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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하파 Nov 11. 2024

어느 미래의 속보

엽편소설




 어느 미래의 속보



세계 5대 글로벌 기업인 GEN. AI의 CEO 인  아마란스 회장은  최근 혁신적인  오가닉 인공지능 개발에 성공했다.  단순히 컴퓨터 속 거대 메모리 안에 존재하는 추상적 인공지능이 아닌  실제 물질적인 인공신경지능을 개발한 것이다.  인간 뇌의 신경망과  거의 완벽히 대응되는 인공 신경망을 구축했고 그로 인해  이제 인공심장과 같이 인공 뇌의 출현이 임박한 것이었다.  아직은 실험 단계이지만 아마란스는 향후 10년 내에 다른 장기들처럼 강력한 인공지능이 장착된 뇌를 이식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이제  ‘나’라는 정체성을 유지시키기 위해 원래 인간의 뇌 속의 기억들을 물리적으로 이 인공뇌에 어떻게 옮길 것인가 하는 문제와  임상실험에 대한 윤리 위원회의 법 개정이 남아 있는데 어느 정도 실마리들은 해결된 상태이다.  어쩌면 이것이 성공하면 그가 꿈꾸는 영생의  꿈이 더 완벽한 단계로 나아가게 되는 것이다.   현재  각종 첨단 인공 장기나  줄기세포 배양술  그리고 유전자 교정술이나 나노기계를 이용한  세포 단위의 수술 등  의학계의 눈부신 발전은 생명 연장의 꿈을 실현시키고 있다. 이제 노화하지 않는 인공 뇌는 그야말로 이 의학적 혁명에 종지부를 찍는 업적이 될 것이다.  진시황이 그토록 찾아 헤맨 불로초는 과학의 힘으로 실현되고 있었다. 물론 엄청난 비용 때문에 소수의 엘리트들만이  이 혜택을 받기는 했지만.   아마란스 역시 이 시술들을 수시로  받으면서  이제 130세를 바라보게 되었다.  전쟁이나 자연 재난 등을 비롯해  불의의 사고를 당하지 않는 한 노화는 최소 200년까지는 늦출 수 있다. 아마 그때쯤이면 더 발전된 의학이  다시 지금보다 더  수명을 늘려 놓고 있을  것이다.

어쨌든 문제는 갑작스러운 사고를 피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마란스는 이 사고의 가능성을 제로에 가까운 확률로 줄이기 위해 자신의 주변을 언제나 철저히 관리해 왔다. 훈련된 정예의 보디가드들이  어디를 가든지 늘 근거리에서  밀착 수행했고  교통사고의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주변에 수행차량 6대가 전후 좌우로  마치 국가 원수를  호위하듯 따라붙었다.  혹시 사고가 나더라도 이들이 방어벽이 되어주는 것이다.  또한 전용 농장을 저택 내에 구비하고  오염되지 않은 유기농 식재료 만을 집적 재배해 사용해 전용 요리사들이 저칼로리 고단백 저당 저염식으로 된 고급 요리만을 제공했다.   전속 헬스 트레이너들은  매일 2시간씩 그가 균형 잡힌 건강한 육체를 유지하도록  그에게 최적화된 운동 프로그램을 만들어 주었다.   그는 자신의 재력을 믿었고 영생을 신봉했고 한 번도 죽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아니 사실은 그만큼 죽음을 늘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그는 죽음을 혐오했고 두려워했으며 부단히 도망치려고 애썼다.   그는 아직도  해야 할 일들이 많았다. 아직 이 삶을 포기할 수가 없었다. 그는 끝없이 인간이 가진 가능성의 한계를 확장하고 싶었고  그동안 그런 일을 해왔다고 자부했다. 그는 단지 지금 누리는 세속적인 재력과 권력을 놓치고 싶지 않아서가 아니라 진정한 창조자로서의  인간의  과업을 자신이  수행해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살고 있다고  굳게 믿었다. 이제  스스로 진정한 창조자가 되어 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 창조자에게 죽음은 있을 수 없다.  

