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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긋 Jun 28. 2024

대한민국 아줌마의 줌바댄스 이야기

 오늘도 이겼다. 퇴근 후 줌바댄스에 갈까 말까 고민하는 나를 나 자신이 이겼다. 요즘 시험기간인 아들내미 때문에 잠을 설쳐 오늘따라 더욱 피곤한 몸을 안마의자에 눕히고 30분 동안 급속 충전을 한다. 그제야 겨우 힘이 생기고 줌바댄스에 가기 위해 주섬주섬 운동복을 챙겨 입는다. 막상 가면 재밌고 신나게 운동을 하는데 마음먹고 운동화를 신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민을 하는지 모르겠다. 오늘 결석이라고 메시지를 남기고 싶어 하는 손가락이 휴대폰 앞에서 잠시 망설인다. 칭찬할 만한 1초의 선택으로 나의 금요일 저녁시간은 건강함으로 채워진다. 불타는 불금을 맥주보다 운동으로 보내는 나 자신이 정말 대견하다. 


 기본적으로 댄스를 좋아하는 내가 줌바댄스를 시작한 지 어느덧 1년 3개월이 훌쩍 넘어간다. 우리 동네 행정복지센터 앞에 걸려 있는 주민자치프로그램 현수막에 내 눈길이 간 건 당연한 이끌림이었다. 댄스라는 단어가 있었기 때문이다. 주 2회에 시간도 퇴근 후 7시부터라 나에게 딱이다. 다이어트와 건강이 최대관심사인 사람들이 많이 모여있고 대부분 나 같은 아줌마이다. 줌바댄스 수업에서 가장 어린 사람은 이제 막 대학교에 들어간 20살의 강사님이다. 실력도 실력이지만 나이답지 않은 노련미와 성숙미를 가지고 있는 줌바댄스 강사님은 성격도 밝고 활기차서 보는 사람을 기분 좋게 만든다. 회원들 관리도 잘하여 최근에 엄청나게 많은 수강생들이 생겼다. 유튜브의 인급동(인기 급상승 동영상)처럼 우리 동네 주민프로그램 중에 가장 많이 회원수가 성장하여 관리자분들의 관심을 많이 받고 있다.


줌바강사님의 멋진 등근육, 나도 이런 등근육을 가지고 싶다.

 

 댄스를 좋아하는 나를 보며 사람들은 외향적인 성격일 것이라 생각하지만 이건 절대적인 편견이다. 나는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는 내향인이다. 하지만 피곤한 몸을 이끌고 일주일에 2번 저녁 7시에 줌바댄스를 열심히 가는 건 거기에서 받는 에너지가 너무 좋기 때문이다. 라틴계열의 신나는 음악, 회원들과 함께 흘리는 땀, 오늘도 해냈다는 뿌듯함 등 좋은 점이 가득하지만 무엇보다 내가 제일 사랑하는 것은 줌바강사님의 기합소리이다. 약간의 쇳소리가 섞여있는 에너지 가득한 소리를 듣고 나도 같이 소리를 크게 내면 스트레스가 풀린다. 회원들과의 소리가 단합될수록 에너지가 더 올라간다. 평소 귀가 예민하고 교실에서도 항상 소음에 노출되어 있는 나에게 큰 소리는 스트레스 그 자체이다. 하지만 음악과 동작에 맞추어 내뿜는 기합소리는 단전에 더 힘이 들어가게 하고 동작을 더 열심히 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된다. 가끔 흥에 겨워 소리를 크게 낼 때면 끝나고 나서 목이 아플 때도 있지만 기합소리를 내는 나 자신이 좋다. 엇박으로 나만의 기합소리를 낼 때는 살짝 희열도 느낀다. 


 1년을 넘게 줌바댄스를 해서 제법 친해진 언니들과 동생도 생겨 더 재미가 난다. 피곤해 찌든 나를 봐도 항상 예쁘다고 말해주고, 다이어트해야 한다고 하면 지금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그녀들이 있어서 줌바댄스를 끊을 수가 없다. 나의 자존감 지킴이들이다. 긍정적인 말들로 서로를 응원하며 결석하지 않도록 격려도 해준다. 만약 그녀들이 없었다면 피곤함을 핑계로 결석을 자주 했을지도 모르기에 감사한 마음이 많다. 다들 아이 키우면서 일도 하는 대한민국의 강한 엄마들이라 말은 하지 않아도 서로의 애환을 잘 알기에 줌바댄스에 온 것만으로도 서로에게 큰 박수를 쳐준다. 


 한 달에 단돈 2만 원으로 이렇게 훌륭한 강사님, 좋은 회원분들과 함께 집 근처에서 내가 좋아하는 줌바댄스를 할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가! 신체의 건강과 더불어 기합소리를 통한 정신적인 건강까지 챙길 수 있다. 운동화를 신기 위한 현관까지 가는게 제일 힘들지만 1시간 동안 음악을 들으며 열심히 땀을 흘리면 세상 근심이 아주 잠시 사라지기도 한다. 무엇보다 오늘도 해냈다는 나만의 뿌듯함으로 스스로를 칭찬해 주는 그 느낌이 정말 좋다. 요즘은 다이어트를 해야 하므로 살짝 자제하고 있지만 운동 후 마시는 맥주 한잔의 그 짜릿함을 경험해 본 사람들은 인생의 행복이 가까이에 있음을 다들 알 것이다. 


 잘 조성된 주민자치 프로그램의 혜택을 많이 받고 있어 항상 관계자 분들께 감사한 마음이 크다. 다양한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이라 생각들을 한데 모으기도 어렵고 많은 민원들이 있었을 거다. 직렬은 다르지만 같은 공무원으로서 그 힘듦이 결코 가볍지 않음을 안다. 아주 미약하지만 내 나름의 방법으로 주민자치프로그램이 잘 굴러갈 수 있도록 잘 참여하는 주민이 되기로 마음을 먹는다. 무엇보다 줌바댄스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우리 동네의 댄스 프로그램이 앞으로 쭉 가길 바란다. 


OO동 주민자치프로그램 줌바댄스 회원님들, 앞으로도 쭉 함께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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