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오늘이구나
나도 모르게 자꾸 한숨만 나온다
검진센터에서 일을 하고 있는 나는 하루종일 한숨을 쉬니 직원들이 왜 그러냐고 물어본다
"선생님 뭐 힘든 거 있으세요?"
"왜"
"자꾸 한숨을 쉬시고 표정이 안 좋아 보이세요!"
" 아 그래 내가 한숨을 쉬었어? 미안 나도 모르게 나왔어 별일 없어 일하자"
친한 동료들 빼곤 우리 주원이가 정신과 약을 먹고 있는지 모르고 있다
발달이 지연되어서 아동발달센터에서 언어치료를 받는 정도만 알고들 있으니까.. 우리 아이가 다름을 나는 말하고 싶지 않았고 특히 약까지 먹는다고 말하는 건 나 스스로도 아직 감당하기 힘들어 말하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 퇴근이 얼마 안 남았고 나는 그전까지 평소 해왔던 익숙한 일이라 그냥 기계처럼 일했다.
일을 마무리하고 검진센터에서 나와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니 뭐가 그렇게 행복한지 다들 웃는 얼굴로 걸어 다닌다 나는 세상의 모든 불행을 혼자 짊어지고 있는 사람처럼 버티며 눈물을 감추고 나와 있는데 말이다
거기다 날씨까지 너무 화창하니 정말로 나의 기분은 최악이었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니 내 기분과 달리 하늘은 너무 예뻤다. 계속 보고 있자니 화도 나고 하염없이 눈물이 흘렀다
그래서 내가 믿는 하나님에게 기도해 본다.
"하나님 아버지 이 결정이 올바른 방법이겠죠? 주원이를 위한 게 맞나요?
혼자 생각해서 결정하기 너무 어려워요. 너무 마음이 아프고 힘들어요. 왜 제게 이렇게 힘든 고난을 주시나요. 전 어떻게 되든 상관없어요. 그러나 제발 우리 아이는 아니 당신이 주신 우리 아들에게 너무 가혹하잖아요. 제발... 제발... 도와주세요"
지금까지 나는 주원이가 장애아이인 것을 덤덤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담대하게 장애인 등록을 하러 갈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인생의 모든 순간은 다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아이를 장애인으로 등록하는 선택이 올바르지 않아서 아이의 인생에 걸림돌이나 오점으로 남는 건 아닐까 두려웠다 그래서 아이가 나중에 커서 나를 원망하는 건 아닐까. 그리고 좋아질 수 있는데 내가 섣불리 결정하는 건 아닌지도 나 스스로도 두렵고 무섭다 "그래 진단은 받았지만 오진일수도 있어....
주원이가 조금 느려서 그렇지. 때가 지나면 다 할 수 있겠지 우리가 올바르게 가르치지 않아서 그런 걸 꺼야.. 근데 이 진단이 맞으면 우리 아이를 잘 가르치기 위해선 장애인등록을 해야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 아 어렵다.. 그리고 눈물 난다..."
나는 연세대세브란스 소아정신의학과에서 받아온 진단서를 들고 무거운 발걸음으로 주민센터로 향하고 있지만 그 길이 왜 이렇게 천리길을 가는 거처럼 더디고 멀고 두려운 여행을 하는 느낌인 것일까 사실 남편은 내가 장애인등록한다고 하니 "꼭 그렇게 해야만 하는 거니?"라는 질문에
"응"이라고 말했지만 사실 나는 짧은 그 단어 속에 많은 망설임과 결정이 녹아있었다
아이를 키우는 건 둘이 하는 거지만 중요한 순간엔 내가 결정을 한다 그게 남편이 생각하기엔 내가 하는 결정이 신중하고 잘하는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나에게 모든 결정을 존중해 준다
그러나 이번은 열외였다
남편은 주원이가 장애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조금 남들보다 느리게 걷는 거라고 생각하며 서두르지 말라고 조금만 더디게 가자고 말을 한다
어느덧 나는 지하철을 타고 버스를 갈아타며
그렇게 나는 주민센터 앞에 도착해 있었다
30분을 넘게 주민센터 앞에서 서성거리며 들어가지 못하고 있으니 안내하시는 분이 필요하신 게 있냐고 물어본다
그래서 조심스럽게 아주 작은 소리로 입을 열었다
"아이 장애인 등록 하러 왔어요"
안내해 주시는 직원의 도움으로 나는 장애인 담당자 앞에 앉아 있다
그리고 담당자가 말하는 서류를 다 드리며 물어보는 것들에 대해 작성하고 사인하며 나와 주원이의 관계 그리고 등록 후에 카드가 발급이 되면 다시 오라는 안내와 장애인등록 후 혜택이며 할 수 있는 교육안내까지 듣기까지 걸린 시간은 오래 소요가 되지 않았다
그리고 완료가 되었다며 서류한 장을 내게 건넨다
장애인등록증명서..
증명서에 있는 우리 아이의 인적사항과 정말 해맑은 우리 아들 증명사진과 우리 아이 진단명까지 진짜 등록이 되었다
그렇게 모든 일들이 내가 애쓰며 걱정하고 고민하고 가슴앓이 한 시간들에 비하면 정말로 짧은 시간이었다
내손으로 내가 우리 주원이를 장애인으로 아이에게 동의 없이 그렇게 나는 우리 아들을
장애인으로 등록을 완료하였다
친정에 맡겨진 주원이를 데리러 가야 할 시간이었다
버스정류장에서 멍하게 나는 서있다
그리고 주변이 보이지 않았다 오롯이 나 혼자 그곳에 있는 거 마냥 나는 울고 울고 또 울었다
울고 있는 나를 보며 쳐다보는 시선 따위 신경 쓸 겨를도 없었다 지금도 생각한다 엄마로서 잘한 일인 건지 정말로 이것이 최선이었는지.. 글을 쓰는 이 순간도 이때를 떠올리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