오늘은  콘래드 의원이 주최하는  자선 모임에 참석해야 한다.   이 모임은  인공 뇌 이식을 비롯해 생명과학과 인공지능 그리고 가상현실 분야의 여러 가지 윤리적 문제들에 대한 국회의 승인과 법령 개정을 위한 비공식적 후원회의 성격이 강했으므로 내키지 않았지만 참석해야 했다.  멍청한 정치인 놈들.  그는 정치인들을 혐오했다.  그들이 하는 것이라고는 대중 앞에서 생색내는 일들이 전부이다. 뒤로는 온갖 협잡을 일삼으며 오로지 자신들의 권력을 유지시킬 목적으로 상대를 이용할 뿐이다.  그들은  이 과학의 진보와 인간의 창조적 능력이 지닌 위대함과 숭고함 따위는 관심이 없다.  사실 그들은  길거리 노숙인을 가져다 생체 실험을 한다 해도 저희들의 이익에 부합된다면 윤리 따위는 신경 쓰는 인간들이 아니다.  하지만 겉으로는  대중을 움직이기 위해 이 윤리적 선택들을 매우 고심하는 척  연기하는 것뿐이다.  그들의 마음속은  이런 법안을 통과시켜 합법적인 윤리적 명분을 만들고 그로 인해 기업들로부터 챙길 여러 가지 이권들을  생각하기  바쁠 뿐이다. 콘래드는 그런 정치인들 중에도 가장 노련하고 가장 강력하고 두꺼운 가면을 쓴 인물이다.  그는 평생을 중도좌파의 정치인으로 살아왔고 사회적으로도 명망을 얻고  대중들에게도 호감을 지닌 인물이었다.  그는 상류층에게 언제나 까다롭게 굴었고  급진적인 중산층과 하층계급을  지지세력으로 지녔다.  지난 대선에서 승리해 집권당의 실질적 책임자가  된 그는  자신의 고유 지지층과 반대편 지지자들의 여론을 통합할 필요가 있었다.  인공지능을 비롯한 첨단 미래 산업의 발달로  대규모 실업, 빈부격차. 생명 연장술 혜택의 편중화 등   상류층과 일반 대중 사이의 갈등은 심화되었고 그는 정치적 제스처를 할 필요가 있었다.  그는 지난 20여 년 사이 급성장한 넥서스 메디 스피어라는 의료 전문 복합 기업의 부설 종합병원인 노바 바이오돔에서  난치성 질병을 앓고 있는  저소득층  환자들에게  무료로  최첨단 의료 시술을 하는 프로젝트를 수 년간 벌여왔다.  이를 통해  각종 바이오 공학의 성과를 홍보하는 동시에 새로운 기술이 지니고 있을지 모를  치명적인 윤리적 문제에 대한  면죄부를 받을 수 있었다. 그는 첨단 기업들의 경영자들을 이 이벤트에 지속적으로  참여시켜 왔고 오늘 그 수혜자들을 초대해 만찬을 갖는 날이었다.   아마란스는 그런 정치적 쇼를 보고 싶지 않았지만  콘래드가 반대하면 법안 통과는 어려웠다.   오랜만에 턱시도를 차려입고 그는 수행원들과 대저택을 나섰다.


