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idi Aug 31. 2024

'스페인 1년, 글 쓰는 아빠가 되다.'  프롤로그

'스페인 1년 살기' 도전 중



지난날, 내 삶의 

주인공은 누구였는가?


40대인 나는 한집의 가장이면서 직장인이다. 직책이 올라가면서 예전보다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회사를 위해 할애하게 되었고, 좋은 결과물을 내야 한다는 압박감 또한 무시할 수 없었다. 때로는 나에게 주어진 역할들이 힘들어 잠시 떠나고 싶은 생각을 종종 가졌다. 하지만 용기가 없어 매일을 그저 버텨내고 있었다. 그리고 부동산, 주식 및 코인으로 돈을 벌었다는 지인들의 이야기를 접할 때마다 소외되고 경쟁에서 뒤처지는 느낌을 받았다. 그 영향 때문인지 미래에 대한 경제적 불안감은 점차 커져만 갔다. 그리고 끝이 보이지 않는 비교와 경쟁의 포비아 속에서 살다 보니 항상 내게 찾아오는 건 좌절감이나 피로감들 뿐이었다. 언젠가부턴 일상 속 행복은 느끼지 못한 채 무의미한 행운만 쫒으며 앞만 바라보게 되었고, 스트레스는 쓰러질 듯한 돌탑을 쌓아 올리는 것처럼 계속 누적되어 갔다. 무엇보다 나에게 가장 소중한 딸아이는 엄마, 아빠의 품이 아닌 어린이집에서 놀라운 속도로 빨리 자라고 있었다. 


어느 날 난 나 자신에게 질문을 던져보니, 대답은 나의 예상을 벗어나지 않았다.


'넌 지금 행복하니?'

'아니...'

'그럼 무엇 때문에 행복을 느끼지 못하는 걸까?'


지난날의 기억을 가만히 떠올려 보니 즐거웠던 일이나 기뻤던 일상들이 잘 생각이 나지 않는다. 하지만  나 자신을 잃어버린 채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면서 사회가 정해 놓은 기준틀 안에 들어가기 위해 매번 내 모습을 바꿔야만 했던 기억들과 함께 고통을 견뎌내고 있는 생각만 떠오른다. 


'난 왜 붕어빵이 되어야 하나?'


언젠가부터 나의 삶에서 진짜 내 모습은 지워진 채로 모든 이들이 쫓는 무의미한 행운만 바라보면서 살아가고 있다. 그것이 마치 내가 진실하게 되고 싶었던 꿈인 듯 착각한 채 무작장 남들을 따라갔던 것이다. 간혹 바라보았던 목적지에 도착했을 땐 성취에 대한 기쁨은 아주 잠시뿐 공허한 마음이 찾아들었다. 거듭하여 또 다른 의미 없는 행운을 쫓아가며 내 안의 에너지는 고갈되어 갔다. 이런 삶에서 잠시 벗어나 쉬고 싶다는 생각은 수도 없이 많이 했지만 결국 선택하지 못한 채 힘든 시간을 보내기를 반복했다.



스페인 Alarcón의 세기의 역사를 간직한 성에서 - Hidi 作

운명처럼 찾아온 '스페인 1년 살기'


오랜 시간을 거친 모래사막을 걷고 있는 것 같았다. 언젠가부터 오아시스와 같은 휴식을 가지기 위해 준비를 했고 마음의 용기를 내었다. 그리고 어렵게 가지게 된 내 삶의 온전한 쉼을 방해받고 싶지 않아 지금 내가 있는 곳에서 최대한 멀리 떨어진 스페인으로 떠나게 되었다.


큰 마음먹고 선택한 쉼은 우리 가족에게 잊지 못할 소중한 행운의 선물상자를 안겨주었고 그것의 뚜껑을 열어보니 지금까지 내가 버텨온 것과는 전혀 다른 삶이 담겨 있었다.

불안의 그림자를 드리우는 건
내 뒤에 있는 희망의 불빛


모든 불안과 아쉬움을 내려놓고 선택한 인생의 휴식은 그동안 잊고 살았던 소소한 행복의 소중함을 다시 깨닫게 해 주었다. 그리고 남들의 시선과 비교 속에서 빠져나와보니 진정으로 내가 하고 싶고, 이루고 싶은 꿈을 가지게 되었다. 그것을 이루기 위해서 도전하고 행동하다 보니 그림자처럼 어둡고 불안했던 미래가 차츰 밝고 설렘 가득한 것으로 바뀌고 있음을 느끼게 되었다.


