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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가는 길 2

#봄바람 #등굣길 #껌

by gir

아이는 아침 일찍부터 종종걸음이다. 빨리 학교에 가고 싶은 모양인데... 할머니는 아이손을 잡고 서둘러

지하철로 향했다.

할머니께서는 지하철까지 개찰구쇠기둥이 돌아가는 입구에서 아이가 들어가는 것을 보고 돌아서 빠른 걸음으로 지하철을 빠져나 갔다.

대부분 출근을 하는 사람들이나 대학생으로 보이는 사람들이었다. 대학생으로 보이는 사람들은 청바지에

길게 늘어진 가방을 메고 귀에는 이어폰을 끼고 있었다.

지하철 계단을 내려와 길게 줄지어선 노란 선 앞에 아이도 줄을 섰다. 빨간 뾰족구두를 신은 샴푸 냄새가 진하게 나는 여자가 아이 옆으로 줄을 섰다.

아이 신 주머니 크기 검은 가방에서 검은색 이어폰 줄을 꺼내 귀에 꽂고는 흥얼 거린다.

그리고는 검은 가방에서 무언가를 찾는 듯 한참을 손을 넣어 휘젓는 듯했다. 아이는 그 여자를 힐끔힐끔 바라보며 지하철을 기다렸다. "얘!!" 조금은 큰 목소리로 아이의 어깨를 치며 아이를 부른다. " 이거 먹을래??"

여자가 든 건 흰 종이로 쌓여있는 껌이었다. 아이는 받고 싶지 않았지만 반사적으로 손을 뻗어 껌을 받아 들었다. 여자는 껌을 주고는 다시 흥얼거리며 열차가 들어오는 방향으로 시선을 돌리며 미세하게 한쪽다리를 흔들거리며 흥얼거렸다.

"삐리리~곧 열차 양제행 열차가 들어옵니다 승객 여려 분께서는 안전선 밖으로 서 주시기 바랍니다."

열차 방향에서 시원한 바람이 불어온다. 아이는 열차가 들어 들어올 때 불어오는 바람이 좋았다.

열차가 서고 이미 사람들로 가득 찬 열차 안으로 줄지어 들어간다. 아이는 비장하게 숨을 한번 몰라 쉬고 열차 안으로 들어섰다. 아이가 타는 쪽 문은 아이가 타고 무악제역까지 열리지 않고 무악제 역에서 열린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는 문쪽에 서야 내리기 편했다. 아이가 열차 문쪽 긴 손잡이를 꽉 잡고 섰다.

아이는 늘 같은 자리에서 열차를 타기 때문에 다음 역에 열차가 설 때 위치도 같은 위치였다. 아이가 열차를 타는 불광역에서 녹번, 홍제를 지나면 무악제 역이다. 녹번역에 도착하면 아이가 서있는 위치에 흰 바탕에 검은 붓글씨로 동방의 등불이라는 시가 쓰여 있었다. 아이가 이해하기 어려운 시였지만 아이가 그 시를 읽고 나면 열차는 다시 출발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아이는 그 동방의 등불이라는 시를 보지 않고도 외울 만큼 녹번역에 도착하면 그 시를 중얼중얼 외웠다.

홍제역에서는 주황색 타일이 먼지 속에 마치 김칫국물 같은 색을 띤 벽에 섰다. 아이는 가끔 그 주황색 타일이 몇 개일까 궁금해지기도 했지만 홍제 역에서 타는 승객들이 워낙 많아 숨이 막힐 듯했기 때문에 필사적으로 힘을 주고 자신이 서있는 그 작은 공간을 지키려 애썼다.

그리고 열차가 다시 출발하면 사람들의 심음 같은 소리가 한 번씩 들렸다. 무악제역이다.

보통 무악제 역은 사람들이 거이 내리지 앉기 때문에 콩나물시루 같은 열차에서 내릴 때면 아이는 흡사 일요일 이면 엄마랑 습하고 축축한 목욕탕을 빠자 나올 때 느끼는 상쾌함 같은 것을 느꼈다.


