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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델린 Nov 20. 2024

천국과 지옥의 순간

2013년 9월.

 지금 시기는 검진센터 성수기라 예약건수가 많다
나는 많은 검사와 업무로 인해 힘들고 피곤한 거라 생각했다
퇴근 후 식구들과 저녁식사와 후식을 먹고  잠시 쉼을 가져보겠다고 핸드폰을 보던 내가 매일같이 정신을 못 차리고 자꾸 침대에 쓰러져 자는 것이 아닌가
잠이 들었는지 모를 정도로 어느 순간 졸고 있었다

평상시  이른 저녁에 잠을 자는 스타일이 아니다

 꼭 수면내시경 후 수면마취를 한 사람 마냥 내 의지와 상관없이 솔솔 잠이 쏟아졌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이렇게 며칠을 보내고 나서 내가 이렇게 피곤한 이유가 최근 설악산을 다녀오고 회사일 때문인 줄 알았다
근데 느낌이 싸하고 이상했다
순간적으로 생리를 해야 하는 날이 지난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이 아닌가
번개를 맞은 듯 나는 갑자기 내 다이어리 체크된 나의 한 달 주기를 찾아보았다
워낙 규칙적인 나의 생리패턴이지만 다이어리를 확인하는 순간 나의 생리예정일이 많이 지난 것을 알았다 늘 26일 주기인데 벌써 일주일이나 지나버린 것이다
나도 모르게 "헐" 설마 임신은 아니겠지!!"
탄성이 입 밖으로 나올뻔한 걸 입을 틀어막고 집에서 소리를 지를 수 없으니 몰래 약국을 가서  임신 테스트기를 사 와서 해보았다
근데 정말로 임신테스트기에 희미하게 두줄이 보이는 것이다
너무 희미해서 보고 또 보고 믿을 수가 없었다








나는 사실 임신해서 결혼할 생각이 없었다
근데  시할머니께서 신랑보다 4살 연상인 나를 보시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아이를  빨리 가져보라고 말씀하셨다

임신준비를 한 지 3개월이 되었을 때쯤 아이를 갖는 게 생각처럼 잘 되지 않았다
"우리 이렇게까지 해서 아이를 가져야 해?
 아이 가지려고 이러는 게 좀 별로야!!"
"그래 나도 싫어 그냥 결혼준비하면서 천천히 가지자!!!"

그냥 자연스럽게 아이 생기면 갖자고 신랑과 이야기하고 마음을 내려놓고 얼마 후 그렇게 우리에게 소중한 아이가 찾아왔다
사람들이 하는 말처럼 너무 신경 쓰면서 준비하면 안 생긴다고.. 마음을 내려놓는 순간 찾아온다는 말처럼 나도 그렇게 임신테스트기에 땅땅땅 두줄이 떴다~




요즘 시기는 아니지만 제 주변이 다 아이를 가졌고 나만 늦게 가졌다 생각해서 그런지 나에게 임신이란
얼떨떨하기도 하면서 나 혼자는 정말로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기쁨과 행복한 느낌이었다
친정부모님도 말은 안 하시지만 정말로 좋아하셨고
우리 집안에 찾아온 첫 손주를 위해 항상 회사까지 아빠는 데려다주시고 엄마는 나를 위해, 뱃속 우리 아이를 위해 먹고 싶다는 건 다 해주셨다~

또한 하반기엔 건강검진 수요가 많다 보니 바쁘게 일도 하면서 뱃속 아이를 잘 지켜내는 건 쉽지 않았다
임신초기라서 그런지 자꾸 배도 아프고 하혈을 조금씩 하는 바람에 병원에서 유산 가능성이 있다고 하여 유산방지질정을 처방받으면서 나는 이 생명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나는 임신이 쉽게 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한 생명을 뱃속에 품고 탄생시키는 일이 당연하고 누구나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 안일한 생각이 나에게 큰 충격을 주는 사건이 생겼다

주수마다 주기적으로 검진을 받고 나는 아이가 태어날 날만 생각하며 하루하루 보내다 어느 날 정기검진으로 산부인과를 찾은 그날 나는 세상의 끝을 보는 느낌이었다

