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느긋 Jun 30. 2024

대한민국 아줌마의 스마트폰으로 사진 찍기

최경진 오름사진작가님의 스마트폰으로 사진 잘 찍기 특강을 듣고 나서.

 브런치 작가가 된 후 달라진 점 중 하나는 사진을 많이 찍게 된 것이다. 글을 올릴 때 인터넷의 사진들을 이용할 수 있지만 나는 왠지 모르게 내가 찍은 사진을 고집하고 싶었다. 덕분에 일상의 평범한 것들이 특별하게 보이기 시작했고 내 휴대폰의 저장할 수 있는 공간은 날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열심히 찍고는 있지만 스마트폰으로 멋진 사진을 찍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내 글과 어울리는 사진을 사진첩에서 찾는 것도 꽤나 고심하게 되는 일이기도 하다. 많이 찍고 실패를 해봐야 깨닫는 것이 있고, 거기에서 얻는 게 있을 거라 보지만 여전히 나에게 사진 찍는 것은 많이 어렵다.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더 잘 찍고 싶고 있던 차에 스윙댄스 동호회 카페에 글이 하나 올라온 것을 본다. 사실 이 글은 브런치 작가가 되기 전에 올라온 것으로 그때 당시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지만, 브런치 작가가 된 후에 다시 보니 나의 관심사와 딱 맞아떨어져 참석 댓글을 바로 달았다. 그 글은 바로 '스마트폰 사진 특강'이었다.

 

 사진 강사님도 원래 스윙댄서였는데 지금은 제주도에서 스윙댄스 세계 챔피언이었던 아내와 함께 행복한 삶을 꾸리고 계셨다. 제주도 오름 전문가시고 여러 차례 사진 공모전에서도 대상을 포함한 입상을 하신 훌륭한 실력을 갖춘 분이셨다. 그분의 특이점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스마트폰을 가지고 사진을 찍는 것이었다. 모두가 다 가지고 있는 스마튼폰으로 이렇게 훌륭한 사진을 찍는다니 강의를 듣는 내내 감탄을 감출 수 없었다. 평범한 회사원이었던 그가 제주도에서 사랑하는 아내와 함께 산을 다니며 자유로운 인생을 즐기는 모습을 보니 정말 부러웠다. 언젠가 반드시 할 명퇴를 꿈꾸며 '오늘 하루도 무사히'를 간절히 바라는 사람의 한 명으로서 그 부부의 모습은 나에게 매우 인상적이었다. 한 번뿐인 인생을 그들처럼 나도 내가 원하는 것을 하면서 인생을 살고 싶지만 정작 나는 명퇴 후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아직 찾지 못했다. 사회적으로 교사라는 명확한 직업이 있지만 40대 중반의 길목에 서있는 지금이 나의 진로에 대해 가장 많이 고민하고 있는 시기인 듯하다.


 강사님은 스마트폰으로 사진 잘 찍는 팁 30가지를 알려주셨는데 그동안 몰랐던 유용한 기능을 알게 되었고, 셀카 잘 찍는 꿀팁이나 별 찍는 법 같이 소소하고 실용적인 방법을 알려주셔서 많은 도움이 되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수평과 수직만 잘 맞춰도 좋은 사진이 나올 수 있다는 점과 최대한 많이 찍으라는 내용이었다. 같은 장소도 날씨와 시간에 따라 다르니 많이 찍어보면 자연스레 자신만의 방법을 터득할 수 있을 거라 응원도 해주셨다. 자신의 인생담을 녹여낸 강의는 2시간을 꽉꽉 채워도 전혀 지루하지 않았고 중간중간 퀴즈타임도 있어 나의 집중력을 더 높였다. 히말라야를 여러 번 등반한 강사님의 경험에 관한 퀴즈를 맞혀 상품도 받아 매우 신이 났다.


 "히말라야가 생각보다 많이 위험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사고가 일어나기는 하는데 가장 많이 사고가 일어나는 곳은 어디일까요?

 "절벽이요"

 "오, 맞습니다. 여기 제 사진이 담겨있는 포토카드입니다."

 "와~ 감사합니다!"  


 어린이처럼 어른도 퀴즈를 맞히는 즐거움이 크고 상품을 받는 경험도 언제나 유쾌하다. 받은 상품을 보니 정말 이게 과연 스마트폰으로 찍은 것이 맞나, 그렇다면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는 나도 전혀 불가능한 건 아니겠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다. 사진을 전공하지 않은 그였지만 스마트폰 사진에 대해 경험으로써 많은 것을 알고 있었고, 오랜 시간에 걸쳐 터득한 그만의 노하우를 이렇게 공유를 해주는 게 정말 감사했다. 전국적으로 강연도 많이 하러 다니시는데 아내와 함께하는 모습이 정말로 아름다웠다. 국민학교 시절부터 중년의 나이가 될 때까지 학교에 몸이 항상 묶여 있는 나로서는 자유로운 그들의 모습이 마냥 부러웠다.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남들과 비교하지 않는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하지만 강의를 듣는 내내 부러운 감정을 감출 수 없었다.


최경진 오름사진 작가님의 작품들, 퀴즈를 맞히고 상품으로 받았다.


 집으로 가는 길에 같이 강의를 들었던 친한 동생이 조명으로 환희 빛나는 건물을 향해 버튼을 누른다. 여러 번 찍은 결과 꽤 느낌 있는 사진도 나온다. 브런치 작가가 된 후 일상의 재발견을 자주 경험하는데 이번 스마트폰 강의를 듣고 나서 그 발견이 한층 더 발전한다. '남들한테는 안 보이는데 나한테만 보이는 것, 그게 사진가의 시작이다. (보리스 미카일로프-우크라이나 사진가)'라는 말도 소개를 해주셨을 때 이 말이 진정으로 내 마음에 와닿았다.

 

스마트폰으로 사진 찍기 강의를 들은 후 내가 찍은 사진들

 사진 강의를 들은 후 사물을 바라보는 나의 눈길이 좀 다정해졌다. 중학생 아들의 학원 픽업을 가는 도중 자동차의 선루프에 고인 빗방울이 특별해졌다. 주차장을 나서며 문득 하늘을 보니 분홍빛으로 물든 하늘과 전선들이 아름다웠다. 언니와 카페에 갔을 때 아무도 없는 조용한 카페의 한 장면이 나를 위한 선물처럼 느껴졌다. 그냥 지나쳤을 일상의 평범함이 나에게 매 순간 특별함으로 다가온다. 이는 내가 현재 누리고 있는 것의 감사함으로 이어진다. 직장일과 집안일로 가끔 지칠 때도 있지만 이런 소소한 행복들로 일상을 잘 보듬고 가꾸어 가기로 한다. 이제 사진강사님 부부는 그만 부러워하고 언젠가 그들이 있는 제주도로 가서 오름투어를 같이 할 하나의 꿈을 마음속에 새긴다.

작가의 이전글  대한민국 아줌마의 전국노래자랑 본선 진출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