열차에 내려 긴 계단을 올라가 철기둥이 돌아가는 개찰구에 어린이 패스권을 넣고 빠져나와 다시 한번 계단을 올라와 긴 통로를 지나 또다시 계단을 올라야 지하철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

다른 역보다 계단이 더 있는 느낌이다. 지하철을 빠져나오면 길가에 작은 가게들이 있었다. 아직 문을 열지 않은 가게들 사이 늘 분비는 문방구가 있었다.

문방구를 지나면 피아노 학원, 미술학원이 있었고 작은 떡볶이집 옆으로 LPG가스집이 있었다.

커다란 가스통은 인도 안쪽으로 길게 서있었다. 가스집을 마지막으로 육교를 지나면 학교 정문이 나온다.


아직 봄이라 그런지 아침 공기는 차갑긴 했지만 춥지 않았다. 여전히 검은 구두에 회색 코르덴 치마를 입고 누빔 솜 잠바를 입었다. 몇몇 큰 아이들은 뛰어가기도 하고 친구와 장난을 치며 웃는 웃음소리는 마치 경쾌한 행진곡처럼 학교 가는 풍경을 그날따라 더욱 활기가 넘치게 해 주었다. 발걸음이 가벼웠다.

아침 햇살은 등굣길 아이들의 길을 환하게 비추고 가로수 나무들은 바람에 인사하듯 흔들거렸다.

입학식 때 키가 큰 남자아이... 아이의 시선이 한 남자아에게 끌렸다,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계속 중얼거리는 그 아이는... 아침햇살에 갈색빛 머리카락은 더욱 반짝이고 큰 키에 검은 코트를 입어 그런지 입학식에서 보지 않았더라면 또래라고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여전히 그 남자아이는 중얼거리며 어디를 바라보는지 알 수 없는 눈동자로 몸을 이리저리 흔들며 걷고 있었다. 아이는 저도 모르게 흔들거리는 그 남자아이 뒤로 주춤주춤 따라 하며 걸었다. 그런데 그 남자아이는 정문이 아닌 학교 후문 쪽으로 걸어갔다.

아이는 계속 그 남자아이를 따라갔다. 아이가 다니는 학교는 후문 쪽에서 뒤 소운동장 쪽으로 넘어가면 산으로 이어져 있었다. 후문 옆쪽으로는 토끼와 사슴이 있는 사육장이었는데 그 남자아이가 사육장 쪽으로 올가 갔다. 등교시간이 지난 걸까 학교는 조용했다.

아이는 교실로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어쩐지 생각과 다르게 몸은 그 아이를 따라 사육장 쪽으로 오르고 있었다. 뒤쫓아오는 아이를 느끼지 못한 걸까 한 번도 뒤를 돌아보지 않고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며 가끔씩 알 수 없는 귀히 한 소리로 웃기도 하며 사육장 쪽으로 올랐다.

한참을 사육장 안을 바라본 그 남자아이가 철퍼덕 흙바닥에 앉아 가방에서 무언가를 찾기 시작한다.

아이는 그 남자아이에게 다가가 아침 지하철에서 뾰족구두를 신은 여자가 준 껌을 그 남자아이에게 내밀었다. 힐금 여자아이를 보더니 잡아채듯 껌을 받아 들고는 그 자리에서 껌 종이를 벗겨 입 안으로 넣어 씹기 시작했다. 몇 번이나 씹었을까.... 그 남자아이는 아이에게 더 달라는 듯 손을 내밀며 노려본다.

"없어.... 그게 다야...." 그 말을 알아듣지 못한다는 듯 남자아이가 계속 손을 흔들며 달라고 한다.

