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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기 Jun 10. 2024

벤처 기업을 '했던' ㅂ대표

어리석은 리더는 자기 조직을 더 무시한다

직원 15명 규모의 회사 벤처기업을 운영했던 ㅂ대표는 직장생활을 4년 하고 창업에 도전했다. 약 9년간 회사를 운영했고, 지금은 사업을 그만뒀다. ㅂ대표는 3년 전부터 세무서와 검찰의 조사를 받았고, 1년 전부터는 본격적인 재판이 진행중이다. ㅂ대표의 혐의는 매부풀리기, 횡령 등을 포함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 혐의이다.


ㅂ대표는 보통 10시가 넘은 시간에 출근해, 주로 저녁 8시가 넘어 퇴근을 했다. 점심 식사를 건너 뛰고, 점심 시간 혹은 점심 시간 이후에 회사에서 나가 5시쯤 회사로 다시 들어오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ㅂ대표는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두 가지를 크게 부풀려서 말했는데, 그것은 회사의 매출과 자신의 인간 관계였다.

창업한 지 3년 쯤 됐을 때 나를 처음 만났는데 자신의 회사가 연 매출 50억 정도가 되며, 내년에는 현재보다 10~20% 정도 더 성장할 것이라는 말을 여러 차례 했다. 하지만, 실제 회사의 장부를 보니, 대부분이 계산서를 돌린 허위 매출이었고, 실제 매출은 1억 5천도 안되었다. 허위 매출을 만들어 이상한 돈이 오가는 동안 일부의 돈을 떨구고 이 돈으로 직원들에게 급여를 주고 있었다. 계산서를 함께 돌렸던 회사들이 비자금을 만들었든지, 아니면 중간에서 누군가가 횡령했든지 하나일 것이다.


둘째는 그는 사람을 만날 때 사업하는 누군가 혹은 같은 업계의 누군가에 대한 얘기가 나오면 '아, 저 그 분 잘 알아요'라는 말을 많이 했다는 것이다. ㅂ대표를 만났던 나와 친한 몇 명의 사람들은 'ㅂ대표 그사람 뭐하는 사람이예요?'라는 말을 했다. 업계 누구의 이름만 나오면 자기와 잘 안다고 한다는 것이었다.

나중에 ㅂ대표의 입으로 직접 듣고 속으로 실소를 금할 수 없었는데, 본인이 잘 안다고 하는 그 사람과는 페이스북 친구라는 것이었다. ㅂ대표가 너무도 자연스럽게 '페이스북 친구예요'라고 했기 때문에, 사적으로도 아는 사람인가 했지만, 그건 아니었다. 페이스북에서 친구이고, 게시글을 쓰면 댓글도 쓰고 하니 잘 안다는 것이다.


ㅂ대표의 그런 허세 떨기와는 별개로, ㅂ대표의 정말 문제는 따로 있었다.  


ㅂ대표의 문제를 압축해서 보여주는 사례는 이런 것이다. ㅂ대표의 회사는 회사와 연관된 협회와 몇 번의 행사를 진행한 적이 있는데, 그때마다 소소한 문제가 발생하곤 했다. 그런데 내가 지켜본 바로는 발생한 문제는 큰 문제가 아니거나 즉 작은 조치로 바로잡을 수 있는 문제이거나, 함께 일을 진행하지만 참석만 하고 지적질만 하는 연관된 협회의 직원 또는 임원이 보기에 맘에 안드는 문제들이었다. 어쨌거나 문제는 문제다. 문제는 해결해야 하고 조치를 취해야 한다.


ㅂ대표의 문제는 무엇일까?

ㅂ대표는 소소한 문제건, 다른 사람들이 지적한 문제건 모든 사람들이 보고 듣는 자리에서 자기 직원들을 최악의 직원 취급을 했다. 일부 직원들은 화장실로 달려가 울었고, 그걸 본 협회 사람들은 이젠 ㅂ대표가 없어도 ㅂ대표 회사 직원들을 무시하기 시작했다.


ㅂ대표가 회사 회의에서 했다는 지시는 '어제 *팀장이 낸 의견은 다음에 하기로 하고, 이번엔 이렇게 합시다', '**건은 잘 안될 거같으니 접읍시다' 라는 식이었다고 한다. 두가지는 모두 특정 건에 대해 내부에서 협의하고 진행하기로 것에 대해, 어딘가에서 누군가와 얘기를 나누고 바뀐 것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진행된 것이 잘 안됐거나 혹은 잘 안될 거같아 접자고 한 건이 다른 곳에서 진행해 잘 된 경우에, 그가 이렇게 말했다는 것이다.

'아니, 내가 그렇게 얘기했어도, 확신이 있거나 생각이 있었으면 얘기를 했었어야죠. 아니 내가 무조건 하지 말자고 했나?'  (이부분에서는 정말 띠용이다...@.@)


컨설팅 업체에 수 천을 주면서 그 돈을 아까워 하지 않는 사람이 직원에게 주는 몇 백만원의 인센티브는 아까워한다. 컨설팅 보고서는 대부분 그럴듯하고 멋지다. 좋은 얘기도 많다. 그러나 실제는 빠져 있는 경우가 많다. 컨설팅 보고서는 참고일 뿐이다. 컨설팅 보고서를 읽고 실행하는 사람은 결국 내부 직원이다. 장기나 바둑도 훈수두는 사람이 제일 두는 것처럼 보이는 법이다. 야구경기에서도 해설자가 감독이나 선수보다 뛰어나 보이지 않던가.

감독이면 내 선수를 믿는게 먼저여야 하지 않을까?



칭찬은 남들 앞에서, 혼내는 건 조용히. 이건 애들한테만 통하는 얘기가 아니다. 회의 자리에서 치열하게 공방을 벌이는 것과 혼내는 게 다르다는 건 상식선이다.

먼저 곁에 있는 사람들에게 친절할 것,
문제가 있다면 원인은 자기 안에서 먼저 찾아볼 것,
리더라면 기본적으로 갖춰야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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