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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욱 May 17. 2024

2화. Shabir, Najeh, Mansour

@ 2007 워싱턴 시간여행

Shabir, Najeh, and Mansour. 

이 사람들의 공통점은? 


워싱턴에서 자동차를 사기 위해 접촉한 미국 자동차 딜러들의 이름이다. 미국에서 자동차 딜러는 흔히 사기꾼과 동의어로 여겨질 정도라고 한다. 그만큼 믿고 신뢰하기 어렵다는 뜻일 것이다. 


차를 사기 위해 만난 세 사람은 공교롭게도 중동-혹은-이슬람 출신으로 보였다. 하지만 차를 팔기 위해 집중하는 부분은 서로 달랐다.     

미국의 한  중고차 매장 모습

먼저 Shabir, 우리 나이로 40대 중반으로 보이는 이 딜러는 차의 성능을 설명하는데 치중했다. 


자기가 소개하는 차는 8만 마일정도 뛴 차이지만 알루미늄 휠에다 썬 루프, 그리고 차내에는 DVD 플레이어가 장착돼 있어 장기간 가족 여행 때 매우 유용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 딜러는 DVD를 전혀 못 본 사람처럼 ‘차에 DVD가 있으면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며 연신 ‘DVD, DVD'를 외쳤다. 


내가 마일리지가 조금 많다며 차를 직접 보여 달라고 하자, 차는 이틀 후에 입고되니 그때 오라고 했다. 대신 차엔 아무 이상이 없다며 차적을 조회해 보여줬다.      


다음은 Najeh, 우리 나이로 30대 후반정도일까? 말쑥한 옷차림에 잘 빗겨 넘긴 머리모양이 인상적인 딜러였다. 척 보기에도 딜러임을 느끼게 하는 용모였다. 


미니밴 차량 하나가 ‘비교적 마일리지가 적어 좋다’며 관심을 보이면서 ‘가격이 문제’라고 하자 ‘차를 사겠다고 결정하면 그때부터 흥정할 수 있다’며 먼저 구매 결정부터 하라고 했다. 


저녁이어서 어두운데다 선뜻 정하기 힘들어 다시 오겠다며 일단 나왔다. 그리고 다음날 점심시간 미국에 있는 후배들과 다시 찾았다. 


다시 찾자 Najeh의 태도는 적극적이었다. 두 번째 방문인 탓인지 Najeh가 집중하는 포인트는 앞서의 Shabir와는 달랐다. 차의 성능을 설명하기 보다는 나의 상황에 집중했다.   

    

"어차피 Mr. Kim이 본 차는 성능이 검증된 제조업체의 차량이다. 대개 차를 사는 사람들은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차를 소유(own)하려는 사람과 차가 필요(need)한 사람으로.  미국에 이제 막 도착한 Mr. Kim의 경우는 두 번째 유형이다. 차가 반드시 필요한 사람이다. 그러니 주저하지 말고 결정해라.”  


꽤 설득력이 있었다. 하지만 차에 대한 설명이 너무 적어 오히려 못미더웠다.     


세 번째는 Mansour.  한국 대사관 직원들이 가끔 이 딜러와 거래한다고 했다. 


나도 대사관 직원 소개로 만나게 됐다. 그는 ‘먼저 필요한 차량의 종류와 마일리지를 말해 달라’고 했고, 내 조건을 듣더니 ‘조건에 맞는 차량을 내가 사는 곳까지 가져 오겠다’고 했다.      


차를 가져오면 구매자 입장에선 사야 한다는 부담감을 더 가질 것이 뻔한데 이 점을 노린듯 했다. 다른 선택이 없어 가져오라고 했다. 가져온 차량은 앞선 두 딜러의 차량보다 마일리지나 외관도 나아 보였고 가격도 합리적이었다. 


특히 Mansour는 자신을 소개한 대사관 직원이 자기와 친구나 다름없다며 이 거래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친구를 위한 거래이기에 믿을 수 있다는 점도 덧붙였다. 


차와 가격 모두 만족해 Mansour가 가져온 차를 선택했고 거래는 이뤄졌다.     

워싱턴 링컨 기념관 안에 있는 링컨 대통령 동상

여담 하나.      


Mansour라는 이 딜러는 아프카니스탄 출신이라고 한다. 그래서 그에게 차를 산 대사관 직원들 사이에선 차량 거래 대금이 혹시 아프카니스탄 탈레반 조직에 흘러 들어가는 것은 아닌지 하는 의구심이 한때 일었다고 한다. 궁금증을 참지 못하던 대사관 직원이 직접 그에게 물어봤다고 한다. ‘혹시 탈레반 아니냐고?’.       


그러자 Mansour는 자신의 형 이야기를 들려줬다고 한다.  아프칸에서 PD로 활동하던 자신의 형을 탈레반이 탄압했다는 것이다.


‘이슬람을 타락시킨다’는 명목으로. 자신의 형이 만든 프로그램이 음란하다는 이유로 금지시켰는데 실상은 탈레반을 비판하는 내용이 담겼기 때문이란다. 


탈레반이 실각한 뒤 자신의 형은 우리로 치면 ‘민주언론인사’로 아프칸에서 대접받고 있고 지난 봄에는 자신의 형이 무슨 상을 받았는데 시상식에 참석하기 위해 직접 아프칸을 다녀 오기도 했다고 한다.  


물론 사실 관계를 확인할 방법은 없었다. 어쨌든 차를 샀고 우리 가족은 이 차 덕분에 훨씬 수월하게 미국 생활을 하게 됐다.     


여담 둘.

      

차의 성능을 설명하는데 치중하던 Shabir는 내가 차를 산 직후에 공교롭게도 전화를 걸어 와  '이제 차를 볼 수 있으니 한 번 방문해 달라'고 했다. ///T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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