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모래사장에서 한참을 놀고 있을 때 초록색 체육복을 입은 여자 선생님이 소운동장으로 걸어오셨다.
"여기 1학년 주희라고 있니?" 선생님은 피곤한 목소리였지만 한편 학교까지 전화를 해온 아이가 궁금하신 지 눈동자를 굴리며 8살 여자아이를 찾고 계셨다.
아이는 쭈뼛거리며 모래사장에서 일어났다. " 네가 주희로구나... 학교 와서 놀면 부모님께 이야기하고 와야지... 너 집이 어디니?" 주희는 선생님의 나무람에 얼굴이 벌겋게 달아 올라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불광동이에요." 선생님은 당황하신 듯했다.
"어머니한테 전화가 왔단다 빨리 집으로 돌아가거라..." 그리곤 다른 아이들에게도 선생님은 이야기하셨다.
"이제 해 떨어진다 모두 집에 돌아가거라...." 삼삼오오 모인 아이들이 모두 선생님 앞에 모여 어쉬 운 듯 선생님을 힐긋 마라보며. 털털거리며 학교를 빠져나갔다.
아이는 정문에서부터 역까지 앞만 보며 최대한 빠른 걸음으로 내려갔다.
지하철역에 도착 한 아이는 개찰구 앞에서 알았다. 초록색 패스권을 약국집 딸내미가 가져갔고 남은 동전을
흰 지팡이를 이리저리 흔드는 아저씨 바구니에 넣었다는 것을.... 다시금 지하철을 빠져나왔다.
아이는 예전에 할머니와 함께 버스를 타고 간 기억으로 걷기 시작했다.
한참을 걷다 보니 홍제역이 보인다. 홍제 역 근처는 무악제 역과 달리 상정들이 환하게 불을 켜고 있었고
사람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옷가게 쇼인도 안으로 사람크기 만한 마론인형이 예쁜 옷을 입고 서있다. 그날따라 아이는 쇼인도 안쪽 아무 표정이 없는 마론 인형이 무섭게 느껴졌다.
아이가 걷는 동안 아이 옷은 땀에 젖어서 바람이 불면 서늘함을 느꼈다.
아이는 더 빠른 걸음으로 걷기 시작했다. 홍제역에서 고가 아래쪽을 시장을 지나 신호등 앞에 섰다. 레코드 가게에서는 유행가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엄마와 함께 집에 있을 때 엄마가 틀어 놓은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던 익숙한 노래....
가수 최호섭의 세월이 가면 곡이다. 가끔 엄마가 따라 흥얼거리면 따라 부르던 노래... 아이는 그 노래 제목과 가수이름을 기억하고 있었다. 신호가 바뀌고도 아이는 그 노래를 들었다.
가게 앞으로 버스정류장 작은 음식 부스에는 연기가 모락모락 올라오는 떡볶이와 어묵을 먹는 사람들이 길가에 서서 음식을 먹어대고 있었다. 아이배에서 그제야 꼬르륵 배꼽시계 소리가 요란하게 울리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신경질적인 목소리로 한 남자가 "저리 비켜라" 소리를 질렀다.
긴 수래에 좀약이나 때수건 따위를 올려놓고 건물 사이 좁은 공간에 다리에는 검은 고무보자기 같은 것을 칭칭 감고 땅바닥에 앉아 물건을 파는 남자였다. 아이는 놀라 신호등 앞 양손 가득 장바구니를 들은
한 아주머니 옆으로 다가가 셨다.
아이는 엄마와 시장에 갔을 때도 비슷한 고무 보자기를 다리에 감고 좀약이나 때수건등을 파는 남자를 보았다. 늘 짜증 섞인 목소리에 사람들이 분비를 거리를 한 손에는 신발을 껴고 한 손은 수래를 밀고 다니는 좀약 장수..... 초록 불이 켜지고 아이는 빠른 걸음으로 다시 걷기 시작했다.
여자는 지하철 개찰구 앞에서 종종걸음이다.
주말이라 평일보다 역 안은 한산했다. 아이가 올 때가 한참을 지나도 아이가 보이지 않았다.
역 안에 공중전화로 엄마는 다시금 학교로 전화를 걸었다.
