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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식 이후.

9화

by 잉크 뭉치 Mar 22. 2025

몇 주가 지나 장례식이 열렸다.



할아버지의 영정 사진 앞에 검은 옷을 입은 친가족들이 모였지만, 조문객들의 웅성거림을 제외하면 아무도 서로에게 말을 건네지 않았다.



손님을 맞이하거나 안내하는 어쩔 수 없는 순간들을 빼고는, 옛 추억을 나누는 따뜻한 말 한마디조차 없었다.



사람들이 모두 떠나면, 장례식장에는 차가운 냉기만이 감돌았다.



그럴 때마다, 나는 무의식중에 할아버지의 죽음이 모든 갈등의 시작인 것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그것은 단지 오래 묻어두었던 균열을 수면 위로 드러낸 계기일 뿐이었을지도 모른다.



첫째 큰아빠와 둘째 큰아빠, 그리고 사촌들 사이에도 냉랭한 침묵이 흘렀다.



그들이 무슨 이야기를 들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이미 두 쪽은 완전히 갈라져 있었다.



심지어 둘째 큰아빠의 아들, 그러니까

나의 사촌 형이 첫째 큰엄마를 지나치며



의도적으로 외면하는 모습을 보았을 때,

나는 속이 아릿해졌다.



이미 성인이 되어 결혼까지 한 사람이었다.

그런 그가 대놓고 그런 행동을 보였을 때,



나는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알 수 없었다.



그리고 그날, 장례식이 끝난 후에도 형제들은 부조금을 두고 소리를 높였다.



병실에서 처음 들었던 첫째 큰아빠의 고함이 다시 한 번 울려 퍼졌다.



차가운 침묵, 날카로운 언성.



그것이 가족이 마지막으로 한자리에 모인 순간이었다.



그 이후로, 명절은 더 이상 가족이 함께 모이는 날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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