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사람의 여전히 낯선 음악
퓨전 재즈를 표방하며 1993년이라는 이른 시기에 '낯선 사람들'이라는 그룹을 조직하여 가요계에 등장했던 '고찬용'이라는 뮤지션이 있다(낯선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는 시즌2에서 따로 다룰 예정이다.). 그룹 이름처럼 대중들에게는 낯선 이름일 수 있다. 하지만 뮤지션들에게는 결코 간과할 수 없을 만큼의 존재감을 발휘하는 인물로, 특히 걸출한 보컬리스트로 정평이 난 '이소라'에게는 멘토와 같은 존재라고 한다.
고찬용이 2012년에 발표한 정규 2집 [Look Back]에는 그의 음악적 역량이 눈부시게 빛나고 있다. 첫 트랙 '화이팅'에서부터 독특한 화성과 스캣을 연상케 하는 자유로운 멜로디 라인이 돋보인다. 재즈를 좋아한다면 이 앨범을 좋아하지 않기란 힘들 것이다.
이소라가 앨범을 낼 때마다 'Thanks to'에 고찬용, 김현철, 조규찬의 이름은 빼놓지 않고 적는다고 한다. 자신을 노래할 수 있게 만들어 준 세 사람에게 지속적인 감사와 존경을 표하고 있는 것인데, 김현철/조규찬과 달리 고찬용의 활동은 그다지 활발해 보이지 않아 아쉬울 따름이다. 아무래도 대중들이 고찬용의 음악을 유난히 어렵게 느끼기 때문이지 않을까. 대중과 많은 부분에서 타협한 나머지 두 사람에 비해 고찬용은 고집스럽게 '재즈'의 어법을 정직하게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일단 악곡 진행이 뻔하지 않다. 번번이 예측을 벗어난다. 이런 코드 다음에는 반드시 이런 코드가 나오겠지? 하는 예측은 고찬용 음악에선 할 필요가 없다. 뭇 대중들에게는 이런 요소들이 어렵게 느껴지기 마련이겠지만 이상하게도 나에겐 그게 참 매력 있고 좋게 느껴진다. 뻔하지 않은 것. 새로운 것. 난 그런 게 좋다. 계속해서 변화하고 싶다. 고여 있고 싶지 않다. 낯선 것들을 계속해서 원하고 싶다. 그 욕망을 채워주는 음악이 바로 고찬용의 음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