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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죽림헌 Nov 17. 2024

#19, 바람으로 걷는 여인

인생여정

그녀를 보신 분 

누가 보셨나요, 그녀를

삼단 같은 머리에 맑고 고운 얼굴

연분홍저고리에 옥색치마 입은 여인을

누구 보신 분 있나요

보셨다면 알려주세요.

기다리는 사람이 있다고     


길을 나선 지가 오래되었다.

수년, 수십 년이 흘러갔다.

그런데 아직도 그녀를 찾는단다.

바람을 동무삼아 

달 뜨면 달을 벗하며

언덕을 너머 골짜기를 지나고

푸른 숲과 초원을 지나면서 

그렇게 걸어갔다

누구, 그녀를 보셨나요.     


해는 뜨고 지며, 

달도 차고 기울기를 반복하며

세월이 흘러갔다

그녀도 그렇게 길 따라 흘러갔다.

푸르름을 간직하고 하늘을 품은 강을 따라

또다시 초록들판을 걸으며 

바람벽에 서있기도 하며 

꽃길을 걸으며, 산을 넘고 언덕을 넘으며

그렇게 걸어갔다.     


그녀는 어느 날 하늘이 비치는 

맑은 연못 앞에 섰다.

연못 안에 하얀 머리에

빛바랜 치마저고리를 입은 여인을 보았다

여인은 연못 안 여인에게 묻는다


안녕하세요. 누구세요

호수 속의 하얀 머리의 고운 여인이 미소 지으며 

이제 외롭지 않을 거예요

이제 함께 걸어가요


24.10. 10 글을 그림 그리듯 쓰보았다.

죽림헌

#인생 #길 #흰머리 #세월 #바람벽 #여정 #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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