"진짜야.... 난 없어...." 그 말을 들은 남자아이가 여자 아이에게 짐승에 가까운 마치 정글에 사자가 표호 하듯 우렁하고 큰소리로 울어 댄다. 여자아이는 놀라 주져 않아 귀를 여린 두 손으로 막았다. 그렇게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몇몇 선생님들과 수위아저씨가 사육장으로 올라왔다. "무슨 일이냐... 왜 여기 너희 둘이 있는 것이냐..."

사람들이 몰려오니 남자아이의 짐승과 같은 울부짖음은 멈췄다. 그리고는 교장실로 들어갔다. 교장실 가운데 있는 잘 정돈된 갈색 천 소파에 아이 둘을 앉히고 입학식 때 보았던 회색 정장을 입은 교장선생님이 물어보았다. " 왜 그곳에 둘이 같이 있었던 것이냐...." 남자아이는 몸을 앞뒤로 흔들며 앉아 있었다. 그때 교장실로 담임 선생님이 들어 셨다. 입학식 때 보았던 모습보다 더 그저 동내 아줌마 같은 옷차림에 그러나 그 옷차림에 어울리지 않은 진한 화장을 한 선생님은 문 앞에 서서 그리곤 남자아이를 가리키며 이 아이가 " 가람이에요...."

그리고는 담임 선생님은 아이에게 교실로 가라고 말씀하셨다. 그런데 그 남자아이는 계속 교장실에 있는 듯했다. " 그 남자아이가 가람이구나... 가람이..."아이가 중어거리며 교실로 들어섰다.

그렇게 아무 일이 없었다는 듯 시간이 흘렀다. 그리고 하교하는 시간이 되어 선생님은 아이들 불렀다.

모든 아이들이 학교를 하교 난 뒤 교실 안은 조용했다.

" 아침에 어떻게 된 일이니?..." 선생님은 평소보다 다정한 말씨였다. 머뭇 거리던 아이가 양손을 앞으로 모은 체 집게손가락으로 옷을 꼬집듯이 하더니 입을 열었다 " 껌을 줬는데 계속 달라고 소리를 질렀어요." 아이는 선생님께 말씀드렸다. 잠시 정적이 흘렀다. 침묵 속에 선생님은 조용히 여전히 다정한 말투로 말씀하셨다.

"가람이는 아픈 아이야... 그래서 세 살이 많은 오빠지만 뒤늦게 입학하게 되었단다....."다음 설명은 그랬다. 아이를 학교에 데려다주는 돌돔 아주머니가 잠깐 한눈 판 사이에 일어난 일이라고 하셨다.

선생님께서는 아이의 어깨를 토닥이시며 친구를 돕는 착한 아이라며 칭찬까지 해주셨다. 그 일이 잘한 일인지 알 수 없었으나 생각했다. 어디가 아픈 것일까....?

학교에서 정문으로 내려가는 길... 달콤한 달고나 냄새가 났다. 달고나 앞 모여있는 아이들 옆으로 삐약거리는 병아리 울음소리. 아이는 삐약거리는 병아리들 앞으로가 200원이라고 적힌 가격을 보며 주머니 속 집에 돌아갈 차비를 달그락 거리며 사고 싶은 충동을 느꼈지만 금세 일어나 지하철역 쪽으로 걸어갔다.

아침보다는 한산한 길 그저 따스한 햇살과 이따금 불어오는 바람이 아이의 머리카락을 한 번씩 쓰다듬었다.

봄이 시작하며 나무 가지마다 초록색 점을 찍어 놓은 것처럼 새싹이 피어오르려 하고 있었고 듬성듬성

보이는 담벼락에는 하얀 목련이 피었다.





봄바람이 부는 길가에서...


길가에 수줍게 핀 민들레

너의 그 노란 잎을 내 옷에 물 드리면

나도 너처럼 꽃이 될 수 있을까...


너의 향기 한 움큼 꺾어

주머니에 넣고 다니면

나도 너처럼 꽃이 될 수 있을까...


어느새 수줍게 인사를 건네는 민들레

나도 너의 옆에 앉아 인사를 건넬 친구를 기다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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