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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긋 Jun 18. 2024

내 글이 다음 메인에?!

 

 브런치 스토리에서 작가 승인을 받은 지 벌써 보름이 훌쩍 넘어간다. 아직도 작가라는 말이 어색하지만 그동안 나는 내 안에만 있었던 많은 말들을 글로 바꾸었다. 읽을 때마다 수정할 게 보이고 나의 어휘력과 필력의 한계를 매번 느끼지만 글을 쓰는 행위 자체가 마냥 좋다. 작가의 서랍에만 있었던 글을 완성하고 발행 버튼을 누르는 행위는 초보작가에게 늘 짜릿한 경험을 선사한다. 작은 것에도 활짝 웃음을 짓는 어린아이 같은 기분을 얼마 만에 느끼는 건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이 감정이 무뎌지지 않고 계속 설렘을 유지할 수 있도록 글을 꾸준히 쓰고 싶다. 나의 노후 대비로 글쓰기가 하나 더 추가되었다는 사실에 감사함을 느낀다.


 브런치 '작가'(손발이 오그라든다. 나의 그릇이 작음을 또 한 번 느낀다.)가 된 후 제일 크게 달라지 점은 일상의 발견이다. 평소 같으면 공중으로 흩어졌을 나의 경험과 주변의 에피소드, 일상의 대화가 글로 만들어지는 너무나 신기한 경험을 하루에도 몇 번이나 한다. 평범한 나날이지만 보는 것과 느끼는 것이 달라졌고 의미를 부여하기 시작했다. 이는 나의 일상을 풍부하게 만들었고 나의 마음을 충만하게 했다. 무엇보다 나 자신에 대해서 많은 이해를 할 수 있게 되었으며 예전보다 나를 더 보듬을 수 있게 되었다. 아직도 많이 미숙한 내가 글을 쓰는 순간만큼은 성숙한 사람인 된 듯한 착각도 든다. 이런 기분 좋은 착각은 나를 더 사랑하게 되는 이유가 됨을 '발견'한다.


 

  그날도 퇴근 후 여느 때와 같이 안마의자에 몸을 눕히고 30분 동안 나만의 치유 시간을 가졌다. 하도 많이 해서 등부분의 가죽이 다 벗겨진 안마의자에 몸을 맡기고 피로를 푸는 이 시간은 나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정말 소중한 시간이다. 잠시 멀리 두었던 휴대폰을 안마의자가 끝난 후 찾아 다시 열어보니 브런치에서 온 알림이 있었다.  '조회수가 1000을 돌파했습니다.' 엥? 이게 무슨 말이지? 잠이 덜 깬 나는 한동안 이해를 하지 못했다. 내 브런치 스토리를 누가 해킹했나 싶은 생각도 순간적으로 들었다. 그 순간에도 계속 숫자가 올라간다. '혹시 내 글이 어딘가에 노출이 되었나?'라는 생각이 들어 Daum에 들어가 찾아보았지만 쉽게 찾을 수 없었다. 여기저기 둘러보다 드디어 홈&쿠킹 부분에서 내 글을 찾을 수 있었다. 없어지기 전에 얼른 캡처를 한다. 얼떨떨한 상태지만 내 입꼬리가 점점 올라감을 느낀다. 초보 브런치 작가에게도 이런 행운이 오다니 감사할 따름이었다. 글쓰기 연수를 받을 때 일기와 에세이의 가장 큰 차이점은 독자의 유무라고 배웠다. 일기가 나만 볼 수 있는 정제되지 않은 글이라면, 에세이는 몇 명이 되지 않더라도 내 글을 누군가 읽는다는 가정하에 쓰는 글이다. 조회수가 6000, 7000을 넘어 10,000 가까이 되는 이런 현상은 앞으로 나의 글쓰기 활동에 더 힘을 실어 주기 충분했다. 내가 모르는 누군가가 내 글을 읽어주다니 정말 감사했다. 물론 이게 구독자의 수와 직결되지는 않았지만 캡처를 한 화면을 바로 남편과 친한 동생에게 보내 자랑을 했다. 하수인 나는 동학년 선생님들 톡방에도 사진을 보내 응원받기를 내심 기대한다. 축하한다는 다른 사람들의 반응과 달리 남편 입에서 나오는 세 음절은 역시 나를 빵 터지게 만든다.


 "자기야, 내 글 다음 메인 화면에 떴어! "

 "왜 떴데?"

 "그러게!"


