. 뒤돌아보니 꿈줄과 나는 강을 건넜고 새로운 곳에 있었다. 뒤돌아 본 풍경에는 저만치 과거의 강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