" 여보세요... 여보세요.... 신호가 끊어지기도 전에 여자는 다급한 여자의 목소리는 비명과 같았다.
몇 시간 전 전화를 받았던 그 여자 선생님이 전화를 받았다. "주희아직 안 왔어요?? 학교는 아이들이 없습니다."
침묵이 흘렀다. 여자는 다시 집으로 걸음을 옮겼다.
문간방 할머니가 장사를 일찍이 접고 마당에 서성이며 아이 기다렸다. "아이고 이게 무슨 일이야..."
여자는 마당에 주저앉았다. 마당에 아이와 함께 봄이 이라고 심은 상추며 시금치, 쑥갓, 토마토 씨앗을
심었었던 작은 화단에 새싹이 피어올라 있었다. 그렇게 여린 봄 새싹 같은 아이를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이
몰려들었다. 어지러웠다. 멍하니 꿈을 꾸는 것 같았다.
"삐이익~" 대문 열리는 소리가 났다. 아이들 대문 안으로 들어 셨다.
밤 9시가 다된 어둑한 저녁이었다. 여자는 아이를 보자마자 아이를 끌어안았다. 여자는 아이를 안고는
그제야 눈물이 떠져 나왔다. " 네 엄마 죽어.... 주희야 네 엄마 죽는다.... 말도 없이 거기까지 가서 놀면 어째..."
문간방 할머니도 눈시울을 훔치며 마당 한편에 작은 평상에 앉아 가슴을 쓸어내리며 말했다.
어찌 그 마음을 모르겠는가..... 여자 홀로 아이를 키우며 가슴 쓸어내리는 일이 어디 이뿐이겠는가.....
그때 " 꼬르륵~꼬르륵" 소리가 들렸다. " 아이고 아무것도 못 먹고 돌아다녔네...." 문간방 할머니는 어서 들어가 애 밥이라도 빨라 먹이라고 여자 등을 쓰다듬었다...
그제야 여자는 일어나 정신을 차렸다. " 저녁 안 드셨죠 저희 집에서 같이 먹어요. "
그렇게 세 여자는 집으로 들어섰다. 여자는 서둘러 저녁을 차렸다. 아이가 조용히 씻고 나와 보니 어쩌다 꺼내는 나무상이 펼쳐 저 있었다. 상위에는 아이가 좋아하는 외할머니표 돼지갈비가 들어간 비지찌와 겉절이 직접 들기름을 바르고 구워낸 김과 콩자반, 멸치 볶음, 감자볶음, 나물반찬이 차려졌다. 며칠 뒤 여자의 생일이라 친정엄마가 딸내미 좋아하는 음식을 해주신 모양이다.
" 조금 있으면 주희엄마 생일 이구먼...." 주말에는 문간방 할머니와 함께 식사를 하는 날이 많았다. 워낙 가족처럼 지내 음식 차려진 것만 봐도 알았다.
아이는 혼이 날까 걱정했지만 엄마는 아무 말이 없으셨다. 밥이 들어가니 온몸에 통증이 마치 누군가 아이를
큰 어떤 힘으로 주물 드는 듯 한 느낌 들었다. 아팠다.
눈치를 보시던 할머니가 괜스레 여자를 달래듯 이야기를 하셨다. " 애들 크면서 이보다 더한 일도 많아.... 이런 일로 눈물 바람이면 어찌 애들 키워.... 괜찮아 괜찮아...." " 주희도 앞으로 어디 가면 엄마한테 이야기하던가 할머니 장 사는데 라도 와서 이야기해!! 알았지?"
아이는 풀이 죽은 듯 작은 목소리로 "네" 하고 대답을 했다.
여자가 말했다. " 더 드릴까요?" 둘만 남은 세상에 문간방 할머니는 때론 의지가 되는 친구 같았다.
세 여자의 저녁식사가 끝나고 아이는 여자가 켜놓은 티브이 앞에서 잠이 들었다.
여자는 잠든 아이 옆으로 다가가 비스듬히 누워 아이를 바라보았다. 하루가 고단 했다.
아이가 꿈을 꾸는지 실룩실룩 작은 입을 움직이며 인상을 쓰다 미소를 짓다를 반복한다. 여자는 고단했을
아이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날 저녁 여자는 티브이 앞에 이부자리를 깔고 아이와 함께 잠을 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