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 왕이메오름
왕이메오름은 한라산 서쪽 중산간지대에 있는 유명오름 중 하나이다. 이곳 명칭은 옛날 탐라국 왕이 사흘 동안 기도를 했다는 데서 붙여진 이름이란다. 한편으론 101.4m 깊이의 거대한 분화구를 중심으로 여러 개의 크고 작은 봉우리가 마치 왕관과 같은 모양을 하고 있어서 불린다고 한다.
이 오름은 사유지이다. 그렇지만 이곳은 여느 사유지 오름과는 달리 탐방로를 개방해 두었다. 오름 표지판에 방목하는 말을 놀라게 하거나 산림을 훼손하는 것 등 몇 가지 주의 사항을 써 두었다. 참고로, 제주도에는 368개 오름이 있다. 고산지대나 숲 속 깊은 곳에 있어 접근이 어렵거나, 훼손으로 일정기간 휴식년제를 실시하고 있는 오름을 제외하면 최대 150~200개 정도 오를 수 있다. 이중 개인 소유지나 말목장으로 이용되고 있는 오름은 출입을 통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미리 출입가능 여부를 알아보고 방문하는 것이 좋다.
오름 정상까지 오르는 산책로는 험하지 않다. 그리고 잘 조성되어 있다. 분화구 둘레길은 아부오름(1.5km)에 못지않게 길다. 산책로가 삼나무로 우거진 숲 속에 조성되어 있다. 걷다 보면 완만한 능선을 오르락내리락하고 있다는 생각을 들게 한다. 가끔은 다소 벅찬 오르막이 나온다. 그래도 숲 속이라 햇빛을 직접 받지 않기 때문에 걸으면서도 상쾌하다.
분화구 내부로도 들어갈 수 있도다. 분화구가 크고 깊어서 둘레길에서 한참을 내려가야 분화구 내부에 들어갈 수 있다.
분화구 내부는 깊으면서 넓다. 대부분 수목이 자라고 있다. 다만, 분화구 중앙 부분에 20~30평 정도 되는 잔디밭이 있다. 이곳에서는 나무가 우거진 높은 화구벽이 360도 둘러져 있는 예쁜 풍경을 볼 수 있다. 화구벽이 오르락내리락 높고 낮음이 있어, 신라시대 왕관을 연상시킨다. 크기가 너무 커서 거인만이 쓸 수 있다. 이곳을 들어온 사람은 자신도 모르게 개미같이 작은 몸으로 임금의 정수리에 서있게 된다.
분화구 내부에 서 있으면 가끔씩 새소리가 들린다. 새들의 경쾌한 노랫소리가 높은 화구벽에 막혀 반사됨에 따라 다소 크게 들린다. 영화관의 사운드에 미치지는 못하지만, 주위에 사람이 없다면 잠시 앉아 눈을 살며시 감고 들어보는 것도 좋다. 새들 노랫소리에 바람소리가 더해지고, 나뭇잎들이 바람에 스치는 소리까지 어우러지면 자연스럽게 명상에 잠기게 된다. 한참 후에 눈을 뜨면 온몸이 상쾌해졌음을 알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