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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가는 길 3

by gir

아침 햇살... 새들의 지저귀는 소리... 아이의 작은 방 안으로 아침이 들어온다.


아이 아빠는 아이가 태어나기 전 교통사고로 돌아가셨다.

아이집 문간방에 아침마다 지하철까지 데려다주시는 할머니가 사신다. 할머니는 지하철과 아이집 중간에 있는 시장에서 노점을 하시며 지내 셨다.

늘 웃음기 없는 고단함이 가득 얼굴에 그림자를 그려 어두웠지만 매달 찾아오는 아들이 오는 날이면 얼굴에 봄햇살이 머그문 꽃이 피었다.

할머니가 이사 올 때는 아들과 둘이 살았는데.... 아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취업을 한 이후 회사 근처로 따로 집을 나가면서 혼자 지내신다.

그렇게 초록 대문 안쪽 작은 마당을 끼고 세 여자가 함께 살았다.




"여보세요?? 네? 네?" 다급하고 놀란 목소리로 여자는 전화를 받았다. 수화기를 내려놓는가 싶더니 손지갑을

들고는 신발장 앞에서 양 발을 신에 넣었는지 모르게 마음은 이미 밖으로 내달리고 있었다.

날이 아직 춥다. 여자는 운동화를 꺾어 신고는 겉옷도 걸치지 않은 채 큰길로 나섰다.

헐렁한 계절과 맞지 않은 얼룩얼룩 꽃무늬가 그려진 홈드레스를 입은 여자는 한 손은 배를 움켜쥐고 한 손으로 허공을 쉴 새 없이 흔들어 댄다.

택시가 섰다. 택시를 잡아탄 여자는 k 대학 병원으로 가달라고 이야기한다 눈물이 가득 차 찰랑거리는 눈은 뻘겋게 충열이 되어 있었다.

병원 앞에 내린 여자는 대충 택시비를 내고 택시기사가 거스름 돈을 챙기기도 전에 이미 택시에서 멀어져 응급실 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린 곤 응급실 앞에서 여자는 배를 감싸며 쓰러 졌다.

여자가 게르슴 눈을 떴을 때 남자가 앞에 앉아 있었다. 그는 남편이었다. 남자는 여자의 손을 꽉 잡아주며 자신의 입술을 여자의 이마, 코, 입술에 맞추며 여자를 슬픈 눈으로 바라보았다.

여자는 돌덩어리로 짓누르는 것 같은 어쩌면 난생처음 느껴보는 어떤 통증 때문에 배를 만져 보았다. "아이... 우리 아이..." 남자는 여자를 계속 바라보고 있었다. 굳게 닫힌 입술로 "미안해" 슬픈 목소리가 들렸다.

높은 톤에 납작한 소리의 여자목소리가 들린다. " 환자분.... 환자분...."

여자가 눈을 떴다. "꿈인가..."

남자가 죽고 난 뒤 여자가 반복적으로 꾸는 꿈이었다. 식은땀이 등줄기로 흘러내렸다.


여자와 갓 태어난 아이는 휘몰라 치는 삶의 소용돌이 같은 시간을 고요하게 둘만 남겨진 세상에서 서로만을 의지하며 지냈다.

결혼할 때 시댁에서 장만해 주신 마당이 있는 작은 집에서 여자와 아이는 살아 낸다. 여자는 결혼 전부터 일하던 작은 출판사에서 일을 했다. 디자인 사무실이나 인쇄소에 다녀오는 잔 심부름을 하거나 출간된 책을 단체로 주문한 학교나 모임에 우편으로 보내는 일을 했다. 부주관이라는 타이틀은 있었지만 작은 출판사에 허드렛일 이 여자의 주된 업무였다. 아이가 국민학교에 들어가기 전까지 여자의 친정 엄마가 여자의 집으로 와 아이들 돌봐 주셨다.