입체초음파를 보는 날이었다 누굴 닮았을까 궁금하기도 하고 초음파 볼 때 달달한 음료를 먹고 가면 뱃속태아도 잘 움직인다는 말을 듣고 편의점에서 초콜릿우유를 한잔 마시고 병원으로 들어갔다 사실 달달한 음료가 마시고 싶기도 했다 임신하면 뭐든 다 잘 먹게 된답니다

진료실로 들어가니 담당 의사 선생님이 우선 초음 파실 가서 검사하고 오라는 하셨다
영상의학과 선생님이 초음파를 봐주시는데 오랜 시간 한참을 보시는 것이다
뱃속 아이가 얼굴을 잘 안 보여 주니 일어나서 좀 움직인 다음에 다시 초음파를 보자고 하셨다
나는 일어나 움직이고 배를 흔들어보기도 하고 배를 쓰다듬으며 "가을아 엄마 한데 얼굴 보여줘야지, 엄마가 가을이 얼굴 보러 왔어" 가을이가 얼굴을 보여주길 나름 애를 써봤다
다시 배드에 누워 초음파를 보는데 드디어 초음파 보시는 선생님이 간신히 초음파 장비로 가을이의 얼굴을 보여주었다 근데 자궁벽에 붙어 얼굴 반쪽만 살짝 보여주었다
내 눈에는 반쪽 얼굴이지만 그것도 너무 이쁜 것이 아닌가 역시 이제 나도 고슴도치 엄마가 되어가는구나 생각이 들었다




영상의학과 직원께서는 올라가서 의사 선생님에게 다시 결과에 대해서 들으라고 하시는데 뭔가 표정이 이상했다
느낌이 그런가 보다 생각하며 진료실로 향했다
주치의 선생님을 만나는 순간 하시는 말
"혹시 초음파 보는 선생님이 뭐라가 말해줬어요?"라고 하는 것이 아닌가
사실 1차 기형검사 때 다운증후군 고위험군이어서
그때도 고민 끝에 양수검사를 해서 음성판정을 받은 바가 있었다 그때도 그 말을 듣고 산부인과가 떠나가라고 울었던 기억이 있다 근데 이게 무슨 말인가 가슴이 또 쿵하고 내려앉는 느낌이었다

"혹시 또 이상소견이 있나요?"
"네  이상소견이 있어요 혹시 구순열이라고 아시냐?"
"네? 구순열이요?"
"아무래도 큰 대학병원 가서 확인을 다시 해봐야 할 것 같아요~
나도 이런 말을 하는 게 맘이 안 좋긴 한데 이건 수술하면 고쳐지는 거니까 너무 걱정 말고 우선병원 가서 다시 확인해봐야 할 것 같아요"

사실 오늘은 먼저 결혼한 동생이 임신계획도 해야 하니 궁금하기도 하고 항상 바쁜 남편 때문에 산부인과를 혼자 다닌 저를 생각해서 따라왔다
동생입장에선 이런 말을 같이 듣게 될 줄 몰랐을 것이다~

진료의뢰서와 영상을 준비하는 동안 잠시 밖에 있으라고 하셨다
나는 진료실을 나와 대시길에서 앉아있는데 나만 세상의 모든 슬픔을 다 짊어진 것처럼 하염없이 울고 또 울었다
앞이 보이지 않았다 많은 산모들과 병원에 진료받으러 같이 온 보호자들까지도 나를 바라보며 왜 우는지 궁금해하는 표정들이었다
그리고 산부인과에 같이 와준 동생도 말 못 할 힘든 표정으로 나를 달랬다
이 사실을 나는 인정할 수 없었다 믿고 싶지 않았다
지인이며 남들은 다 쉽게 아이를 갖고 또 건강한 아이를 출산한 사례를 수없이 보았다
왜 나는 임신 과정이 남들과 다르고 왜 우리 아이는 아픔을 갖고 태어날까
하늘이 원망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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