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2K(Year 2000 Problem) : 문자 그대로 2000이라는 숫자의 인식 오류에 따른 위성, 의료, 에너지 등 사회를 유지하는 시스템 체계의 오작동으로 인하여 전 세계적으로 큰 피해가 우려된다는 것. 하지만 이보다 더욱 시끄러웠던 것은 새천년을 앞두고 과거부터 예언되었던 종말론에 의한 사회적 동요들은 아니었을까?
벌써 24년 전의 일이었으니 현재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젊은이들은 그때의 일들을 알고 있을까? 아니 혹여라도 들어본 적은 있으려나? 교과서에서는 아닐까? 그 시대를 살았던 어느 정도 연배가 있는 사람들조차 굳이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지 않는다면, 어찌 보면 그때의 큰 사건이라고 한 것들이 과거의 유물과도 같이 되어버렸지만 20세기 말 세계를 흔들었던 그때는 정말 무슨 일이 일어날 것 같았던 시기였고 그렇게 나는 세기말에 군대라는 곳에 가게 되었다.
춘천의 보충대에서 2박 3일인가 있으며 갈 곳을 배정받았고 나는 강원도 화천에서 군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다. 그런데 욕심이었을까? 티브이에서 보던 것처럼 훈련소 앞에서 여자친구와 함께 이별의 눈물을 흘리는 애틋한 상황도 없었으며 자식을 떠나보내는 부모님의 근심 어린 눈빛 역시 기대할 수 없었으니, 물론 입대 전날 어머니께서 함께 가는 것에 관해 이야기하셨지만, 아버지를 보내드리고 얼마 되지 않은 상황 속에서 차마 그 말씀을 따를 수는 없었고 그렇게 나는 지금까지도 연락하고 있는 친구 2명 만이 보충대까지 함께 해주었다. 이러한 상황은 전역 때까지 변하지 않았는데 가족을 포함한 지인의 방문은 없었으며 그로 인한 외출, 외박 역시 없었는데 그래서였을까? 말로만 듣던 군대에서 군화를 거꾸로 신는 일이 발생하였으니 어찌 보면 이는 선택의 문제라기보다는 운명이라는 말이 더 어울릴지도 모르겠다.
지금은 약간 시들해졌지만, 한때 자연에서의 삶을 소재로 한 P.G. 방영되었고 이에 발맞추어 귀농, 귀촌 생활이 유행하였다. 또한 여행을 소재로 한 텐트나 차박이 유행했던 적이 있었는데 나 역시 그에 발맞추어 생활했다면 군 생활이 좀 더 편하지는 않았을까 싶기도 하지만 서울에서 태어나 도시 생활에 익숙했던 청년이 처음으로 산골 오지에 가게 되었으니 그 첫인상을 어찌 다 표현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저 왼쪽을 보나 바른쪽을 보나 오로지 눈에 들어오는 것들은 산! 산! 산! 뿐이었으니 말이다.
군부대가 산골 오지에 있는 이유는 정말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사회적, 경제적, 시대적 과도 같은 복잡한 모든 상황은 고려하지 않고 단지 군 생활을 했던 입장에서만 이야기해 본다면, 이는 사람을 단순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아니었을까 싶다. 그렇게 사회와 격리된 채 오로지 군인이 되기에 필요한 것들만 교육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 말이다. 낯선 환경에서 처음으로 경험해 보는 상황들... 이 모든 것들이 힘들지 않았다면 그것은 거짓말일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약이라고 했던가? 그렇게 조금씩 익숙해지기는 했지만, 처음 시작하는 그때에는 좀 더 편한 보직을 생각해 보기도 했었고 배운 것이 신학이라고 관련 병과를 꿈꾸기도 했으니 말이다. 그런데 그것이 참 쉽지 않았으니 이 모든 상황이 나의 믿음과 기도가 부족했기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내 능력의 부족 때문이었을까?
"혹 어떠한 다른 마음을 품지 않은 채 얌전히 주어진 역할에만 최선을 다하는 것 그것이 정답은 아니었을까?"
둘 다 맞거나 아니면 둘 다 아닐 수도 있겠지만(혹여 하나가 정답일 수도) 지나고 보니 결국 중요한 것은 줄을 잘 서야 한다는 것과 그 시기 역시 잘 맞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윗글을 보아 알겠지만 당연하게도 상급 부대의 자리는 없었고 그나마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특기병이 아닌 주어진 모든 일과를 다 수행하고 주말에 종교행사를 지원하는 중대의 그것! 그렇다고 이 역시 쉽게 주어진 것이 아니었다. 여기에는 한 가지 에피소드가 있는데 원래 그 자리는 내 군대 동기 녀석의 것이었다. 그런데 그 녀석이 사고(?)를 치게 되었고 군 생활이 어느 정도 익숙해진 후 나에게 그 자리가 온 것이었으니 참 배알도 없는 것이 왜 그것을 거부하지 못했을까? 그로 인해 참 많은 변화가 생기게 되었는데... 인생 참 알다가도 모른다는 말이 맞는 듯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