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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욱 May 20. 2024

4화. Fairfax 초등학교 보내기

@ 2007 워싱턴 시간여행

“한국말이 편하시죠?”      


초등학생 딸을 입학시키기 위해 우리가 사는 버지니아 주 Fairfax county 교육청에 전화했을 때였다.


‘한국에서 왔는데 아이 학교문제 때문에 인터뷰 약속을 잡았으면 좋겠다’고 말하자 대뜸 저쪽에서 튀어나온 말이다.      


미국 버지니아 주에서 아이를 학교에 보내기 위해서는 먼저 우리의 교육청에 해당하는 기관에 미리 예약을 한 뒤 찾아야 한다.


학생이 이 지역에 거주한다는 증명서(주택 임차 계약서 등)와 가족관계를 입증하기 위한 호적등본, 부모와 학생의 여권, 한국 학교의 재학 증명서, 성적 증명서 등을 준비해 가야 한다.


주택 임차 계약서를 뺀 나머지는 거의 모두 한국말로 돼 있지만 굳이 이런 서류를 영어로 번역할 필요는 없다. 바로 한국인 등록관(?) 덕분이다.


미국 버지니아 주 Fairfax county 교육청에는 Department of special service 라는 부서가 있고 여기엔 Multilingual Registrar라는 직책의 담당자가 있다.


한국뿐만 아니라 남미, 동남아시아, 중동 등 세계 각지에서 미국으로 오는 학생들의 입학업무를 처리하는데, 해당 국가 출신이거나 관련 언어를 능통하게 사용하는 사람들도 구성돼 있다.

     

학생이나 부모들이 의사소통을 제대로 못해 ‘학교 보내기’에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취한 정책으로 여겨졌다. 각종 안내책자도 우리말과 영어, 스페인어, 아랍어, 중국어, 베트남어 등  다양한 언어로 구비돼 있었다.   

미 fairfax County Public School 안내 책자

교육청에서 우리를 맞은 Multilingual Registrar는 50대로 보이는 교포여성이었는데 우리가 서류를 잘 준비했는지, 특히 버지니아 주 교육청에서 요구하는 건강진단서에 각종 예방 기록을 제대로 기입했는지, 또 의사의 서명은 있는지 등을 살폈으며, 부모가 서명해서 학교에 내야 할 서류에 대한 설명도 꼼꼼하게 해 주었다.


아이를 학교에 보내기 위한 첫 단계의 긴장감은 Multilingual Registrar덕분에 상당부분 해소됐다.     


부모가 준비해 간 서류를 검토하는 동안 아이는 이른바 ‘레벨 테스트’를 치렀다. 한국과 미국이 학기가 맞지 않아 학생을 몇 학년으로 편입 시킬지 정확하게 평가하기 위해서이다. 영어와 수학을 평가하는데 저학년인 탓인지 시험이 한국어로 출제돼 큰 부담이 없었다고 한다.


각종 서류와 시험 결과를 토대로 몇 학년으로 편입시킬지 결정한 Multilingual Registrar는 해당 초등학교에 제출할 각종 서류를 챙겨 주면서 이렇게 안심시켰다.     


“미국 초등학교는 일단 학생이 전학 오면 그 학생이 외국인이든 아니든 학교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선생님들이 최선을 다해 도와줍니다. 어떤 때는 부모 이상으로 신경 쓰는 것 같은데, 아이들이 무리 없이 적응하는 것을 모두 자신들 책임으로 이해하죠.”      

우리말 안내책자-Fairfax를 훼어홱스라는 쓴 표현이 재미있다

등교 첫 날, 초등학교 사무실에는 우리말과 중국어, 아랍어, 베트남어 등으로 구성된 팻말이 눈에 띄었다. 교육청 서류를 검토한 학교 측은 아이를 2학년에 편입시키기로 결정했으며 그 자리에서 반도 결정했다. 한국인 학생이 1명 있는 반이었다.    


미국인 학생 2명과 이 한국인 학생은 갓 전학온 학생과 함께 컴퓨터실이며 음악실, 양호실 등 각종 시설을 둘러봤으며 담당 교사에게 소개도 시켜 줬다.


특히 한국인 학생은 의사 소통에 문제가 있으면 통역해 주는 일종의 가이드 역할도 담당했다. 미국 학교에 대한 두려움과 생소함은 뜻밖의 한국인 친구 덕분에 많이 사라진 듯 보였다.     


미국은 다인종 사회인데다 세계 각국에서 많은 사람들이 오기 때문에 인종적, 문화적, 관습적, 언어적 차이가 크다. 이런 차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외국인들이 교육제도에 쉽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하고, 학교에서 잘 적응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최소한의 조치’가 필요한 것으로 보이는데 위에 언급한 제도나 관행이 그래서 교육시스템에 뿌리 내리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Fairfax County 공립학교 홈페이지 캡쳐

여담 하나. 학생 안전이 최우선!     


미국 교사들은 학생이 일단 학교에 오면 학생이 건강하고 수월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부모만큼 신경쓰고 도와준다. 어떤 경우엔 부모 이상이다. 그래서 매우 예민하다.


학생이 스쿨버스에 타야 할 시간에 타지 않으면 부모에게 확인 전화를 한다. 부모가 직접 학교에 데리고 올 거냐고?  하교시 학생이 스쿨 버스에서 내릴 때 보호자가 나오지 않으면 학생을 태운 채 학교로 되돌아간다.  그리고는 부모에게 전화한다. 학교에 와서 데리고 가라고... 학생의 안전이 최우선이기 때문이란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구급차의 요란한 소리가 들리더니 학교 쪽으로 달려갔다. 불이라도 났나? 도대체 무슨 일이지?     

 

이유는 이랬다. 특정 음식에 allergy가 있는 한 학생이 친구가 준 치즈가 든 과자를 무심코 먹었다. 이 학생 부모가 제출한 건강 보고서에 ‘유제품에 대한 allergy 기록’이 있었기에 비록 매우 적은 양을 먹었지만 그래도 혹시 싶었던 학교 측에서는 부모에게 이 사실을 알리려고 했다.       


그런데 부모와의 통화가 조금 지체되자, 학교 측에서 먼저 911에 전화한 것이다. ‘부모와 통화될 때까지 기다리다 학생이 allergy 반응이라도 일으키면 큰 일’이라고 여긴 학교 측에서 구급차를 불러 학생 상태를 점검해야겠다고 판단한 거다.


진단결과 학생은 별 탈 없는 걸로 나왔고 한바탕 소동으로 마무리 됐다. 학생 안전에 대한 미국 학교측의 태도를 그대로 보여주는 사례다.   ///T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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