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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RKER Aug 20. 2024

3부 여름 이야기 '뜨거웠던 나의 젊은 시간 들'

필요한 만큼 만 벌고 싶었다. part 1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 말도 말았고 탈도 많았던 시간. 그럼에도 나의 인생 속에서 의미가 있으며 다양한 추억과 이야깃거리가 많았던 군(종)대에서 보냈던 시간 들.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그 모든 일들이 일장춘몽(一場春夢)이 아니었을까? 마치 잘 자고 일어난 한순간의 꿈처럼 말이다.      




전역 후 다시 사회(교회)로 돌아온 나에게는 현실만이 있을 뿐이었다. 자신을 향한 열정이라는 뜨거움은 있지만 군종 시절 내 주변에서 함께 있었던 그들처럼 순수함으로 똘똘 뭉친 채 하나의 목표만을 추구하는 이는 보이지 않았다. 혹자는 내가 찾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역시나 앞에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뿌리가 약했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나 홀로 독야청청(獨也靑靑) 할 수도 없을뿐더러 다른 사람의 눈에는 별것 아닌 나중에 들어온 돌멩이일 뿐일텐데 말이다. 그러니 얼마나 보기 싫었을까? 그저 고개를 숙인 채 시키는 데로 겸손이라는 옷을 입고 있었더라면 모두가 보기에 좋았을지도 모르겠지만 이미 군화를 거꾸로 신은 마당에 이 모든 일들은 쓸모없는 것일 뿐 그렇게 나는 이미 눈 밖에 나 버린 것이었다.




저마다 다르겠으나 보통은 군에 가기 전*후로 6개월에서 많게는 1년 정도 쉬는 것을 보았다. 그때는 왜 그렇게 해야 하는지 과연 그렇게 할 필요가 있는 것인지 생각을 했지만 (지금 생각해 보니 정리와 시작이라는 의미에서 본다면 이는 꼭 필요한 것 같다 하지만 또 다른 일부는 흥청망청 시간을 보내기도) 나는 그러지 않았다. 전역일과 복학 시기가 잘 맞았기도 했지만, 방학이 끝났으니 다시 학교에 가야겠다는 단순한 생각이었고 그렇게 3학년 2학기로 복학을 해 교회와 학교를 같이 다니게 되었지만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교회와의 관계를 멀어지고 4학년이 되어서는 학과 교수님과 함께 신앙생활을 하며 나의 길을 찾고자 하였다. 그러며 이제는 나이가 있고 마지막 학기에는 장학금을 목표로 정말 열심을 갖고 최선을 다했었다. 하지만 결과는 장학금을 받을 수가 없게되어 어찌된일진지 담당 교수에게 물어보았는데 한 끗 차이로 그렇게 조금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나는 그  즉시로 돈을 벌어야겠다며 휴학을 하였다. 지금 생각해 본다면 어디서 그런 생각에 그런 용기가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대학 1학년 때인가 선배들을 통해 들은 이야기인데, (모든 신학생이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가정 형편이 어려웠던 선배들은 학비를 마련하기 위해 방학이면 군고구마와 군밤을 팔기도 했다는 것이다. (돈을 벌 수 있는 다른 방법도 있었을 것인데 왜 하필.. 그것의 진위는 자치하고서) 이것이 경제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지극히 바른 이야기이겠으나 내가 다녔던 교회에서는 이것이 통용되지 않았던 분위기였다고나 할까? 지금도 그럴지는 모르겠으나 그렇게 한다면 믿음이 부족한 모습이었던 것이었다. 그러나 이 모든 족쇄에서 벗어나졌고 군에 다녀오기 전까지는 나 역시 그러한 생각에 동조하였지만, 두 자녀의 학비를 마련하기 위해 홀로 고생하시는 어머니의 모습을 볼 때면 더는 가만히 있을 수 없었던 것이었다.




무런 일도 아닌데 어찌 보면 너무도 당연한 일인 것인데 나의 이 선택하나가 이후 나의 삶을 전혀 다른 길로 가게 하는 시발점이 되고 말았으니, 인생인 것이 참 알다가도 모를 일이 아닐 수 없겠다.




"만약에 이때 휴학하지 않은 채 어머니에 대한 죄송한 마음을 무릅쓰고 끝까지 학교에 다녔다면, 나 역시 집안의 누구처럼 아무런 생각 없이 학업에만 몰두했다면 내가 원하는 것을 하며 행복했을까? 살아보지 않은 삶이기에 정확히는 알 수 없겠지만 분명한 것은 세상을 살아보니 결국 이기적인 사람이 잘 살더라는 것이다. 괜시리 어쭙잖은 마음으로 다른 사람을 배려(그것이 가족이든 남이든)하고 나니 결국에 남은 것은 상처뿐이더라. 악에 대한 끝은 없어도 선에 대한 끝은 있다고 하던데 그것도 모두에게 맞는 말은 아닌가 싶다."




지금도 그런지 모르겠지만, 한때 청소대행이라는 분야가 쟁점이 된 적이 있었다. 물론 어떤 일을 하는지 모른 채 단지 이 회사에서 총무를 뽑는다는 말에 이력서를 제출한 것일 뿐이었는데 웬걸 차라리 자격이 되지 않는다면 뽑지 않으면 그만인 것을 괜히 뽑아서 현장직으로 보내 버린 것이었다. 지금 생각해 본다면 말도 안 되는 것이었는데, 그때는 무슨 생각에서였는지 모르겠다. 아마도 어떻게 해서든 돈을 벌어야겠다는 생각만으로 주변을 보지 못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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