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지 않아도 되는 선택

05

by 백연서

“너 성적으로 대안학교 가기 아깝지 않아?”


“그냥 인문계 가서 공부하는 게 좋을 거 같아.”


내가 고등학교를 대안학교로 간다는 걸 결정했을 때 친구들에게 많이 들은 말이었다.


중학교 시절 3년 내내 학교 폭력 피해자라는 꼬리표가 달렸다.


가해자들에게도 붙지 않은 꼬리표가 나한테 붙었다.

같은 지역 고등학교로 진학을 하게 되면 그 꼬리표는 평생 따라다닐 것 같았다.


그래서 아예 다른 지역 학교로 결정했다.


“그냥 인문계 가면 안돼? 거기서 공부하고 좋은 대학 가는 게 그 친구들을 이기는 진짜 방법이야.”


“가해자들은 좋은 고등학교 가고, 너는 왜 대안학교 가야 하는 데?”


아빠는 내 결정이 못마땅했다.


3년 동안 내가 얼마나 힘든 시간을 보냈고 견뎌왔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좋은 학교, 좋은 대학, 성공한 인생만이 정답이라 얘기했다.


이미 중학교를 다니며 실패한 학교 생활이라 생각했는데,

아빠의 말을 들으니 내가 진짜 실패한 사람처럼 느껴졌다.


엄마는 적극적으로 내가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도록 지지해 주었다.

갈 수 있는 학교 리스트를 만들어 주었고 자소서를 쓸 때 계속해서 같이 적어주었다.


“고등학교 가서는 재밌게 지냈으면 좋겠어.”


원하는 고등학교에 입학하여 기숙사짐을 챙길 때,

엄마는 내 짐을 같이 챙겨주었지만 아빠는 거실에서 핸드폰을 보고 있었다.


가는 길, 끝없는 불평 소리에 결국 이어폰을 꽂았다.


고등학교 시절, 아빠가 딱 한번 기뻐했던 적이 있었다.


전교생 중 유일하게 국어에서 100점을 받은 적이 있다.

아빠에게 말하지는 않았다.


엄마 손에 이끌려 아빠가 학교에 잠시 왔을 때,

국어 선생님께 내가 100점 받은 사실을 들었다.


“점수 얘기 들었어. 잘했네. 역시 내 딸이야.”


아빠는 내가 점수를 말하지 않았다는 게 서운해 보이지 않았다.

많은 사람들 앞에서 내 점수를 들은 후 흡족해 보였다.


자랑할 수 있는 자식이 자랑스럽지 않았던 적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월, 목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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