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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긋 Oct 17. 2024

무에타이 관장님

[대문사진 출처: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나는 말을 많이 하는 사람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우리 무에타이 관장님은 말씀을 많이 하신다. 하지만 다 주옥같은 이야기로서 한마디도 놓치고 싶지 않다. 아, 나는 쓸데없는 말을 많이 하는 사람을 싫어했던 거구나! 오늘도 나의 정신무장에 피가 되고 살이 되는 말씀을 많이 해주시는 우리 관장님이 존경스럽다.

 

 노란색 꽁지머리가 매우 인상적인 우리 관장님은 까만 피부에 배가 살짝 나왔다. 나랑 크게 나이 차이는 안 나지만 50 대인건 분명하다. 어떤 기관에서 준 위촉장에 쓰인 관장님의 생년월일을 확실히 보았기 때문이다. 2달째 체육관을 다니면서 관장님의 말씀을 통해 알게 된 사실은 다음과 같다.


1. 관장님은 15kg을 빼고 16kg가 다시 쪘다. 열심히 살을 빼셨지만 요요가 와서 다시 예전 몸으로 돌아가셨다. 그런데 15kg을 빼는 게 정말 대단하다. 나도 다이어트를 하고 싶어서 무에타이를 시작하였는데 아직까지 살이 조금도 빠지지 않았다. 근육은 좀 붙은 느낌이지만 숫자는 별로 달라진 게 없고 오히려 최근에 많이 마신 맥주 때문에 숫자는 더 올라갔다. 관장님이 한 번씩 나에게 살이 많이 빠졌다고 하는데 그냥 하신 말씀은 아닐 거라 믿고 싶다. 관장님의 말씀에 의하면 체육관을 다니면서 다이어트에 성공한 사람이 많다고 한다. 다들 대단하다.


2. 관장님의 형제 중 누님과 형님들이 다 체육관을 하신다. 운동인 집안의 아들이다. 무도인으로서 자부심이 대단하시고 열정이 너무나 멋지다. 중학생인 이른 나이에 사부님이 되어 꾸준하게 운동을 하셨고 후배 양성을 위해 지금도 애쓰고 계신다.


3. 젊은 시절 검도를 오랫동안 하셨고 안 해본 운동이 없다. 얼핏 들어서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킥복싱도 하신 것 같다. 무도로 단련된 몸이 증명을 한다. 엄청난 내공이 느껴지는 관장님은 부드러움과 강인함을 동시에 가지고 계신다. 강인함을 뽐내지는 않지만 부드러움 속에서 강자의 기운이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4. 무에타이의 정신력을 굉장히 강조하신다. 언젠가 한번 무에타이와 킥복싱의 차이점을 관장님께 물어본 적이 있다. 초보자인 내가 보기엔 둘이 같아 보였다. 일단 무에타이는 200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태국의 전통 무술이고 킥복싱은 60년 남짓의 역사를 가진 운동 종목으로 일본의 가라데를 뿌리로 두고 있다. 무에타이 선수는 절대 고개를 숙이지 않아 경기를 위해 링 안에 들어갈 때도 링 위로 들어간다고 설명해 주셨다. 쓰러져 있는 선수에게도 절대 공격을 하지 않는 신사다운 운동이다. 무에타이 선수는 '몽콘'이라는 신성한 머리띠를 쓰는데 이는 스승님에게 받고 경기 직전 스승님만이 몽콘을 벗겨줄 수 있다고 한다. 경기 전 전통음악에 맞추어 경기장을 돌며 춤을 추는데 복과 건강을 기원하는 의미라고 설명해 주셨다. 들으면 들을수록 성스러운 운동 같은 느낌도 들었다. 평소에는 자신의 강인함을 드러내지 않고 위기 상황에 자신과 가족들을 보호하기 위해 거침없이 돌격하는 무에타이 정신이 너무나 멋져 박수가 절로 나왔다.


5. 수련생 한 명 한 명을 진심으로 대해주신다. 부드럽고 다정한 말투로 문을 열고 들어오는 회원들을 항상 반갑게 맞아주셔서 처음 오는 사람들도 금방 적응을 할 수 있게 도와주신다. 이런 관장님의 영향을 받아서인지 사부님이나 코치님들도 인사를 잘하고 수련에 진심으로 임하는 게 느껴진다. 어린 초등학생들이 오면 그 친구들 수준에 맞게 이야기도 잘하시고, 나 같은 중년의 아줌마의 컨디션도 잘 살펴주신다. 개개인의 회원들 특성을 빨리 파악하여 그에 맞게 좋은 이야기많이 해주셔서 친근감이 많이 느껴진다. 수련이 끝나도 회원들이 바로 집에 가지 않고 다음 수련도 이어서 하는 경우가 많은데 포용력이 넓은 관장님 덕분 같다. 나 같은 경우도 예전 같으면 한 타임이 끝난 후 집에 가느라 바빴는데 요즘에는 스트레칭도 하고 물도 마시며 나름의 정리 운동을 하고 간다. 운동이 끝나도 약간의 힘이 남았다면 무거운 철심이 들어있는 줄넘기를 100번 하기도 한다. 우리 체육관에 회원 5년, 8년째 다니시는 분도 굉장히 많다. 아직 2달째 병아리 회원인 나도 50대가 되어도 꾸준히 무에타이를 하고 싶다. 무에타이 자체로도 굉장히 매력이 있지만 관장님의 좋은 기운도 나의 무에타이 인생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근 우리 반 학생 중 한 명인 우찬(가명)이가 무에타이 체육관에 다니기 시작하였다. 수련시간이 맞으면 담임교사인 나와 함께 운동을 하기도 한다. 어제는 우찬이와 기초체력 달리기를 뛰었다. 열심히 운동을 하는 우찬이를 보니 교실에서의 느낌과 좀 달랐다. 평소 배가 아파 조퇴를 자주 하는 우찬이었는데 땀을 흘리며 진심을 다해 운동하는 모습을 보니 정말 대견했다. 우찬이 엄마도 건강에 대해 걱정이 많으신데 운동하는 모습을 보면 한시름 놓으실 것 같다. 체육관에서 우찬이에게 한마디라도 더 건넬 수 있어서 좋은 시간이었다. 교실에서도 운동에 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할 때면 관계가 더 돈독해짐도 느낄 수 있다. 이런 우리의 관계를 알고 계시는 관장님께서 달리기를 한창 하고 있을 때 말을 하셨다.


 "우찬이 멋집니다. 선생님도 멋집니다. 내가 어렸을 때 담임 선생님과 같이 운동을 했다면 더 열심히 했을 겁니다!"  


 이 말을 듣고 격려해 주신 관장님에게 정말 감사했다. 남편에게 이런 말을 하면 '모든 관장님들은 회원 관리를 잘한다'라고 겉치레 인사 정도로 치부해 버리지만 나는 느낄 수 있다. 관장님이 무도에 진심이고 회원들에게도 진심이라는 것을 말이다. 우리 관장님은 드라마 허준도 좋아하신다. 마음을 치료해 주는 의사가 진짜 의사이듯 회원들 개개인의 마음을 잘 알아주시고 컨디션도 잘 살펴주시는 관장님이 앞으로도 승승장구하시면 좋겠다. 관장님의 특이한 기합소리도 나를 힘나게 한다.


쯔아자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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