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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유와책임 May 22. 2024

중국은 계획이 다 있다

현장에서 체감하는 중국식 통상의 내막

"H 매니저! 이번에 경쟁사 Z의 Q 품목 관세율이 얼마라 그랬지?"


"네, 금번 조치로 인해 약 25%가량 인상되면, 80%에 육박할 겁니다. 그렇지만 이들의 제조 원가가 워낙 싼 것을 고려한다면......"


"그래도 시장에서 우리보다 싸게 팔 수 있네. 대체 경쟁을 어떻게 하라는 건지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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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속한 A사는 수출을 통해 가치를 창출한다. 수출은 곧 경쟁이다. 무슨 경쟁인가? 남보다 잘 만들어 남이 남의 물건을 사지 않고 내 물건을 사게끔 만드는 행위이다. 그런데 수출만 해서 되는가? 그렇지 않다. 수출을 통해 우리는 경영을 한다. 경영을 통해 벌어들인 재화를 분배하고, 투자하여 또 다른 가치를 창출한다.


이 모든 과정을 자유시장경제는 허용한다. 번영의 기초가 되는 것이 자유시장경제임이 명명백백한 현실인 것이다. 그러나 자유가 방임으로 이르지 못하도록 제도, 즉 법을 통해 규율한다. 이 과정을 기업 하는 사람들은 생활로써 경험하기 때문에 통상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안다.


통상 (Trade) 은 자유의 필연적 귀결이다. 왜냐? 자유로우면 교류하기 때문이다. 자유로운 이들은 가진 것을 교류함으로써 없던 것을 채운다. 그러한 사회적 행위는 인간관계에서도, 기업 간 관계에서도, 국가 간 관계에서도 유익을 가져다준다. 따라서 우리가 많이들 오해했거나 지나쳐왔지만, 지금 우리가 즐기는 이 게임의 룰은 자유라는 대원칙 하에서 구현되어 왔다. 이를 구현하기 위한 글로벌한 합의가 존재했다. 이를 우리는 '국제기구'를 통해 관리해 나간다.


유엔무역개발기구 총회, 2022


공정하게 만든 재화를 공정하게 판매하고 구매하는 질서를 통해 인류는 번영과 평화를 구가해왔다. 일부 영역에서 불행한 일들이 자행되었지만 점진적으로나마 질서가 발전되어 올 수 있었던 데에는 통상이 가져다주는 호혜적 이익을 통한 번영이 다수를 이롭게 하고, 이런 상황이 유지되기 원하는 다수는 평화를 지향하때문이라는 대전제가 기반이 되었다. 


(사진: 중앙일보)


이렇게 자유롭게 통상할 권리를 마음껏 누려오더라도, 특정 국가가 불공정하게 플레이할 수 있다. 이른바 덤핑을 통해서다. 덤핑은 말 그대로 'Dump' 하는 것, 즉 쏟아내는 것이다. 정상적인 수요와 공급의 구현에 따르되, 생산 능력이 이를 받쳐준다면 언제나 우리에겐 균형이 잡혀 있을 테지만, 특정한 개입이 발생한다면 시장 내의 왜곡이 발생한다. 개입을 하는 주체는 대다수의 경우 물자에 대한 독점적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정부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덤핑은 다양한 경우에 일어난다. 첫째로, 경쟁기업을 무너뜨리고 시장 지배력을 확산할 목적으로 일어난다. 둘째로, 시장진출 또는 확장을 목적으로 일어난다. 셋째로, 국가가 개입하여 외화획득을 목적으로 일어난다.


어떠한 의도이든 간에, 불공정한 행위로 인해 시장은 무너진다. 불공정한 행위는 규제받아야 한다.


이 원칙이 현실화된 례가 관세이다. 관세는 수입품에 대한 추가 세금을 부과함으로써 제재하는 것이다. 자유무역을 방해받았으니, 국가의 권한을 활용하여 피해자들을 보호하는 것이다.


작금의 미중전략경쟁 양상은 위와 같은 맥락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미국은 자유로운 무역을 영위하는 과정에서 당하는 침해에 대해 대응을 하고 있는 것이다. 모든 나라는 그렇게 할 수 있다.


미중정상회담, 2023년 11월, 미국 샌프란시스코 (사진:연합뉴스)


내가 속한 A사가 제공하는 서비스와 만드는 상품들은 에너지 안보적 차원과 글로벌 탈탄소 전환이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 전략적 수요가 점차 확대되어 갈, 소위 '미래 먹거리'로 불린다. 이런 분야가 꽤 여러 가지 있다. 그런데 단 한 분야도 예외 없이 중국은 일찌감치 규모의 경제를 활용하여 공세적인 시장 내 영향력 확대를 추구해 왔다. 나는 중국을 언제나 경계해야 하고, 이들에 대한 의존도를 없애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내 구성원들의 입장은 다양하다. 아직은 때가 이르다, 중국과도 호혜적으로 갈 수 있다 등 각자의 시각과 시차에 기반하여 주장한다.


나는 언제나 기회가 있을 때마다 조직 내 미국 정책 담당자로서 강조한다. 우리는 기업의 관점에서도, 국가의 관점에서도 중국으로부터 독립해야 한다고. 중국이 나빠서가 아니라, 이들의 행위 이면에 존재하는 생각이 우리를 끝내 옥죄일 것이라고. 중국의 기업활동은 자유를 표방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고, 특정한 목적을 갖고 움직인다고.


중국이 만약 그들의 정치적 이념을 투사하지 않는, 자유로운 정부였다면, 작금의 혼란은 없었을 것이고 혹자가 이야기하듯 중국과 호혜적으로 갈 수 있었거나 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가만히 살펴보면, 중국은 그렇게 플레이하지 않을 요량이다. 중국의 리더들은 하고 싶은 게 있다.


이러한 인식은 사실 이미 워싱턴 D.C를 중심으로, 자유시장경제의 혜택을 바탕으로 창의성을 극대화하여 세상을 바꿔온 이들이 어느 정도 다 공감하는 바다.


우리는 어떠한가? 눈앞의 이익에 치중하여 중요한 가치를 놓치고 있지는 않은가? 이익이란 어떤 방식이든, 어떤 이와 거래를 하든, 내 통장에 돈이 쌓이면 그만인가? 아니면 자유롭고 규칙에 기반한 방식을 통해 결실을 거둔 이후 그것을 바탕으로 또 다른 투자이어갈 여력을 만들어내는 것인가? 질문하지 않을 수 없다.


다 괜찮을 줄 알았다. 그러나 우리가 순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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