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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죽림헌 Oct 18. 2024

#2, 오래된 정원

능소화 월장하다

오래된 작은 정원

사람발길 떨어진 지 오래다

길가로 난 쪽빛 문은

지난 발길의 흔적만 남아 퇴색되고

굳게 닫힌 지 오래다


정원의 꽃들은 돌보는 이 없어

꽃들은 잡초 속에 갇혀

성글게 제 각각 자라고 있다

타발로 피던 수국도 흔적만 남아있고

작약조차 떨어져 잎마저 시들었다.

뜨거운 여름 햇살에 꽃은 떨어지고 잎마저 시들어

언제 화려한 날이 있었는지 흔적 없어진 지 오래다

정원 안에 울려 넘치던 웃음소리 그립다

뜰안엔 추억과 긴 그리움만 드리우고

연못의 맑은 물 마르자 비단잉어 떠났구나


정원 가득 퍼지든 꽃내음과

다향(茶香) 은은히 퍼져

담장 밖 지나는 이 걸음 멈추게 하였건만

남은 것은 살 떨어지고 낡은 발뿐,

긴 그리움에 얼굴은 초췌해지고

화려하고 맑은 웃음소리 아득한 기억만 남았다


밤 되면 불 밝혀주는 이 없이 어둠만 깊어가고

바람소리에 떨어진 꽃잎만 사운 댄다

누가 어는가 하고 가만히 귀 기울여도

풀벌레 소리만 요란하다

밤은 깊어가고 닫힌 문은 열리지 않으니

꽃들도 그리움에 지쳐

피어나지 않고 떠날 채비 한다

이제 곧 찬바람 불고 풀잎에 찬이슬 맺힐 텐데

그나마 피었던 꽃조차 시들어 가는구나

무성하던 잡초마저 시들어 간다


기다리다 지친 규중 꽃 능소화가 

치마단 걷어 올리고 돌담을 타고 오른다

이제 곧 여름도 다 가건만

닫힌 문은 열릴 기색 없어

이대로 시들기 아쉬워하며  

사람 그리운 능소화 불그스레 한 얼굴로

월장하여 흐드러지게 흘러내린다

9월의 끝자락을 붙들고

오래된 정원의 문은 닫혀있고

모두들 떠나간다 


2024. 9. 5. 작성하였다

죽림헌

#오래된 정원 #능소화 #비단잉어 #능소화 월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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