대런은  오래전  네오비전 소프트라는  게임 및 가상현실 엔터테인먼트 회사의  중간 개발자로 일했다.  그가 했던 일은 기존의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이용해 데이터 기반 온라인 게임의 유저들을 분석해 개인 맞춤별  게임 환경을 최적화하는 일이었다. 그렇게 파악된 개인의 성향들은 그들이 원하는 게임 맵을 자동으로 생성하게 만들고 개인에게 특화된 상대 플레이어를 자동으로 디자인했다.  게임은 프로그래밍된 제한된 환경 안에서 이루지는 것이 아니라 삽입된 인공지능을 통해  무한 차원으로 새롭게 조합되었다.  초반에는 그 인공지능의 프로그래밍에 중요한 모듈을 개발하고  그것이 효과적으로 작동하는 데에 상당한 부분에서 그가 기여하는 바가 컸다. 그러나 한번 작동하기 시작한 인공지능 모듈은  그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뛰어났다.  이제  그것은 스스로의 문제를 찾아내고 보완하고 업그레이드하며 성능을 향상해 갔다. 나중에 대런이 하는 일이라고는  몇 가지 세팅을 프로그래밍하고  하드웨어적인 오류가 났을 때  이를 점검하고  데이터 시스템을  관리하는 정도였다.  그는 처음에는 그 정도의 관리를 하며 보수를 받는 데 만족했지만  점점 자신의 일로부터 소외되어 갔다.  걷잡을 수 없이 발전해 가는 인공지능의 능력에 그는 인간으로서의 무력감을 느꼈고 갈수록 우울증이 깊어갔다.  결국 회사는 인공지능의 플러그를 꽂고  뽑는 역할 정도로서  더 이상 그의 자리를 보존해 줄 만큼 한가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이 개발한 인공지능 모듈에 밀려  회사를 나와야 했다.   그러나 해고의 사유는  중증 우울증으로 인한 업무 능력 상실이었다.  그는 소송을 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 부당해고라고 하기에  그는 스스로 하는 일이 없다는 너무나 명백한  팩트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 당시는 그 무력감이  분노를 앞서 있었다.   그러면서도 설마  개발자로서 할 일이 없겠나 하는 안일한 생각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직장을 구하기는 만만치 않았다.  모든 것은 인공지능이 대체하고 있었고 그가 가진 개발능력은 이제 그다지 희소성이 없었다.   결국 그는  불법으로 연예인이나 유명인 혹은 유저가 원하는  일반인을 모델로  가상의  성인물을 체험하게 하는 가상현실 프로그램을 만드는 허름한 회사에서 일을 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한 명의 관리자만 빼고 차츰 한 명씩  해고를  당하는 수순을 밟았다.  결국 그는 아직까지는  실절적인 노동이 가능한 로봇이 대량 생산되지 않았기에 결국  육체적인  품을 파는 고되고 열악한 환경의  일들을 할 수밖에 없었다.   생활은 점점 어려워지고  아내도 그를 떠났다.  설상가상 그즈음 딸 아네트의 병이 발병했다.   ‘근위측성 측삭경화증’  흔히 루게릭 병이라 불리는 불치병이었다.  그러나 최근의 유전자 조정술은 이 병을 완벽하지는 않지만  상당 부분 진행속도를  대폭 감소시키는 데 성공하여  관리를 잘하고  예후가 좋으면 20년 이상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을 만큼  활동이 가능했다. 하지만 여러 가지 부작용이 아직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이때  마침  메디 스피어를 중심으로 생명 공학 핵심 기업들이 정부와 공동으로  저소득층에 대한 대대적인 생명 연장기술을 제공하는  프로젝트가  참여자를 모집하고 있었다.  2년마다 단  100명의 대상자만을 유형별로 선발하기 때문에  경쟁이 치열했다.  선별 기준은 과거에는 분명 불치병이거나 치료가 어려운 병으로 판단된 질환이나 장애를 앓고 있을 것, 하지만 지금 임상실험이 완료되어 안전하게 수술과 시술 및 치료를 할 수 있는 병이어야 했다.  그래야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측에서도 의료사고 없이  광고효과를 볼 수 있고  그 서비스를 받는 환자들도 만족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딸의 병은 완벽히 치료가능한 병으로 분류되지 않았다.  그저 속도를 늦출 뿐 완벽히 유전자의 작동을 멈추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결국 그의 딸은  탈락했다. 표면적으로는 그러했다.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었다.   검은 양복을 입은 사람들이 그의 집으로 찾아왔다.  그들은 딸의 병을 치료하는 기술이 개발 중이라고, 지금의 불완전한 치료와는  다른 완벽한 유전자 조정을 할 수 있다고, 하지만 임상실험 중이라 성공을 100% 확신할 수는 없다고,  만약 그래도 치료를 원한다면  무료로 진행해 줄 수 있다고 했다. 말하자면 그들은 딸의 생명을 담보로  임상실험을 하겠다는 말이었다.  단 이 치료는 비밀리에 진행되며 이 사실을 유출할 시  모든 치료는 즉각 중단되며  그동안의 모든 치료비용이 청구된다는 계약의 조건을 내걸었다. 대런은 오랫동안 고민했다. 어차피 그대로 방치한다면 5년 이내에 모든 근육이 마비되어 죽을 수 있다. 아니 식도근육이 먼저 마비되면서 아네트는 툭하면 사례가 걸렸고  음식을 넘기는 일이 힘들어졌다.  더 빨리 죽음이 찾아올 수도 있는 일이었다.   결국 그는 악마의 계약에 도장을 찍고 말았다.   처음에 치료는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했다. 굳어가던 근육이 이완되고  수축된 신경들은 다시 살아나기 했다.  아니 아네트는  전보다 더 유연해졌고  근육량도 증가했으며 무엇보다 운동신경이 눈에 띄게 발달했다. 식도의 근육도 정상으로 회복되면서 음식을  제대로 섭취했고 체중도 나날이 증가했다.  그러나 그것은  폭주의 전조였을 뿐이다.  치료가 시작된 지 한 달이 지났을 때  딸은 온몸에 경련을 일으키더니 마치 간질 환자처럼 거품을 물고 쓰러졌다. 혼수상태에 있던 아네트는 이틀 후 조용히 숨을 거두었다. 처음에 그는 의료진과 검은 양복 사내들의 멱살을 잡으며 분노했다.  그러나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검은 양복의 사내들은  그를  찾아와 계약서를 내밀며  비밀 각서를 다시 한번 상기시켰고 자신들이 상식적인 법의 테두리에 있는 사람들이 아니란 걸 은근히 드러내며 무언의 협박을 했다. 그리곤 많다고도 적다고도 할 수 없는 위로금을 전달했다.  그러나 생명에 대한 대가는 그것이 아무리 많던 적을 수밖에 없었다.  대런은  모든 것이 자신의 잘못이라 생각했다. 딸아이를  실험의 도구로 내몰았던 것은 바로 자신이었다. 그는 자신의  무능과 비겁함을 자책했고  한동안 딸을 잃은 슬픔에 완전히  정신 나간 사람처럼 지냈다.   최근에야 그는 자신이 무얼 해야 하는지 확신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그 일을  묵묵히 준비해 왔다,