"엄마... 엄마" 창살 넘어 드리워진 햇살을 받으며 작게 피어오는 아지랑이 꽃처럼 기지개를 켜며 엄마를 부른다. 엄마는 아이 방으로 들어와 아이이마에 입을 맞추고 아이를 안아 준다. 엄마가 열고 들어온 아이방문으로 음식 냄새가 들아왔다. 엄마는 아이에게 속삭이듯 다정히 이야기한다 "씻고 나오렴... 같이 밥 먹자"

아침 일찍 출근을 하기에 엄마와 아침을 먹는 일은 엄마가 쉬는 날뿐이다.

작은 욕실에는 현대식 좌변기, 개수대가 있었다. 안쪽으로는 샤워기가 걸려 있었고 한쪽 구석에는 커다란 세탁기가 엄마가 쉬는 날이면 쉼 없이 돌아갔다.

씻고 나온 아이는 나무로 만들어진 작은 교자상 앞으로 앉았다. 엄마는 시금치와 두부를 넣은 된장국과 아이가 좋아하는 아무것도 넣지 않고 소금 간으로만 만든 계란말이 그리고 어제 할머니께서 만들어 놓으신 멸치볶음과 콩자반, 김치가 놓았다. 여자와 아이는 작은 식탁이 있었지만 늘 교장상에서 밥을 먹었다.

텔레비전에는 88 올림픽으로 각종 경기가 채널마다 송출되고 있었다.

아이는 가끔 수영경기가 나올 때 말고는 방에서 혼자 놀았다. 미국에 사는 돌아가신 아빠의 누이가 얼굴 한번 본 적 없는 조카에게 장난감이며 옷가지를 보내 주어 아이 방에는 마론인형과 인형의 집이 있었고 한쪽으로 낮은 높이 세로는 3칸 가로로 6칸 정도 되는 책장에 동화책이나 위인전이 꼽여 있었다.

대부분의 시간을 아이는 책을 보거나 마론인형을 가지고 놀았다. 내성적인 대다가 학교까지 멀리 다니니 동내 친구라고는 가끔 집에 놀러 오는 골목 입구 약국집 딸이 전부였다.


아이 엄마가 할머니댁에 잠깐 다녀오기로 하셨다. 때 마침 약국집 딸내미가 집에 놀러 왔다. 약국집 딸내미는 아이가 가지고 있는 색색인종에 마론인형을 좋아했다.

엄마는 아이들이 먹을 간식으로 어제저녁 시장에서 퇴근길에 사 온 설탕이 잔뜩 뿌려진 도너츠을 접시에 올려두고 나가셨다.

" 우리 인형놀이 하자 ~" 약국집 딸내미가 아이방 한쪽 인형의 집을 힐긋 바라보며 말했다.

아이는 말이 없이 약국집 딸내미를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 내가 다니는 학교 가보지 않을래?"

휘둥그레진 눈 안에 호기심 가득 담고 아이를 바라보며 입을 열지 못했다.

아이는 방에 빨간 플라스틱으로 된 돼지 저금통을 들었다. 반쯤 차있는 저금통을 뒤집어 구멍 한쪽을 그 작은 손가락으로 누르고 흔들었다.

백 원짜리 동전이 10개 오십 원짜리 동전이 7개 나왔다. 1350원 큰돈이었다. 아이는 호주머니에 동전을 넣고는 약국집 딸내미 손을 잡고 집을 나섰다.

골목에는 아이들이 땅바닥 돌멩이를 굴려 던지며 땅따먹기 하거나 제법 키가 큰 여자아이들이 고무줄놀이를 하고 있었다. 골목 아이들이 힐긋힐긋 아이와 약국집 딸내미를 쳐다보았지만 말을 거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골목을 거이 빠져나오려고 할 때 누군가 약국집 딸내미를 부른다.

그 소리를 못 들었을까.... 아이와 약국집 딸내미와 두 손을 꼽잡고 달리기 시작했다.

꼴깍꼴깍 숨 넘어가게 지하철 입구까지 내달리던 아이들이 지하철 입구에서 숨을 고르며 지하철 계단을 천천히 내려가기 간다.

계단 중간쯤 멍거지 모자에 작은 플라스틱 바구니를 놓고 구걸하는 아저씨를 지나 지하철 매표소 앞에 섰다.

학교를 가는 아침 시간과 다르게 한산한 지하철 안은 조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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