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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산에

돌려 말하지 않는 진짜 '사내'의 자유로운 노래

by Charles Wal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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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강산에 1집 [Vol.0] (1992), 2집 [나는 사춘기 - Vol.1] (1994)

강산에의 1집과 2집 앨범은 한국 대중음악사 100대 명반에 당당히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러지 않고는 이 아티스트를 접할 기회가 내겐 없었을 것이다. 왠지 진입장벽이 좀 느껴지는 사람이 있다. 범상치 않은 아우라가 있달까... 이 강산에가 그렇고, 안치환도 그렇고, 음악이 좀 셀 것 같은 이미지.


하지만 직접 들어보고 나서는 그렇지 않았다. 적어도 이 1집과 2집에서는 그런 센 에너지가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가사도 토속적이고 친근했으며 사운드도 말랑말랑한 편이었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강산에의 노래는 '삐딱하게'나 '거꾸로 강을 거슬러오르는 저 힘찬 연어들처럼'과 같은, 어딘가 반골(反骨)의 향기가 진하게 묻어나는 것들이었기에 어쩌면 처음부터 지레 겁을 집어먹었는지 모른다.


이 1집과 2집에서 풍기는 이미지는 그리움, 향수, 희망 같은 것들이다. 선이 굵은 목소리로 힘차게 불러주는 노래들을 하나씩 꺼내듣다 보면 축 처진 어깨가 절로 쭉 펴지는 느낌을 받는다. 누구나 하나쯤 갖고 있는 그리움의 민낯을 그려 보여주는 '...라구요'(1집)나 무심한 듯 어깨를 툭 치며 위로와 격려를 건네는 희망의 찬가 '넌 할 수 있어'(2집) 같은 곡이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데에는 당연히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아쉽게도 이 두 앨범 이후의 다른 앨범들은 아직 들어보지 못했다. 갖고 있는 음원들이 워낙 많다 보니, 이걸 내 평생에 다 들어보고 죽을 수 있을지조차 의문이다. 그래서 이 글을 시작한 것이다. 하루에 한 아티스트씩 들으면서 글로 느낌이라도 남겨놓으려고. 더 많은 새로운 노래들을 들어볼 욕심은 없다. 그저 내가 갖고 있는 음원이라도, 내 미친 수집벽이 만들어놓은 이 어마어마한 콜렉션이라도 제대로 마스터하자는 마음뿐.


1집과 2집 사이의 간극은 꽤 크다. 1집에서의 표현은 절제되어 있고, 어딘가 말랑말랑한 듯하면서도 아련한 감성이 묻어난다고 한다면 2집은 거칠 것 없는 자유로운 에너지가 여과 없이 뿜어져 나온다. 2집에서 조용한 곡이 '넌 할 수 있어'와 '널 보고 있으면' 정도이고(이 두 곡은 정말 최고다), 나머지 곡들은 '하고 싶은 말 맘껏 하겠다'라는 기세로 힘차게 질러준다. 개인적인 취향을 밝히자면 나는 1집 쪽이 더 마음에 든다. 물론 2집과 같이 거센 에너지도 세상에 필요하다는 건 인정하지만 그래도 요즘의 난 좀 가벼운 게 좋다. 가볍고, 쉽고, 부드러운 것. 그게 요즘의 내 추구미인 듯하다.


오늘은 강산에라는 '사내'가 건네는 위로에 마음을 편안하게 맡겨 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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