이제 오늘 저녁  그는 딸의 죽음에 대해 세상에 알리고  생명 연장 기술 뒤에 숨겨진  불법적인 임상실험의 실체를 폭로해야 한다.   오늘도 그들은 자신을 미행할 것이다.  일단 그들부터 따돌려야 한다.  그리고 저 인류의 파괴자들을 만나야 한다.  적당하고 온건한 방법으로 그는 아무런  이슈를 만들지 못할 것이다.  그는  딸의 치료과정에서 몰래 수집해 두었던 자료와  자신이 남긴 기록들을  꼼꼼히 다시 한번 살핀 후 상자에 담았다. 이 자료들은 방송국의 기자에게 전달될 것이다.  그는  굳은  의지로  자신의 마지막이 될지 모를 하루의 동선을 다시 한번 머릿속으로 점검해 본 뒤  상자를 가방에 담고 집을 나섰다.



뉴스 속보


안녕하십니까.  속보입니다.     오늘  오후 4 시 30분경    GEN.AI의   아마란스 회장이  괴한으로부터 총격을 받아  사망했다는  소식입니다.   아마란스 회장은  오늘 3시부터   최첨단 종합병원 노바 바이오돔에서  열린 자선행사에 참가했다가 이 같은 변을 당했습니다.  이 자선행사는 이 병원의 모회사인 넥서스 메디스피어를 비롯해  여러 기업이 첨단 생명 공학에서 이룬 최근의 기술적 성과를  저소득층 환자에게 무료로 제공하기 위한 기부 모임으로 생명공학과 의학은 물론  인공지능  가상현실 분야의  기업 수장들과  이 모임의 주선자인 콘래드 의원 등  여러 정치인들이 모인 자리였습니다, 현장에서 체포된 범인은  경찰에 연행된 후 최초 진술에서  이 자선 행사가 기업들의 비윤리적인  임상 실험의 마루타를 구하기 위한  교묘한  거짓 술책이라 주장했다고 합니다.   자신의 딸이 그 희상자이며 이 일들을 뒤에서  조정하는 것은 바로  콘래드 의원이라  주장했습니다.  그가 목표로 했던 것은 콘래드 의원이지만  잘못해서 아마란스 회장의 머리를 관통했고  아마란스 회장은 그 자리에서 즉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참고로 아마란스 회장은  최근  인공뇌 이식을 성공시킬 중요한 기술들을 발전시켰고  미래영생 재단을 운영하면서  스스로가 여러 가지 첨단 시술을 통해 130세까지 수명을 연장시켜 왔었기에 그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GEN.AI 측은 물론  전 세계에게 적잖은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한편 지난 십여 년간 꾸준히 시행되어 온  저소득층에 대한 생명연장 기부 프로젝트가  겉으로는  기업의 사회적 배려를 포장하고 있지만 사실은  비윤리적 임상실험을 위한 눈가리개용 선전이라는  범인의 주장 또한  사람들에게  큰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경찰 측은   신중한 태도를 보이며  범인의 정신적 상태가 온전치 않기 때문에  그의 주장의 진위를 파악하고는 있는 중이라고만 전했습니다.

자세한 소식이 올라오는 대로 다시 연결하겠습니다.    

다음 소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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