스페인에서 소중한 아내와 딸과 함께 웃고, 장난치고, 먹고, 여행 다니면서 소중한 추억들을 많이 만들어 가고 있는 중이다. 이곳에서의 기억들 모두가 1년 뒤 일상으로 복귀했을 때 다시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가지 않고, 문득 찾아오는 어려움을 헤쳐나갈 수 있는 마법의 힘을 지니고 있을 것이라 믿는다.



변화의 움직임 찾아왔다.


'스페인 1년 살기' 꿈을 이뤄가는 과정과 느끼는 감정들을 블로그에 글로 적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기록들은 하나둘씩 쌓였고, 나의 이야기를 읽어 주는 사람들이 조금씩 늘어갔다. 그러자 언젠가부터 블로그에서 아주 적은 금액이지만 수익이 발생되는 놀라운 일이 나에게 벌어졌다. 일상 속 행복을 즐기며 기록했을 뿐인데, 어느 순간 행운이 곁으로 다가왔다. 이것이 계기가 되어 10년 전 잠시 가졌었던 작가가 되고 싶은 꿈을 다시 꾸게 되었고, 우연히 알게 된 '브런치스토리'에서 바랐던 작가가 되었다. 그리고 이제는 출간작가가 되고픈 소원을 가슴에 품었다.


가져보지 못한 진정한 나의 꿈이 생겼다.


예전엔 자연으로부터 즐겁고 행복한 감정을 느껴본 기억이 많지 않다. 그러나 스페인에서 마음의 여유를 갖고서 매일 걷는 거리 주변으로 시선을 돌려보니 계절의 변화와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게 되었다. 이것과 함께 지금은 일상 속 작은 행복들을 최대한 느끼고 즐기는 중이다. 


주위에서 나의 눈길을 사로잡는 것들에 관심 갖고서 하나둘 사진으로 찍다가 보니 어느새 '크리에이터'가 되었다. 그동안 회사원으로만 살았는데, 지금은 달라졌다. 메말랐던 열정이 다시 새싹처럼 움트면서 가슴속에는 설렘이 가득 차 오르고 있다. 그리고 창작을 통한 미래 가능성을 직접 눈으로 보니 앞으로 더 밝은 내일의 모습을 그려볼 수 있게 되었다.


좋은 기운은 옆으로 펴져 나갔다. 꿈을 이루기 위한 좋은 에너지는 가족들 모두에게 나타나기 시작했다. 아내는 대학시절부터 작곡가가 되고 싶어 했지만 바쁘게 살면서 오랫동안 잊고 살았다. 그러나 지금은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열정을 쏟으면서 자신만의 곡을 만들어 가고 있는 중이다. 한편 글을 쓰고, 새로운 곡을 만들면서 즐거워하는 엄마와 아빠의 모습을 곁에서 조용히 지켜보던 딸아이가 있었다.


"나도 엄마, 아빠처럼 꿈이 생겼어."

"난 화가가 될 거야."

"그래서 매일 그림을 그릴 거야!"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의 꿈을 스케치북에 그리고선 우리 앞에 서서 공식 발표를 했다. 우리 부부에게 찾아온 변화보다는 아이에게 찾아온 변화가 우리를 더욱 놀라게 했다. 아이의 미래는 부모의 현재의 모습에 따라 결정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현실의 장벽은 

우리를 성장시켰다.


예전 스페인 여행할 땐 모든 게 좋기만 했다. 그러나 1년 살기를 위해 이곳에 정착하는 것은 생각만큼 쉽지가 않다는 걸 깨닫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2024년 1월 30일 저녁, 손꼽아 기다리던 꿈의 목적지에 도착했다. 그러나 공항 밖으로 나와보니 짙게 깔린 어둠과 함께 비행의 피로와 추위가 느껴졌다. 예전에 따스하고 밝았던 스페인의 이미지와는 전혀 달랐다. 또 우리 가족이 머무를 집은 사람이 한동안 거주를 안 해서 그런지 싸늘하게 식은 채 우리를 맞아주었다.


