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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그시 Jun 05. 2024

안녕하세요, 저는...


누군가 이런 질문을 할 때가 있습니다. 

“누구세요?” 

좀 더 공손하게 질문받을 때도 있죠.

“당신은 누구신가요?” 

익숙하지만 언제, 어디서 질문받냐에 따라 대답이 천차만별로 달라지는 질문입니다. 집에 온 사람에게 질문받는다면 이 집에 사는 사람들의 딸이라고 하겠고, 면접장에서는 이 회사에 필요한 능력을 갖춘 누구누구라고 대답하겠죠. 하지만 저에게는 언제, 어디서와 상관없이 이런 질문을 받으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대답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내 가슴 제일 아래에 묻어두고 마는 대답이죠. 아니, 어떻게든 잊어버리려고 노력하지만 절대 잊을 수 없는 대답입니다. 살면서 이런 대답을 해야 할 때가 올 리 없다고 생각해 왔지만 30대를 바로 앞에 둔 저에게는 그런 질문을 해줄 사람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그게 다름 아닌 저 자신이라는 사실도요. 그 사실을 알아차리고 받아들이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이제야 저는 저 자신에게 질문합니다.

“너는 누구니?”

그리고 이번에는 이제까지 줄곧 마음 깊은 곳에 묻어뒀던 대답을 꺼내 먼지를 털고 제대로 펼쳐봅니다.

“난 알코올중독자의 딸이야.”

말할 수 없었던 이 이야기를 꺼내기로 결정한 건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저 자신을 비우기 위해서입니다. 그래서 이제는 원망의 시선이 아닌 다른 시선으로 아빠를 바라보고 그 모습을 인정하는 일부터 시작하려고 합니다. 모든 문제의 해결은 그 문제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인정하는 거니까요. 참 쉬운 일인 것 같은데 제 평생인 29년 동안 조금도 이루지 못했습니다. 30살이 되기 전에는 이루고 싶다는 소망을 담아 시작이 반이라는 말에 힘입어 한 자 한 자 써 내려갑니다. 

앞으로 써 내려갈 모든 글은 알코올중독자의 딸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새롭게 나아가기 위해 제가 스스로에게 던졌던 모든 자문자답의 과정이자 그에 대한 기록일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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