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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찬용

낯선 사람의 여전히 낯선 음악

by Charles Walker
2012.jpg 고찬용 정규 2집 [Look Back] (2012)

퓨전 재즈를 표방하며 1993년이라는 이른 시기에 '낯선 사람들'이라는 그룹을 조직하여 가요계에 등장했던 '고찬용'이라는 뮤지션이 있다(낯선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는 시즌2에서 따로 다룰 예정이다.). 그룹 이름처럼 대중들에게는 낯선 이름일 수 있다. 하지만 뮤지션들에게는 결코 간과할 수 없을 만큼의 존재감을 발휘하는 인물로, 특히 걸출한 보컬리스트로 정평이 난 '이소라'에게는 멘토와 같은 존재라고 한다.


고찬용이 2012년에 발표한 정규 2집 [Look Back]에는 그의 음악적 역량이 눈부시게 빛나고 있다. 첫 트랙 '화이팅'에서부터 독특한 화성과 스캣을 연상케 하는 자유로운 멜로디 라인이 돋보인다. 재즈를 좋아한다면 이 앨범을 좋아하지 않기란 힘들 것이다.


이소라가 앨범을 낼 때마다 'Thanks to'에 고찬용, 김현철, 조규찬의 이름은 빼놓지 않고 적는다고 한다. 자신을 노래할 수 있게 만들어 준 세 사람에게 지속적인 감사와 존경을 표하고 있는 것인데, 김현철/조규찬과 달리 고찬용의 활동은 그다지 활발해 보이지 않아 아쉬울 따름이다. 아무래도 대중들이 고찬용의 음악을 유난히 어렵게 느끼기 때문이지 않을까. 대중과 많은 부분에서 타협한 나머지 두 사람에 비해 고찬용은 고집스럽게 '재즈'의 어법을 정직하게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일단 악곡 진행이 뻔하지 않다. 번번이 예측을 벗어난다. 이런 코드 다음에는 반드시 이런 코드가 나오겠지? 하는 예측은 고찬용 음악에선 할 필요가 없다. 뭇 대중들에게는 이런 요소들이 어렵게 느껴지기 마련이겠지만 이상하게도 나에겐 그게 참 매력 있고 좋게 느껴진다. 뻔하지 않은 것. 새로운 것. 난 그런 게 좋다. 계속해서 변화하고 싶다. 고여 있고 싶지 않다. 낯선 것들을 계속해서 원하고 싶다. 그 욕망을 채워주는 음악이 바로 고찬용의 음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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