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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ir Jun 04. 2024

아픔을 닮아 버린 나 1

내가 3살 때 아빠는 스스로 하늘나라로 가셨다.

오래전 방송인 김재동 씨가 본인은 유복자녀인데 태어나 한 번도 아버지를 보고 싶어 한 적이 없지만

가장 기쁜 날 이 순간 아버지가 보고 싶다는 수상소감을 들었던 기억이 있다.


내가 3살 때 내 동생이 엄마뱃속에 있을 때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늘 아버지를 그리워했고 이 세상에 남겨진 엄마와 동생 나는 늘 방어적인 자세로 세상을 살았던 거 같다.

늘 잠들기 전에는 무의식적으로 문단속을 했고 밖에 나가 외식이라도 할 때면 늘 구석 자리에 앉아 조용히 음식을 먹었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젊은 여자와 어린 꼬마 여자아이 둘은 보호자가 없는 거인나라에 사는 소인 들처럼 밟히지 않으려 애쓰면 산거 같다.


나는 늘 조용한 아이였고 있는 듯 없는듯한 아이였다. 저녁이 되면 일기에 늘 아빠를 그리워하는 글을 쓰고,

 집 뒷산에 올라가는 것을 좋아하는 나무와 꽃을 좋아하는 아이였다.

빨강 머리 앤을 좋아하게 된 것도 앤은 꼭 나 같았다.

있는 듯 없는 듯 늘 조용한 아이지만 늘 나의 상상 속은 아름다웠다. 꽃과 나무 새들이 있는 초록색지붕 작은 이층 집에 키가 크고 늘 자상한 아빠가 있었고 엄마는 늘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주시고 동생과 나는 종이 인형이 아닌 마론이형을 여러 개 가지고 인형놀이를 하는 상상, 일요일이면 성경책을 들고 엄마 아빠손을 잡고 교회 가는 상상, 어린이날이면 아빠가 양손 가득 선물을 들고 들어 오시는 상상, 크리스마스 때 케이크를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며 행복하게 웃는 우리 가족을 늘 상상했다.


그런데 내가 17살 무렵 아빠가 스스로 하늘나라로 가셨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힘들어도 외로워도 아빠가 살아 계셨다면 나는 행복했을 거야... 상상하며 살아온 날들이 산산이 무너지는 너무 비참해서 죽고만 싶었다.

이쁜 딸아이와 뱃속에 아이가 있는데 무책임하게 떠날 수 있을까? 김재동은 가장 기쁜 날 아버지가 보고 싶다고 했지만 난 언제부터 인지 힘들고 어려운 일이 생길 때마다 아빠를 생각하고 원망했다.


그렇게 나는 행복한 상상도 마음속 나의 친구 앤도 잊혀 저 갔다.

아빠의 비밀이 그렇게 예고 없이 나를 찾아와 나를 힘들게 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며 나의 상처도 아물어 가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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