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션 프로그램 우승자의 조용한 기품
엠넷(m.net)에서 방영된 대국민 오디션 프로그램인 슈퍼스타K의 시즌6(이하 슈스케6)에 출연하여 우승을 차지한 곽진언의 정규 1집 앨범 [나랑 갈래]이다. 곽진언의 우승은 매우 값진 의미가 있다. 화려한 기교나 폐부를 찢는 듯한 고음 없이도 '우승'이라는 큰 성과를 얻을 수 있다는 걸 보여준 사례이기 때문이다. 곽진언의 노래는 꾸밈없고, 진솔하며 잔잔하다. 그래서 언뜻 들으면 별다른 특징이 없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그가 우승할 수 있었던 저력은 바로 그 '슴슴함'에 있다. 사람들도 매번 반복되는 패턴에 지친 것이다. 경연에 우승하려면 남들보다 월등히 뛰어난 성대 피지컬을 갖고서 우악 하고 시원하게 고음을 내지를 수 있어야 한다는 패러다임에 대중들은 환멸을 느꼈다. 곽진언은 그러한 빈틈을 파고들어가 진솔한 '감성'에 호소하여 쾌거를 이룬 것이다.
슈스케6가 2014년 11월에 끝났으니, 곽진언은 그로부터 약 1년 6개월 만에 정규 1집 앨범인 [나랑 갈래]를 내놓게 된다. 이 앨범을 대중에게 건네는 곽진언의 손길은 왠지 수줍다. 자신의 이야기가 오롯이 담긴 첫 번째 기록을 내놓는 것이니 아무래도 그럴 테지만, 앨범을 들어보면 아직 낯을 많이 가리는 것 같은 인상이 있다. 경연 프로그램 우승자라서 거만하게 구는 것은 아무래도 좀 재수없겠지만, 그렇다고 이렇게까지 낯을 가리며 수줍어할 것까진 없지 않을까. 조금은 자신감 있어도 될 것 같은데.
앨범의 곡들은 그간 그가 펼쳐 왔던 포크(Folk) 장르에 기반을 두고 있다. 타이틀곡 '나랑 갈래'는 '햇살 따스한 날에 나랑 도망갈래'라는 노랫말로 듣는 이를 일상으로부터 건져올리려 하고 있는데, 잔잔하게 스며드는 포크 기타 사운드와 점점 고조되는 감정선으로 듣기 좋은 바이브를 만들어낸다. 하지만 그로부터 3년 후, 한 여성 뮤지션으로부터 같은 주제의 엄청난 히트곡이 나오게 되면서 이 곡은 묻히고 만다. 그게 바로 선우정아의 '도망가자'이다...
그 밖에도 '택시를 타고'나 리메이크곡인 '아침 이슬', 슈스케6에서도 선보인 적 있었던 '자랑', '후회' 같은 곡들이 있으나 전체적으론 만족감보다는 아쉬움이 더 큰 앨범이다. 뮤지션 곽진언으로서의 매력을 온전히 다 담지 못한 느낌이랄까. 앨범의 모든 곡이 비슷한 템포에 비슷한 톤으로 전개되고 있어서 약간 지루한 감이 없지 않다. 아직은 첫 번째 정규작이니 섣불리 판단하기는 어렵지만, 두 번째 작품부터는 사운드 측면에서도 새로운 시도를 해 보는 것이 좋지 않을까. 절친한 선후배 관계인 존 박의 사례를 참고해 보면 좋지 않을까.
내가 [Why So Underrated?]의 2화에 썼듯이, 존 박의 2집 앨범은 정말 역대급 명반이기 때문이다. 1집과 무려 12년의 간극이 있긴 하지만, 그 12년의 세월 동안 존 박의 음악성이 비약적으로 성장했음을 그 앨범 한 장으로 여실히 보여 주었다. 본질을 잃어버리지 않고 장르의 다양성을 추구하는 방법이 이 앨범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무려 곽진언도 이 앨범에 참여했다(타이틀곡 '꿈처럼'의 노랫말을 곽진언이 썼다.)! 그러니 앨범 작업 과정을 아주 작은 파편으로나마 지켜본 적이 있을 테고, 완성된 앨범은 무조건 들어봤을 테니 곽진언의 다음 앨범도 기대할 여지는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