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 백약이오름
백약이오름은 한라산 동쪽 중산간지대 오름군에 속하며, 해발 356.9m로 규모가 큰 오름이다. 이 오름은 예로부터 다양한 약초가 자생하고 있다고 하여 백약이오름(百藥岳)이라 불리고 있다. 지금도 오름에는 층층이 꽃, 한라꽃향유, 쑥, 방아풀, 꿀풀, 쇠무릎 등 약초가 자생하고 있다고 한다.
백약이오름은 서귀포시 소유이며, 사유지 오름에 비해 탐방로가 잘 조성되어 있다. 참고로, 제주도가 제주대학교에 의뢰한 ‘제주 환경자산 오름·습지 보전관리 수립 학술연구용역(2021.12)’ 보고서에 따르면 368개 오름 소유자는 국공유지 164개(44.6%), 사유지 148개(40.2%), 공유지 57개(15.5%), 공동소유 36개(9.8%), 재단소유 15개(4.1%), 기타 5개(1.3%) 순이라고 한다.
오름입구에 서면 길게 뻗은 백약이오름 산책로가 시원하게 들어온다. 그래서 젊은 연인들이 이곳 입구와 곧게 뻗은 산책로에서 사진을 많이 찍는다. 어떤 연인은 가볍게 뽀뽀하는 모습을, 다른 이는 두 손을 머리에 올려 하트모양을 만든 모습을, 또 다른 이는 산책로에 주저앉은 모습을 셀카봉으로 촬영한다.
오름입구에서 약 200~300m는 평평하면서 두 사람이 나란히 걸을 수 있을 정도 넓은 길이다. 산책로 양옆에는 나무기둥으로 울타리를 만들어 놓았다. 울타리 너머는 넓은 초지이다. 그래서 산책로 좌우 풍경을 감상하면서 올라가는 재미가 있다.
초지를 지나면 다소 가파른 산책로가 나온다. 오름 경사면을 'Z' 자 형태로 깎아가면서 산책로를 조성했기 때문에 우측은 높은 언덕이고, 좌측은 완만한 절벽이다. 우측 언덕에는 억새로 찔레나무가 엉켜 자란다. 때마침 낮에도 떠있는 달이 억새 위에 내려앉는다. 풍요로운 한가위 정취가 물씬 풍긴다.
힘에 부친다는 생각이 들 즈음이면 분화구 둘레길에 도착한다. 분화구 둘레길이 아부오름(1.5km)처럼 길게 느껴진다. 둘레길은 대부분 평평이거나 완만한 경사길이다. 길 양옆 5~10M 정도는 초지이고, 그 너머에는 잘 조림된 삼나무 숲이다.
오름 정상 부분은 훼손되어 일정기간 휴면기에 들어간다는 안내문이 붙어있다. 제주도에서는 사람들로 인해 심하게 훼손된 오름의 경우 2~3년씩 산책로를 폐쇄하는 휴식년제를 실시하고 있다. 대부분 오름 전체를 폐쇄하는데 비해 이곳 백약이오름은 정상 부분 일부만 통제하고 있다.
분화구 둘레길에서 분화구 내부를 내려다볼 수 있다. 화구벽은 삼나무로 둘러싸여 있고, 중앙 부분은 자그마한 풀이 자란다. 원모양의 분화구가 예쁘게 드러난다. 분화구 너머로는 한라산이 아스라이 모습을 드러낸다.
분화구 둘레길을 한 바퀴 돌면서 다양한 주변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좌보미오름, 높은오름, 다랑쉬오름, 동검은이오름 등 주변 유명오름들이 하나둘 눈에 들어왔다가 사라진다. 모두들 각자 특색 있는 모습을 하고 있다.
동쪽으로는 성산일출봉과 우도 풍경이 펼쳐진다. 햇빛에 반사되어 반짝이는 억새들 사이로 펼쳐지는 풍경이 멋있다. 가을바람이 풍력발전기를 돌린다. 빙글빙글 돌아가는 모습이 어릴 적 손에 쥐고 놀던 바람개비를 연상시킨다.
서쪽에는 웅장한 한라산이 버티고 있다. 주변 오름들이 대장군인 한라산을 물샐틈없이 지키려는 듯 촘촘히 서있다. 한라산도 파랗고, 하늘도 파랗다. 혼연일체가 된 모습이다.
때론 화구벽이 커다란 성벽을 만들어 한라산을 보호하는 듯 느껴진다. 빼곡히 자라고 있는 삼나무 숲이 성벽마저 감추고 있어 누구라도 감히 넘어갈 수 없는 철옹성 같아 보인다.
주변 오름에서 바라다 보이는 백약이오름은 형태는 비슷하지만, 주변풍경과 어우러져 색다르게 보이기도 한다. 높은오름에서 보면 드넓은 목초지와 어우러져 커다란 목장을 연상케 한다.
동검은이오름에서 바라보면 울창한 숲과 어우러져 깊은 숲 속에 자리 잡은 산을 연상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