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시 이별통보
추운 겨울의 길바닥에서 세 시간을 넘게 기다렸지만, 뭔가 드라마 같은 우연이 벌어져서 나와 나욱이 만나게 되는 일은 없었다. 그때 나욱에게 다시 메시지가 왔다.
“너 가게 앞에서 기다렸다면서. 왜 말 안 했어.”
나욱과 함께 일하는 직원이 창문 밖으로 날 보고 나욱에게 말한 것이었다. 눈썰미도 좋지, 한 번 본 나를 어떻게 알아봤을까.
나는 나욱에게 말했다.
“내가 기다린 일이 네가 내일 할 말에 영향 안 미쳤음 좋겠다.”
나는 그때 왠지 나욱이 화가 났다고 느꼈다.
엉망인 밤을 보낸 다음 날 아침. 나욱에게 메시지가 왔다.
‘잘 잤어?’
‘통화 가능해?’
나욱이 말했다.
“우리는 헤어지는 게 좋겠어. 그게 내 대답이야.”
“나는 널 안 사랑하는 게 맞는 거 같아. 이게 호감인지 사랑인지 더 시간을 두고 천천히 판단했어야 했는데. 우리는 그러지 못했어. 그만하는 게 맞아.”
나는 나욱의 말을 듣고 화를 냈다. 그럼 이제까지 사랑한다느니, 어쩐다느니 한 말은 다 거짓말이고 연기였어?
나욱은 그건 아니라고 했다. 하지만 더는 그런 말조차 나오지 않는다고 했다. 연애에 쓰는 시간과 돈도 아깝고, 나를 좋아하지 않는 것을 차치하고서라도 자신은 연애와는 맞지 않는 사람이랬다. 나는 나욱의 단호한 태도에 붙잡고 싶은 마음도 사라졌다. 그냥 화가 무지하게 날 뿐이었다.
전화를 끊고 나와 나욱은 빠르게 휴대폰 속 서로를 정리했다. 나욱은 내 인스타그램 팔로우를 삭제하고 계정을 비공개로 돌렸다. 나는 그런 나욱의 계정을 전부 차단하고 카카오톡도 차단했다. 나욱을 소개시켜 준 친구의 게시글도 보이지 않게 숨겼다. 나욱의 사진을 보면 화가 솟구쳤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