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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욱 May 16. 2024

1화. 도착했는데 "아빠 미국 맞아?"

@ 2007 워싱턴 시간여행

2006년 12월 19일 오전 9시 반. 


나와 아내, 두 딸이 탄 대한항공 비행기가 워싱턴 DC 덜레스 국제공항으로 착륙을 시도했다. 7살 난 큰 딸은 “미국이야? 조금 떨려!”라는 말로 13시간 가까운 비행의 피곤함에다 기대와 불안이 교차하는 심정을 내비쳤다.      


도착한 비행기가 적은 탓인지 입국심사장에는 같은 비행기를 타고 한국에서 온 승객들로만 붐볐다. 여기저기에서 들리는 한국말. 입국 심사장의 긴장을 풀어준 것은 한국인으로 구성된 AID요원들이었다.      


공항에서 채용한 것인지 항공사에서 채용한 것인지 확인하지는 않았지만 주로 중년 한국 여성들이었다. 이들은 입국심사과정에서 영어가 부족한 사람들에게 통역을 해 주거나 신속하게 입국 심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대기 줄을 교통 정리하는 업무를 담당하고 있었다.       


우리 가족 입국 심사는 비교적 간단하게 끝났다. 입국 심사관이 나의 이름과 워싱턴에서 할 일을 짧게 묻고는 양손 검지 손가락 지문을 날인하고 얼굴 사진 촬영으로 입국심사는 마무리됐다.       


다음은 세관신고. 한국에서 가져온 짐은 큰 가방으로 8개가 돼 ‘포터’의 도움이 필요했다. 포터를 기다리고 있으니 한국여성 AID 요원이 다가와 이거저것 살갑게 챙겼다.      


“짐이 많은 걸 보니 워싱턴에 꽤 오래 계실 모양이네요.”      


사정을 설명하자 세관 검사 때 필요하다며 가져온 돈이 얼마냐고 물었다. 대개 한국 사람들은 미국 입국 때 가져온 돈을 적게 신고하는 경향이 있는데, 미국 당국은 가져온 돈의 액수는 상관하지 않고, 다만 정확하게 신고하는지를 더 따진다고 했다.     


가져온 돈이 신고한 돈보다 많을 경우 미국당국에 세금을 물 수 있다며 가져온 돈보다 조금 많게 신고하는 게 요령이라고 알려줬다.      


짐 때문에 가장 늦게 세관 검사를 받을 때였다.  그 한국 여성은 ‘자기가 모든 것을 챙겼다며 빨리 통과시키라’고 공항 세관원에게 계속 압력(?)을 넣는 것이 아닌가.      


입국 승객들이 거의 모두 빠져 나간 탓인지 세관원은 나에게 아무것도 묻지 않고 그 한국 여성만 믿겠다며 ‘PASS'를 외쳤다. 미국 입국은 그렇게 진행됐다.     

포토맥 강가에서 바라본 워싱턴 모뉴먼트(좌)와 Library of Congress(우)

워싱턴 DC와 인근 버지니아 주 등에 사는 한국 사람들은 불법 체류자들까지 합치면 20만 명에 육박한다고 한다. 서울의 한 자치구 규모와 맞먹는다.  최근 2-3년 사이에 한국인 숫자가 크게 늘었다고 한다.  그 때문에 이 지역의 집 월세도 많이 올랐다고 한다. 학군이 좋다는 소문도 한국인 증가에 한 몫 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어쨌든 한국 사람들이 늘면서 한국인을 위한 각종 편의 시스템이 공항에도 자리 잡은 듯 했다.     


입국 절차를 끝내고 공항 터미널로 나오자 미국에 체류중인 지인이 우리 가족을 마중했다. 바쁜 와중에 짬을 내줘서 정말 고마웠다. 우리 가족이 살 아파트까지 편하게 안내해 줬다. 아파트에 대충 짐을 부리고 점심을 먹기 위해 나섰다. 


워싱턴에 근무하는 지인이 점심을 사겠다며 인근 한국 식당으로 안내했고 그 곳에서 장시간 비행에 따른 피로를 조금 떨쳐낼 수 있었다. 비록 미국 땅이지만 이 곳에 자리 잡은 한국인과 가까운 지인들 덕분이었다.       


그때 7살 딸의 한마디.     


“아빠 여기 미국 맞아? 공항에서도 그랬고 여기 식당에서도 한국말만 하잖아.”                   ///T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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