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내가 사랑하는 것들

by Charles Walker

조금 더 정확히 밝히자면, 내가 사랑했던, 사랑하는, 또 앞으로도 사랑할 것들에 대한 기록이다. 록 밴드 부활의 리더이자 기타리스트인 김태원이 'Lonely night'이라는 명곡으로 오랜만에 전성기를 맞았던 1997년, 당시 보컬이던 박완규가 솔로 준비를 위해 팀을 나가겠다고 하자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성공하기 위해 팀을 나가는 건 좋다. 다만 영혼만은 다치지 말아라.' 결과적으로 박완규는 팀을 나간 후 '천년의 사랑'으로 성공을 거두었지만 생활고에 시달릴 만큼 큰 좌절을 겪게 되었고, 김태원을 다시 만났을 때는 몸도 마음도 완전히 망가져 있던 상태였다. 그런 박완규에게 김태원은 '비밀'이라는 곡으로 박완규의 재기를 도왔고, 지금까지도 두 사람은 부활의 일원으로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나는 내 일을 사랑했다. 교사로서 자부심이 있었고, 잘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다. 작년에 3학년 담임을 하면서 아이들을 위해 진정성 있게 베풀면서 많은 보람을 느꼈고 매순간 최선을 다하여 주어진 일을 착실히 했다. 그래서 올해 연달아 3학년 담임을 맡으면서도 나는 잘할 수 있다고 믿었고, 그 믿음에 한치의 의심도 없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사고가 있었고, 그 과정에서 누군가로부터 '당신은 노력하지 않는 교사'라는 평가를 들었다. 오랜 세월 동안 내 안에 쌓아오던 자기 확신과 자아효능감이 그 순간에 와르르 무너져내리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나 자신을 갈아넣으며 일했는데, 가정도 포기하며 학교에 헌신했는데. 왜 나에게 이런 표창이 날아와 박히는 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더는 학교에 있을 수 없었다. 마음이 추스려지지가 않았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학교에서 보냈던 시간들이 내게 조금의 의미도 없었다는 사실을 오래지 않아 깨달을 수 있었다. 왜냐하면 그건 내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나는 나를 포기하고 뒷전에 둔 채 오로지 일에만 매달렸다. 교사는 무조건 손해봐야 하고, 양보해야 하고, 참아야 하기 때문에 '나'를 내세우면 일을 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노력하지 않는 교사'라는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의 여부를 떠나서, 그 말은 나를 일깨웠다. 잃어가고 있는 나를 찾아야 했다. 박완규가 만신창이 상태에서 김태원을 만났을 때처럼, 나도 어떤 '만남'을 통해 무너져내린 나를 회복해야 했다. 그것이 내게는 글쓰기였다.


이번에 선보일 '내가 사랑하는 것들'은 내가 아주 오래 전부터 블로그에 써 왔던 글들을 선별하고, 조금씩 다듬어서 내놓을 계획이다. 책을 읽고, 음악을 듣고, 거기에 대한 글을 쓰는 것을 소일거리로 삼아왔던 나이기에 지금까지의 기록들을 더듬어나가다 보면 잃었던 나의 조각들을 모아 다시 일어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글쓰기가 가진 회복의 힘을 나는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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