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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카스텐

카멜레온처럼 다채로운 매력의 록 밴드

by Charles Walker
스크린샷 2025-09-25 084512.png 왼쪽부터 국카스텐 정규 3집 [AURUM] (2025), 정규 2집 [FRAME] (2014), 정규 1집 [Guckkasten] (2010)

이들의 첫 등장은 충격 그 자체였다. 한국에도 드디어 이런 음악을 하는 밴드가 나오는구나, 생각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정규 1집을 처음 들었을 당시에는 이들의 음악 세계가 워낙 심오하다 보니 거기에 몰두하느라 보컬이 얼마나 노래를 잘하는지에 대해서는 완전히 놓치고 있었다. 내가 노래하는 사람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뛰어난 목소리를 뒷전에 놓고 음악의 메시지를 이해하는 데에 몰두하고 있었으니 국카스텐이라는 팀이, 더 나아가 하현우라는 보컬이 '좋은 밴드'란 모름지기 어떠해야 하느냐를 얼마나 많이 고민했을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하현우의 가창력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던 건 그로부터 2년이 지난 뒤 '나는 가수다 시즌2(이하 나가수2)'가 방영되던 때, 국카스텐이 이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부터였다. 브라운관을 뚫어버릴 듯한, 소위 미친 가창력과 기세 넘치던 밴드 연주는 압도적이었다. 다른 출연자들의 존재를 무색하게 만들 정도의 위압감이었다. 국카스텐은 그렇게 초창기부터 이미 남다른, '될성부를 떡잎'이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이들이 나가수2에 출연하면서 맨 처음 부른 곡인 '한 잔의 추억(원곡 이장희)'을 듣노라면 술 한 잔 같이 안 하면 큰일날 것만 같다. 얼기 직전의 시원한 맥주 한 잔을 마신 뒤 캬하 하고 내뱉는 소리처럼 청량감 넘치는 목소리로 '마시자! 한 잔의 추억! 마시자! 한 잔의 술!'하고 외치는 하현우의 모습은 록에 생소한 대중들마저도 단번에 사로잡을 만큼 강렬하고 인상적이었다. 이후에도 프로그램에서 계속해서 승승장구하는 모습을 보이며 국카스텐은 대중들의 뇌리에 깊이 각인되었다.


나가수2가 끝나고 2년이 지난 2014년, 정규 2집 [FRAME]이 발표되었다. 이 앨범에는 1집과는 또 다른 국카스텐의 매력을 엿볼 수 있는데, 1집에서는 국카스텐만이 할 수 있는 독창적인 음악성에 초점을 맞추어 결과물을 만들어낸 반면, 2집에서는 다양한 장르를 폭넓게 수용한 양상을 보인다. 언뜻 라디오헤드(Radiohead) 같은 사운드를 들을 수 있기도 하며, 이후 3집에서 본격적으로 펼쳐내게 되는 국악과의 크로스오버도 2집에서 이미 초석을 깔아놓고 있다.


2집 활동이 끝나고 나니 하현우는 경연 프로그램인 '복면가왕'에 출연하여 무려 9연승 가왕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지게 된다. 이렇게 레전드 보컬리스트임을 만천하에 증명하고, 솔로 미니 앨범까지 발표하는 등 한동안은 혼자서 활동하는 모습을 보였기에 이제 밴드 국카스텐으로는 나오지 않는 건가 하고 생각했었다. 알다시피 한국은 록의 불모지이다. 이런 척박한 환경에서 록 밴드를 끝까지 밀고 가는 게 현실적으로 쉬운 일이 아니지 않은가. 아쉽지만 그래도 저 형도 살아야 하니까, 어쩔 수 없다며 고개를 주억거리고 있던 어느 날...


불과 얼마 전이다! 2025년 9월 18일, 국카스텐이 완전체로 정규 3집 [AURUM]을 내놓으며 우리에게 돌아왔다. 무려 20곡의 빵빵한 트랙리스트까지. 게다가 2집 때보다 장르적으로도 훨씬 더 다양한 음악을 선보였다. 인트로의 'DREAM'에서는 하현우가 창 비슷한 흉내를 내며 국악적인 흥취를 더하는데, 걸출한 보컬리스트답게 맛깔나게 소화해 내는 모습을 보인다. 타이틀곡은 'ROLLER'인데, 개인적으로는 국악과 크로스오버를 시도한 리믹스 버전이 정말 뛰어나다고 생각한다. 장구와 태평소, 징 등을 영리하게 활용하고 '풍도가 인다!'라는 외침이 중간중간에 들어오며 흥을 더하는데 정말 그 맛이 기가 막힌다.


나의 우선순위를 굳이 따져보자면 1집 > 3집 > 2집 순이다. 1집과 3집은 근소한 차이가 있을 뿐, 거의 비슷한 차원으로 좋은 앨범이라고 생각하고, 2집은 솔직히 말하자면 소포모어 징크스에 살짝 빠졌었다고 생각한다. 아마 최근에 3집이 나오지 않았더라면 아쉬움을 가득 담은 채 글을 마무리했을 수도 있겠지만, 이렇게 극적으로 멋진 3집을 만들어서 나왔으니 2집에 대해 '3집을 위한 빌드업이었다'라고 평가할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다. 1집의 그 충격적인 등장, 2집에서의 과감한 시도 끝에 3집에서는 어떤 밴드도 해낼 수 없는 음악적 성취를 거두었다. 이만큼 드넓은 음악적 영토를 갖고 당당하게 호령할 수 있는 록 밴드가 한국에 몇이나 있을까. 역시 국카스텐은 독보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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