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인 듯 재즈 아닌 재즈 같은 너
요상한 이름의 밴드이다. '경기남부' 다음엔 왠지 '민요' 같은 게 따라붙어야 할 것 같은데 엉뚱하게도 '재즈'가 갖다붙었다. 경기남부 출신의 모 청년들이 모여 민요가 아닌 재즈를 연주하는 밴드라는 뜻 같은데, 음악을 들어보면 비단 재즈에만 국한되어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오히려 재즈처럼 자유롭게, 장르라는 틀에 갖히지 않고 본인들 뜻대로 마음껏 펼쳐낸 밴드 음악 같다.
우선 보컬에 대해 말해야 할 것 같다. 재즈 보컬의 전형적인 형태가 있다. 유려한 선율을 그리며 스캣도 왕왕 하고, 어딘가 고급진 느낌을 보여야 할 것 같은데 이 밴드의 보컬은 그런 전형성마저 탈피한 모습이다. 거칠고 투박하면서도 자유로운 분위기로 노래하는데 오히려 그것이 훨씬 더 재즈스럽게 다가온다. 재즈라는 게 대체 무엇인가? 전형적인 재즈라는 건 어떤 건가? 이 질문에 명확하게 답할 수 있다는 것이 오히려 더 재즈스럽지 않은 것 아닐까.
그 밖의 연주는 흠잡을 데 없이 완벽하다. 자미로콰이(Jamiroquai)나 인코그니토(Incognito) 등의 현대 퓨전 재즈 밴드의 그것을 계승한 듯한 그루비한 연주를 들려주는데, 밴드명에 '재즈'가 붙는다고 해도 아무런 위화감 없는 뛰어난 연주이다.
노랫말에는 현대를 살아가는 청년들의 힘겨운 삶과 그 애환이 절절하게 담겨 있다. '조기퇴근'이나 '출근길' 같은 곡을 들어보면 연신 고개를 주억거리게 될 것이다. 그렇지. 삶이란 뜻대로 되지 않아 쉽지 않지. 대체 뭐 어쩌라는 건지. 에라 모르겠다. 술이나 마시자.
앨범명도 '어른이'이다. 아마도 '어른+어린이'의 합성어일 것이다. 우리는 어른이 미처 되지 못하고 어린이라는 이름표를 강제로 떼버려야 했다. 어른인 체하며 억지로 살아가고 있지만 어쩐지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있는 느낌이다. 그러니 이들은 음악 안에서라도 어린이 본성을 드러내고야 마는 것이다. '그냥 가사를 싸놓고 노래를 갈기(수록곡 '오디오청년' 노랫말 중에서)'는 거다.
생각을 깊게 하지 않고 단순명료하게 드러내는 메시지야말로 듣는 이의 입장에서는 훨씬 더 큰 동요를 일으킬 수 있다. 앨범 전체에 깔려 있는 키워드는 단연코 '자유'이다. 물론 현실에서 자유를 얻기란 쉽지 않다. 어떤 굴레에서도 해방되지 못하고 그냥 살던 대로 살아갈 것이다. 그렇기에 이들이 부르짖는 자유와 해방은 어쩌면 공허한 울림에 그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누군들 자유롭게 살고 싶지 않은 사람이 있겠는가? 하지만 그 자유를 얻기 위해서는 너무 많은 것들과 싸워야 하고, 너무 많은 것들을 포기해야 한다. 그럴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있겠는가.
에라 모르겠다. 그냥 이 음악을 듣고 있는 동안만이라도 '자유'와 '해방'에 대해 생각하련다. 그것이 무엇인지. 그것을 지향하는 최선의 삶이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