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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욱 May 21. 2024

5화. 1년동안 공짜 TV 갖기

@ 2007 워싱턴 시간여행

미국에 1년 동안 거주한 한 한국인이 집에서 TV를 보기 위해 이렇게 했단다. 

     

미국 가전제품 가게에 가서 마음에 드는 TV를 고른 뒤 계산을 하고 집으로 가져와 실컷 봤다고 한다. 그리고 한 달 남짓 지난 뒤  TV를 샀던 그 매장에 가서 TV 색상이 이상하게 나온다는 구실을 대면서 환불(Refund)을 요구했다. 매장측은 그 자리에서 환불해 줬다. 

    

그리고 다시 새 TV를 샀다 -처음 간 그 가게였는지 아니면 다른 가게였는지는 모르겠다.- 어쨌든 또 한 달이 지난 뒤 이 사람은 TV를 산 가게를 방문했다. 이런저런 구실을 대면서 TV를 돈으로 환불해 달라고 요구하기 위해서였다. 매장측은 이번에도 군말 없이 요구에 응했다.

   

다음 이야기는 하지 않아도 짐작할 거다. 


이런 식으로 1년 동안 TV를 열 번 정도 사고 환불하기를 반복한 이 사람. 귀국을 앞둔 시점에 마지막으로 TV를 샀던 매장을 찾아 당당하게 TV를 돈으로 환불 받은 뒤 한국으로 돌아갔다고 한다. 


어이없다고 해야 할까? 알뜰하다고 해야 할까? 이 얘기를 들었을 땐 당황스럽기까지 했다. 하지만 분명한 건 이 사람이 미국 소비자에게 보장된 권리를 지나칠 만큼 충분히 활용했다는 사실이다.

미 대형 가전제품 유통업체 모습

미국에서는 구매자가 ‘산 물건’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영수증을 제시하면서 환불이나 교체를 요구하면 들어주도록 돼 있다. 기한은 60일에서 90일 이내이다. 일부 인터넷 쇼핑몰에서는 환불 기한이 120일인 경우도 있다.


미국 경제는 소비가 활성화 돼야 경제가 원활하게 돌아가는 내수 중심으로 짜여 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물건을 좀 더 팔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그런 만큼 소비자의 권리도 확실히 보장되는 듯이 보였다. 우리가 잘 아는 월마트나 코스트코 같은 할인 매장이 성업을 이루는 것도 그 연장선상에 있을 것이다. 


‘쇼핑의 천국’ 미국에서의 판촉 노력은 치열하고 눈물겹다. 


특히 연말연시가 되면 한 해 동안 만들어진 각종 상품들에 대한 세일이 대대적으로 이뤄진다. 기존 가격 50% 할인에다 추가로 2-30%할인까지 해서 원래 상품 가격의 7-80%를 깎아 주는 세일도 흔하다. 


이른바 clearance 세일. 우리말로 하면 떨이, 재고 정리인 셈이다.올해 만들어진 물건을 소화해야 내년에 또 다시 물건을 만들어 팔고 그래야 경제가 돌아갈 터이기 때문이다. 

     

판촉을 위한 노골적인 문구도 눈에 띈다. 한 매장엔 이런 현수막이 붙어있다. 


“두 손에 모두 상품이 들려 있습니까? 그럴 땐 지체 없이 쇼핑카트를”     


고객에게 직접 보내거나 신문 등에 끼워 넣는 ‘할인쿠폰’도 판촉의 중요한 수단이다. 우리나라에도 보편화 돼 있어 낯설지는 않았다. 


다른 점이 있다면 할인 쿠폰에 적힌 유통기한은 그야말로 형식적인 문구일 뿐이며, 경쟁 업체나 매장에서 발행한 할인쿠폰도 가져가면 그 쿠폰에 적힌 대로 깎아 준다는 점이다. 


"We Accept Competitors’ Coupons" 란 현수막을 대문짝하게 적어 놓은 곳을 심심찮게 찾아 볼 수 있다.  

2007년 미국 경제는 내수 소비가 비교적 견실할 것으로 보여 크게 하락할 것 같지 않다고  국내 한 경제 연구소가 분석하고 있다. 2005년 8월부터 2006년 7월까지 미국 개인의 실질 임금 소득은 6년만의 최고인 4.3%가 증가했다고 한다. 


이는 개인 소비 지출의 증가로 이어진다는 거다. 또 국제 유가의 안정세도 소비자의 실질 구매력을 높이는 요인이라는 분석도 덧붙이고 있다. 


비록 주택 경기 하락이 소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소비가 급격히 줄어들 가능성은 낮다는 거다. 물론 기름 값이 다시 폭등하고 주택 가격이 폭락한다면 미국 경제가 침체될 수 있다는 단서는 달려 있다.     


여담 하나.      


앞서의 한국 사람은 정말 대단한 사람인가 보다. 우리 가족도 환불 경험을 했는데 조금 낯이 부끄러웠다. 한국적 사고방식인가? 


우리 가족이 미국 도착하고 일주일 정도 지났을 때인 12월 말쯤, TV와 ‘DVD 콤보’를 샀다. 그렇게 유명한 제조업체의 물건이 아니었지만 1년 동안 사용하기에는 그다지 비싸지 않은데다 잘 작동돼 만족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게 웬 일인가.   


다른 매장에서 세일 기간에 세계적으로 유명한 제조업체의 ‘DVD콤보’를 99달러에 파는 것이 아닌가? 우리 가족이 산 ‘DVD 콤보’보다 4-50달러 가량 싼 가격에.  고민이 시작됐다. 


‘환불 받을까 아니면 그냥 있을까’ 

     

그런데 그 고민은 길게 가지 않았다. 또 다른 매장에서 바로 그 제품을 ‘99달러에서 또 다시 20%를 할인한 가격에 판다’고 대대적으로 광고하는 것이었다.  


‘그래 환불 받자. 백 달러 가까운 돈을 아끼는 건데’ 


우리는 약 2주일 정도 사용하던 ‘DVD 콤보’를 갖고 매장을 찾았다. 그리고는 환불을 원한다고 했다. 매장 직원은 “제품에 문제가 있느냐, 다른 물건을 바꿔 주면 안 되겠느냐, 왜 환불을 원하느냐”며 이것저것 물었다. 


그래서 “물건이 마음에 들지 않는데다 더 나은 제품을 더 싼 가격으로 파는 곳을 발견했다”고 하니 더 이상 묻지 않고 곧바로 환불해 줬다.///T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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