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는 빛바래고, 허수아비 누워 쉰다
청단풍 푸른 잎이 붉게 물드니
가을이 깊이 왔음을 알겠구나
멀리서 바라보니
꽃이 핀 듯 아름답다.
왠 때아닌 꽃인가 하고 보니
청단풍 끝이 붉게 물들고 있다
가을 해는
농부들의 갈무리 기다리다
때 늦었음을 알고
바쁘게 물러 날 차비한다
먼저 떠난 해를 따르려고
들판에 긴 그림자 드리우고
붉은 해 먼지 사이로
할 일 다 한 허수아비는
들판에 누워 쉬고 있다
기웃거리던 가을 하늘은
눈이 시리도록 맑고 푸르다
해는 그 빛을 잃어가고
농부의 마음은 풍요롭다
추수 끝난 가을 들판에는
배고픈 새들이 자리한다.
2024.10.28. 낮에 공원산책 후 밤에 그려보았다.
죽림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