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믐 밤의 그리움
돌아오지 않을 먼 길 떠나시던 날
달도 슬퍼 숨은 그믐 밤.
가시는 길 어둠이 짙게 깔려
찾아가실 수나 있으려나
반딧불이에게 불 밝혀 달라 당부하니
길이 너무 멀어 안내할 수 없다 한다.
울 엄마 가시는 길 달도 없고
별도 없어 칠흑 같은 밤길을 어찌 가실는지
천사님이든 사자님이든
이정표 달아 두고 등이라도
켜 두시면 좋을 텐데
며칠만 더 있다 초승달이라도 뜬 후 가시지
무엇이 바빠 그리도 서둘러 가시는지
먼저 떠난 남편 만나러 급히 가셨나
먼저 떠난 아들이 그리워 가셨을까
혼자 남은 외로운 딸이 걱정도 안 되시나
날 찾아오실 날 기다리며
이미 행장 꾸려 놓은지 몇 해인지
혼자 굶지 말고 해 먹어라고 일 못하는 딸에게
밥 짓고 국 3가지 가르쳐주고 가셨을까
긴 날 홀로 앉아 그리움이 사무치고
가슴에 뚫린 구멍 가을바람 숭숭 난다
그리운 이들 모두 그곳에 계시니
안부라도 물어보았으면 좋으련만
천국에 전화라도 있으면
외로운 밤 전화하여 안부라도 물어보지
빛도 없는 그믐밤은
그리움만 사무친다
2024.10. 6 밤에 그리움을 그린다
죽림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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