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동욱 May 18. 2024

3화. 피부색 편견은 진실일까?

@ 2007 워싱턴 시간여행

보통 키의 중년 히스패닉 여성과 큰 키의 20대 금발 백인 여성.  사람들은 어느 쪽에 더 호감을 느낄까? 시사 프로그램의 실험 결과에서 보듯 20대의 금발 백인 여성 쪽이 점수를 더 얻을 것이다.  


피부색에 대한 편견이다. 


그런데 실제로 히스패닉 여성보다 20대 금발 백인 여성이 더 착하고 정의롭다는 일종의 통념을 고정시키는 사건이 일어났다.     


미국 워싱턴 D. C. 유니언 역(Union Station)은 크리스마스 연휴를 맞아 이동하는 사람들로 매우 붐볐다. 가족들과 함께 뉴욕에 있는 친척집에 가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 


연휴 기간 비행기 표 구하기가 하늘에 별 따기인데다 Amtrak이라고 하는 미국 열차도 경험해 볼 겸 해서 말이다.  

미 워싱턴 DC  유니언 역 (출처:위키백과) 

11시 10분 뉴욕 행 열차 88호의 기차표를 끊고 기다리는데 탑승 안내 방송이 나왔다. 그 순간 옆 자리에 있던 한 아주머니가 우리 가족보고 먼저 나가라고 권했다. 어린이가 있는 가족은 우선 탑승대상이라는 거였다. 


미국 열차는 따로 좌석을 지정하는 게 아니라 승객이 타면서 스스로 자리를 잡는 그런 시스템이었다. 그런 만큼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을 배려하는 제도로 여겨졌다.      


각 객차마다 입구 쪽에는 가족석이라고 해서 네 명의 가족이 두 명씩 마주볼 수 있는 자리가 있었다. 우리도 그 곳에 자리를 잡고 장거리 기차 여행에 대비했다. 


우리 좌석 옆에는 선반에 올릴 수 없는 커다란 짐을 3개까지 쌓을 수 있는 짐 칸이 있었고 좌석을 뒤로 젖힐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었다.       


출발이 임박한 시각, 몸집이 조금 있는 중년 히스패닉 여성이 우리 아이들 좌석 뒷 공간에다 커다란 짐을 세우는 게 아닌가?  


짐 칸이 가득 차 있어 자기 짐을 넣지 못하자 아이들 좌석 뒤에다 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좌석은 뒤로 젖혀지지 않게 되고 그러면 우리 아이들은 기차 여행시간 내내 불편할 게 뻔했다.       


 “그곳은 짐칸이 아니다. 그리고 큰 짐을 두면 의자를 뒤로 눕힐 수 없어 우리 아이들이 불편하다. 다른 곳으로 옮겨달라”고 했지만 이 중년 여성은 막무가내였다. “나만 이런 곳에 짐을 두는 게 아니다. 여기가 아니면 짐을 둘 곳이 없으니 어쩔 수 없다”며 억지를 부렸다.

     

우리 가족은 승무원을 불렀고 승무원도 중년 여성에게 다른 곳으로 옮길 걸 요구했다. 


옥신각신하다 중년여성은 다른 곳에 공간이 있는지 알아보겠다며 잠시 다녀오겠다고 말하자 승무원은 그걸 허락했다. 실수였다. 어디론가 가버린 중년 여성은 다시 나타나지 않았고  승무원은 실수를 만회하려는 듯 고래고래 고함을 치기 시작했다.


“이 짐 주인 빨리 나오세요. 빨리요. 이 짐 주인 어디 갔어요?”      


가뜩이나 이 객차엔 동양인은 우리 가족밖에 없었는데 승무원이 고래고래 고함까지 치니 자연 우리 가족이 모든 승객의 주목 대상이 돼 버렸다.  매우 당황스러웠다.     


그 순간 건너편에 앉아 있던 붉은 색 코트의 20대 금발 여성이 벌떡 일어서더니 우리쪽으로 성큼성큼 다가왔다. 그리고는 짐 칸에 있던 자기 짐을 꺼내고 그 자리에 중년 히스패닉 여성의 짐을 넣고 자신의 짐은 윗 선반에다 낑낑대며 올리는 게 아닌가.  


짐을 선반에 얹는 것을 도와준 뒤 우리 가족은 고맙다는 말을 되풀이 했다. 너무도 간단하게 당황스러운 순간을 해결한 것이다.     


“괜찮아요.” 한마디 가볍게 하고는 그 금발 여성은 자기 자리에 돌아갔고 객차 안은 이내 조용해졌다.  


보스턴까지 가는 이 열차는 필라델피아와 뉴저지 역등을 지나 뉴욕 맨해튼의 펜실베이니아 역까지 약 3시간 20분만에 도착했다. 


첫 열차 여행을 무사히 마치고 목적지 뉴욕에 안착했다는 안도감을 느낄 때 문제의 히스패닉 중년 여성은 객차 안 우리 가족 앞을 매우 빠른 속도로 지나치더니 짐을 찾아선 열차를 빠져 나갔다.          

미국 전역을 연결하는 철도망 AMTRAK 사진 (출저:홈페이지)

여담 하나.      


1971년 5월 1일부터 서비스를 시작한 Amtrak은 미국(American)과 트랙(Track)의 합성어로 미국 철도를 의미하며, 정식 회사 명칭은 The National Railroad Passenger Corporation이다.    

  

현재 고용 인원만 2만 2천명에 이르고 알래스카, 하와이, 사우스 다코타, 와이오밍 주를 제외한 46개주 500여개의 도시를 연결하고 있으며, 2003년에는 2천 4백만명이 암트랙을 이용했다고 한다.  매일 6만 6천명 정도가 이용한 셈이다.     


이번에 타 본 Amtrak은 우리로 치면 식당칸도 마련돼 있었고 무선 인터넷을 사용하는 사람도 여럿 보였지만 실내가 그다지 깨끗한 편은 아니었다. 


우리가 탄 열차보다 빠른 초고속 열차 아셀라 익스프레스(Acela Express)는 모두 19대가 워싱턴과 보스턴 사이를 운행하고 있다고 하는데, 아셀라 익스프레스는 어린이 50% 할인 서비스도 없고 어른 요금도 50%정도가 더 비싼데도 워싱턴에서 뉴욕까지 가는데 걸리는 시간은 2시간 40분 정도로 크게 차이가 없다고 한다.

///TOK///

                              

이전 03화 2화. Shabir, Najeh, Mansour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