'이것이 전조였을까?'


시차 적응도 채 되기도 전에 우리는 보이지 않는 높은 현실의 장벽을 마주하게 되었다. 낯선 시선들은 항상 우리 가족을 응시했고, 스페인어를 모르는 우리는 사람들과 의사소통을 거의 할 수 없었으며, 각종 행정처리는 복잡하고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그리고 딸아이는 유치원에서 괴롭힘을 당하거나, 여행 중 사고로 긴급수술을 받아야 했다.


어디를 가더라도 좋은 것만 있는 게 아니다. 시련은 꼭 찾아온다.


마주했던 어려운 상황들을 헤쳐나가는 과정에서 우리 가족은 삶의 지혜를 얻었고, 내면의 성장을 이루었다. 그리고 낯선 시선들로부터 자유로워져 우리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었고, 우리와 다른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들로부터 느껴지는 거리감은 차츰 좁아졌다. 때론 남들보다 빨리 이곳 삶에 적응하려고 조바심을 내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다시 예전처럼 비교와 욕심이 생겨나 스트레스를 받기도 했지만, 스페인 사람들의 여유 있는 표정과 행동을 바라보면서 다시 내 마음의 안정을 찾아간다.



소중한 인연과

마음 따뜻한 감동들


우리 부부에게 생기는 난관은 우리의 마음을 크게 뒤흔들거나 걱정과 슬픔에 빠져들게 하지 않았다. 그러나 우리에게 가장 소중한 아이에게 생기는 문제는 달랐다. 


딸아이는 유치원에서 괴롭힘을 당했고, 여행 중 추락 사고가 발생해 긴급수술을 받기도 했다. 다행히 말도 안 통하는 낯선 곳에서 눈물을 참아가면서 마주한 상황을 침착하게 잘 헤쳐나갔다. 그 결과는 우리 가족 모두를 예전보다 한층 더 성장하게 만들었다.


따스한 도움의 손길을 용기 내어 잡아보니
가슴속으로 전해지는 뜨거운 감동과 그 울림의 소리를 들었다.


지금껏 아내와 난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는 것도, 주는 것도 잘하지 못했다. 왜냐하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기를 원했고, 상대방에게 부담을 안겨주기 싫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우리 가족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 낯선 사람이 우리에게 베풀어주는 배려를 받지 못한 채 정중하게 거절했었다. 사실 그것은 우리에게 꼭 필요했던 것이었는데도 막상 받을 수 없었다. 재차 우리에게 도움을 주고자 했지만, 우린 거절을 했다.


"진심으로 당신에게 보탬이 되고자 하는데 왜 거부를 하나요?"


결국 우린 용기 내어 도움의 손을 잡고서 인생의 소중한 기억과 가르침을 받았다.


'도움을 베푸는 것뿐만 아니라, 받을 때에도 용기가 필요하다.'


이후 우리 가족에게 먼저 따뜻한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준 그분과 소중한 인연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분으로부터 뜨거운 감동과 선한 영향력을 받아서 지금껏 느껴보지 못했던 이타적인 마음을 가슴 깊숙이 새긴 채 변화를 준비하고 있다.



인생에도 뜸이 들 시간이 필요하다.


쉼 없이 달려가다 보니 내가 가진 에너지는 고갈되고 없다. 그리고 눈앞에 보이는 것이라곤 우물 안에 갇힌 개구리처럼 좁은 회사 속 사회뿐이다. 점점 세상을 바라보는 안목이 좁혀져 가고, 여유를 즐기면서 행복을 느낄 수 있는 마음 사라지고 있다. 그러다 굳센 마음을 먹고서 용기 내어보니 많은 것이 달라졌다.


우리 가족에게 있어 '스페인 1년 살기'를 하고 있는 지금 이 시간이 매우 중요하다. 스페인이라는 장소에서 받을 수 있는 아름다움도 있지만 가장 크고 매력적인 부분은 바로 나 자신과 가족에게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잠시 쉬어보니 지친 몸을 추스르고 에너지를 충전할 수 있었다. 더불어 잊고 있던 행복의 소중함을 알게 되었고, 미래가 기다려지는 기대감으로 부푼 하루를 보낼 수 있게 되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