 기분이 마냥 좋은 나는 이런 남편의 반응도 귀엽기만 하다. 나도 사실 내 글이 다음 메인에 왜 노출이 되었는지 의아해하고 있었던 참이다. 이해가 안된다는 남편의 말과는 달리 남편의 손은 자신의 지인들에게 내 글에 대한 소식을 어느샌가 전하고 있다. 덕분에 조금이지만 구독자도 늘고 고맙다. 무심한 듯 하지만 '언제나'는 아니고 '가끔씩' 나의 편인 남편에게 나도 모르는 응원을 받는다. 라이킷 수가 늘어가고 조회수가 늘어갈수록 글 노출의 위력을 엄청나게 느낀다. 항상 내가 글을 올리면 누가 내 글을 읽고 라이킷을 눌러주는지 궁금했는데 읽어주는 분들이 있어서 정말 신기하고 감사한 경험을 날마다 하고 있다. 불과 며칠 전에는 조회수가 1인 날도 있었는데 조회수가 하루 만에 9791이라니! 자고 일어나니 스타가 된 기분이 이건가? 정확히는 '안마의자에서 30분 자고 일어나니 내 글이 스타가 된 기분이 이건가?'로 말할 수 있겠다. 생각보다 단순한 나는 가슴이 벅차오른다. 그다음 날에도 내 기준에서 꽤 높은 조회수가 계속 유지되었고 지인이 아닌 구독자가 느는 현상이 글쓰기를 정말 꾸준히 해야겠다는 다짐으로 연결된다. 숫자에 연연하고 싶지 않지만 어쨌든 나에게 확실한 동기부여가 되고 있다. 매번 통계에 들어가서 조회수를 확인하면 정말 내 글을 읽어주는 한분 한분이 소중하다. 실실 웃음이 계속 난다. 구독자가 적은 초보 작가에게도 이런 행운을 주다니, 누군가는 별일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으나 마냥 감사할 따름이다.


이틀 만에 조회수가 이렇게 차이가 난다.




 크든 작든 누구에게나 일상의 고단함과 나름의 걱정은 다 있다. 그 안에서 얼마나 감사함과 소중함을 자주 찾는지가 행복한 인생을 좌우한다. 동학년 선생님과 잠깐 나눈 스몰토크, 가족과의 대화, 예전에 경험했던 일에서 얻은 나만의 깨달음, 반 아이가 가지고 온 통죽순에서도 글감을 찾고, 잊지 않기 위해 메모를 하며 퇴근 후 나만의 시간이 생겼을 때 작가의 서랍을 연다. 그 서랍 안에는 나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는 제목과 사진이 제법 많다. 학원에서 밤늦게 돌아오는 아들을 기다리며 그 시간들을 채울 때 작가의 서랍만 한 게 없다. 유명한 강사인 김창옥님의 강연 유튜브를 즐겨보는데 그분은 나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 시간이 빨리 간다고 했다. 요즘은 나에게 글쓰는 시간이 그러하다. 한 번씩 시계를 쳐다보면 긴 바늘이 어느새 훌쩍 멀리뛰기를 한 기분이 든다.


 하수인 나는 나의 글을 보여주는 데 거리낌이 없고, 브런치 작가가 된 나에게 누군가는 진심으로 축하해 주며 대단하고 멋지다는 인사도 건넨다. 평범한 대한민국의 아줌마인 나도 브런치 작가가 된 것을 보면 누구나 다 작가가 될 수 있다고 그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다만 관심이 있고 없고의 차이일 뿐이다. 대한민국의 많은 사람들이 글을 쓰면서 치유의 시간을 경험하면 좋겠다. 요즘 나의 유튜브 알고리즘은 에세이 잘 쓰는 법, 글쓰기 첨삭 등과 같은 콘텐츠를 소개한다. 불과 한 달 전 알고리즘으로 나 혼자 산다, 전지적 참견시점, 먹찌빠의 먹방 영상이 자꾸 떴던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변화이다.  


 2024년이 거의 절반이 다 지날 즈음에 나의 새로운 목표가 하나 생겼다. 그건 바로 구독자 100명 만들기! 초보작가에게 큰 욕심이라는 건 안다. 하지만 목표는 자고로 커야 맛이어서 과감하게 100명이라는 숫자를 질러 본다. 꾸준함에 장사 없으니 글쓰기를 포기하지 않으면 올해가 꼭 아니어도 언젠가 이 숫자를 볼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도 생긴다. 나의 일상을 글로 표현하는 게 아직은 많이 서툴지만 나는 그냥 이런 내가 자랑스럽다. 역시 자존감은 높지 않지만 자기애만큼은 강한 여자, 앞으로도 나 자신을 응원한다.


그런데 왜 내 글이 다음 메인에 뜬 거지? 생각할수록 감사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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