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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기 Jun 13. 2024

자수성가한 R대표

좋은 말과 아부에 약한 사람

R대표는 자수성가했다.

연 매출 400억 정도의 사업체를 운영 중인 R대표는 고교 중퇴의 학력으로 살면서 콤플렉스로 고민이 컸는데, 사업이 성공적으로 자리잡은 20년 전부터는 그런 고민이 사라졌다고 했다.

R대표는 40대 초반에 개명을 했는데, 사업이 더 성공하라고 한 것인지, 개명을 했기 때문에 사업이 진짜 잘 된 것인지는 확실치 않다. 


R대표는 나를 포함한 몇 사람과 함께한 술자리에서 자신의 성공 요인에 대해 얘기한 적이 있다. 하나는 삼촌이 포기하고 나간 사업을 이어받아 뭘 어찌해야 하나 고민이 많을 때 자신에게 일거리를 준 원청업체들이고, 또 하나는 지금도 믿고 있는 자신의 운이다. 그리고 여기에 하나를 더 보탠다면, 뭐든 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얘기하는 ‘무대뽀’ 정신이라는 것이다. 그의 가게 문을 열고 들어온 원청업체들이 던진 문의에 대해 ‘글쎄요’라거나, ‘음, 이런건 안해봤는데’라는 식으로 대답했다면, 아마 오늘의 자기는 없었을 것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R대표의 좋은 점은 그때 그의 성공과 자립에 큰 도움을 주었던 원청업체의 사람들을 아직도 챙기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의 회사에서 일하는 어떤 사람보다도 그가 가장 도전적이라는 것이다. 회사의 근간이 되는 사업이 유지되고 있기 때문에 그는 늘 새로운 확장 아이템을 찾고 있는데, 여태껏 그가 두드려서 된 것보다는 안된 것이 더 많다. 그럼에도 그는 사업 확장을 위해 계속 두드리고 있다.


R대표의 단점이라면, 자신의 성공이 운빨과 무대뽀 정신 때문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다 보니, 상당히 많은 일에 대해 철저한 계획과 상황 고려없이 직관에 의존해 결정한다는 것이다. 또, 오랫동안 갖고 있던 학력 콤플렉스 때문에 다양하고 많은 모임을 찾아 나가고, 불려 나가다 보니 자동적으로 파리떼 같은 사람들에게 많이 노출된다는 것이다. 어쩌면 R대표 또한 그걸 즐겼을 지도 모르겠다. 


다만 그런 이유로, R대표가 지금껏 소위 알게 된 연예인이나 사업한다는 사람한테 빌려주고 못받은 돈이 십억이 넘는다고 들었다. R대표 자신은 화끈한 성격이라고 할 수도 있고, 그들과 친밀하고 속깊은 관계였다고 할 수도 있었겠지만, 어쩌면 자기의 성격과 재력을 남들이 이용하는 걸 본인도 잘 알고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좋은 말과 아부에 약한 R대표는 미래야 어찌됐든 당장 그의 앞에서 듣기 좋은 말로 관계와 사업의 청사진을 얘기한다면 ‘화끈하게’ 돈을 쏘곤 했다. 듣기로, 한번에 3억을 보내기도 했고, 총액 7억의 돈을 사업 명목으로 혹은 단순히 차용해준 적도 있는데 거의 받지 못했다고 한다. 그때 R대표는 주변에 ‘뭐 할 수 없지. 사업이 잘 안됐어’라는 정도로 끝냈다고 한다. 그리고 그에게 돈을 받은 사람은 여전히 그와 연락하며 술을 마시고, 술자리에선 그의 귀에 좋은 말을 속삭인다.


그러나, R대표에게 바른 소리로 듣기 싫은 말을 하거나, R대표 본인이 생각하는 판단이나 결정과 다른 식으로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가차없이 공격적인 태도를 취한다. 특히 그 사람이 R대표보다 아랫사람 또는 계약관계상 을의 위치일 수 밖에 없는 경우, 어느날 일거리가 끊긴다거나, 자동 연장이 계획된 계약이 특별한 설명없이 해지된다거나 하는 식이다. 그때의 통지는 대부분 일선 담당자들이 문자로 전해온다.


R대표는 자기 회사 임원 중에 아이디어가 많은 사람이 없고, 진취적이고 적극적인 사람 또한 없다는 얘길 자주 했다.
그러나, 그게 R대표 회사 임원들의 문제일까? 아니면, 그런 성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종종 의견이 부딪히는 사람들을 용납하지 못하는 R대표의 문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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